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의 울타리는 여전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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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의 울타리는 여전히 낮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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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장의 확대는 어디까지 가능하며 그에 따른 피해 사업자의 보호는 어느 선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의문이지만 이에 대한 고민은 우리 사회가 자유경쟁 체제에서 최소한의 형평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기에 게을리 할 수 없는 과제가 된지 오래다.

중고차 시장이 연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두고 술렁이고 있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위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으로 지정하는 것을 ‘일부 부적합하다’고 판단, 중소벤처기업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하면서 공은 중기부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중기부 결정에 대부분의 영세 중고차 사업자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미 신차 거래규모의 2배를 넘어서고 있는 중고차 거래 시장에 대기업 사업 진입 또는 확대가 가능해 질 수 있는지에 있다. 매매업이 생계형으로 지정이 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진입장벽에 가로 막혀 있던 ‘거인들의 진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동반위는 소상공인의 매출액 증가,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고려할 때 중고차 판매업에서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규모의 영세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소상공인이라고 보기에는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의견서에는 중고차 판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는 등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이 사업 확장을 자율적으로 자제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으로 보기에는 이제 부적합하지만 기존 영세 사업자의 잠식이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는 만큼 대기업이 알아서 시장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동반위의 의견은 애매하다. 기존 매매사업자들의 반발이 걱정됐든, 객관적 데이터를 통한 판단에 대한 자신이었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을 위한 경쟁의 장에서 단서를 단 추가 의견에 ‘이질적 문구’를 통해 본질을 흐렸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사업 확장을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인 우리 사회의 경제 개념상 ‘순진한’ 소리로 들릴 소지가 있다. 생존 경쟁에서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의식했는지 모르겠지만 6개월 내 중기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으로 지정하는 것은 포기하고 영세사업자 보호 취지의 대기업과 기존 사업자 간 ‘상생협약’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매매업계는 협약의 강제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향후 중기부의 결정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먹잇감이 보이는 시장에 진입을 참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야수에게 육식 본능을 자제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영세사업자들은 떨고 있는데 대기업과 손을 잡고 상생을 약속하라는 것은 정글 속에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사이에서 함께 살 방안을 마련하라는 말과 같다. 정부는 어중간한 결론 보다는 명확한 선을 그어줘야 한다. 힘의 차이가 확연한 상호 간에 균형을 찾는 것은 시장에서만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산업계에서 유행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렇게 생겨났다. 정부의 확실한 포지셔닝만이 중고차 시장의 균형을 담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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