[칼럼]아파트단지도 스쿨존(School Zone) 수준으로 특별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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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파트단지도 스쿨존(School Zone) 수준으로 특별 관리해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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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교수의 교통人sight

[교통신문]보험사 통계(2017년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중 ‘도로 외’에서 발생한 사고는 약 16.4%를 차지했다. 이중 보행자 사고는 약 1.7% 수준으로, 연간 약 1만1000여 건으로 추정된다. ‘도로 외’ 교통사고는 주로 아파트(48.7%), 주차장(43.5%), 학교(6.2%)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7년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119 구급대원인 어머니와 같이 걷던 6살짜리 여자아이가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교통약자인 어린이와 노인이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중상을 당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인천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50대 남성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파트단지 내 교통사고는 주거공간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웃 주민이다. 동일공간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는 우리의 주거환경을 불행하게 만들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특히 아파트 단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일명, 교통사고처리법)이 적용되지 않아 도로상 교통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더욱 분노한다. 그렇다면 아파트단지 내에서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이고 해법은 없는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보행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 보행자와 차량을 분리하고자 노력하였다. 주거지에서 보행자의 안전과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고자 보행자와 차량의 공간을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보차분리 기법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차와 사람을 완벽히 분리할수록 차량의 속도는 빨라진다는 점이다. 차와 사람이 완벽히 분리된 곳이 바로 고속도로이다. 고속도로는 최고 제한속도 외에 최저 제한속도도 규제하고 있다. 이는 다른 차량에 비해 너무 느리게 운전하여도, 즉 상대속도 차이가 너무 크면, 사고의 위험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단지도 보차분리를 강화할수록 차량과 보행자의 상대속도는 커진다.

주거지내 도로는 보행자와 차량을 분리하는 방식에 따라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보행자와 차량의 구분이 없는 ‘보차혼용도로’, 보도와 같이 물리적 시설로 보행자와 차량을 분리하는 ‘보차분리도로’, 차량 속도를 억제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사람과 자동차가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보차공존도로’로 구분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완벽한 보차분리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승용차 운전자는 승차 또는 하차를 위해서 통행의 시종점부에서는 보행자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아파트단지는 차량을 위한 공간도 아니고 보행자를 위한 공간도 아닌 제3의 공간인 것이다.

요약하자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차와 사람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 분리할수록 오히려 상대속도가 커져 교통사고 위험만 증가할 뿐이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보차분리를 강화하기보다 차량의 속도를 낮추어 교통사고를 억제하는 ‘보차공존’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교통약자인 어린이와 노인이 많이 거주한다. 특히 어린이는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 및 보행자에게 교통사고 회피노력을 강제하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 주변 일정한 거리 내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교통안전시설물 및 도로부속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차량들은 운행 속도를 30km 이내로 제한하여 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명, 어린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 공간을 확보하는 ‘스쿨존(school zone)’제도이다. 또한 걸음이 느린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과 동일하게 시속 30km 이내로 주행해야 하고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 역시 일반 신호에 비해 긴 시간이 주어진다. 일명, '실버존(silver zone)'제도이다. 이러한 보호구역을 관리하기 위해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을 만들었다.

보호구역 지정대상 시설의 주 출입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m(단, 필요한 경우 반경 500m 이내까지 지정 가능) 이내의 도로 중 일정 구간에 신호기, 안전표지, 과속방지용 턱 등 도로부속물이 설치된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 출입문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도로에는 노상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다.

아파트단지라는 보행자와 차량이 공존한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아파트단지는 '스쿨존(school zone)'과 '실버존(silver zone)' 수준으로 설계되고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주택건설촉진법, 택지개발촉진법처럼 “촉진”이라는 속도가 법명에 들어있는 시절을 살아왔다.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보급률 확대를 짧은 기간에 이루고자 속도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그러나 이러한 속도는 필연적으로 ‘안전’의 희생을 요구해 왔다.

공공주택, 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청년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저렴한 주택공급을 위해 세대 당 주차장 설치기준 대폭 축소라는 방법을 동원하였다. 또한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에 대해서는 교통영향평가를 면제하는 등 인허가를 대폭 간소화하였다. 이렇다보니 주차 면이 부족하여 불법주차가 생겨났다. 불법주차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여 교통약자인 어린이와 노인들이 교통사고로 연결되었다.

이제부터라도 아파트 단지는 용적률, 건폐율, 인동간격만 따지는 건축에서 벗어나야 한다. 충분한 주차 면을 확보하고, 교통안전을 고려해 건물, 수목, 교차로를 배치해야 한다. 또한 하루 빨리 ‘아파트 단지 내 도로 및 교통안전시설 설치관리기준’을 제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모든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우리의 이웃이자 주민, 특히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아파트단지 내 교통사고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빨리’ 보다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여야 한다. ‘아파트단지 내에서는 서행하고 서로 조심하여야 한다’ 는 막연한 구호보다는 아파트단지별 특성에 맞게 교통안전시설물을 배치하고 시거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차 면을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과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대한교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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