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햇빛으로 가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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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햇빛으로 가는 자동차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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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호 교수의 자동차 단막극장

 

십 년 전 정도에 ‘꼬마자동차 붕붕’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대단했다. 주인공 철이가 귀여운 모양의 자동차 붕붕을 타고 붕붕의 엄마를 찾아 세계 곳곳으로 여행하는 내용으로, 특히 자동차를 좋아는 남자 아이들의 인기가 무척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의 두 딸들도 어린 시절 EBS에서 방영됐던 이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보았기 때문인지,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나는 꼬마 자동차’라는 가사가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반휴머니즘으로 유명한 철학자 존 그레이의 ‘하찮은 인간, 호모라피엔스’라는 책에 의하면 모든 공학기술은 인간 욕망의 표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자동차는 원하는 장소로 떠나고 싶은 인간 욕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상품을 최초로 고안해내고 다듬고 개선하도록 추동하는 원동력은 그러한 상품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인 것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멋진 자동차, 고효율 자동차, 슈퍼카 등은 모두 어린 시절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상상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필자의 상상에서는 ‘물로 가는 자동차’가 유독 자주 등장했었다. 냄새나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야 자동차가 갈 수 있고, 그 기름 값이 아이였던 필자에게는 무척이나 비싸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이런 상상을 했던 것이다. 물로 가는 자동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백일몽에 잠겨서는 온갖 설계도와 기계장치를 종이 위에 얼기설기 그리고는 했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몇 달 전에 출시한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 때문이다. 쏘나타는 ‘국민차’와 ‘아빠차’로 유명한 현대차의 베스트셀링카이다. 이번에 출시한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특별한 선택품목이 있다. 바로 ‘솔라루프’이다. 차량의 루프에 태양광 발전장치를 장착하여 하루 6시간 충전하는 경우 일 년에 1300km 정도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처럼 출퇴근용으로 자동차를 사용하고, 직장의 야외 주차장에 주차시켜 놓기 때문에, 하루에 겨우 10km 정도만 타는 경우 주유비가 거의 들지 않는 셈이다. 물론 장거리를 주행할 때나, 눈비 때문에 제대로 충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완전 무료는 아니지만 꽤 장기간 주유소를 잊어도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솔라모듈을 자동차에 적용한 예로는 도요타의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차량을 들 수 있다. 역시 루프에 솔라모듈을 장착해 한여름 실내온도가 높아지는 경우 실내 송풍기를 작동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이 경우 자동차의 주행 거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셈이니 쏘나타 하이브리드와는 구별하는 것이 맞겠다. 또 다른 예로는 네덜란드 스타트업 라이트이어가 개발한 ‘라이트이어 원’이라는 차량이 있는데, 보닛과 루프에 모두 솔라모듈을 적용하여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에 해당된다. 양산단계는 아니므로 이 역시 소나타와는 구별될 것이다. 따라서 양산단계의 차량으로 주배터리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여 일 년에 10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더해주는 차량으로는 소나타 하이브리드가 유일한 셈이다.

루프에 솔라모듈을 적용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안전성 문제도 해결했고, 솔라 선루프, 반투명 솔라 루프까지 단계별로 출시하겠다고 하니 더더욱 믿음이 가는 기술이다. 물론 120만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여 겨우 일 년에 1300km라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나, 양산 수준에서 출시한 솔라 루프 시스템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당장 차를 바꿀 형편은 안 되지만 필자의 다음 차량으로 쏘나타 하이브리드 솔라 루프 차량을 점찍어 두었다.

모든 공학기술 상품은 인간 욕망의 결과물이다. ‘솔라루프’라는 상품에는 어떤 욕망이 표현된 것일까? 기름 없이 가는 자동차를 상상하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꿈이 표현된 것이 아닐까? 익숙한 멜로디에 살짝 바뀐 가사를 붙여 이렇게 노래해 본다. 붕붕붕 햇빛을 받으면 힘이 솟는 자동차. 물로 가는 자동차와 꽃향기로 가는 자동차가 언제쯤 나올지 즐거운 백일몽에 잠겨도 좋을 듯하다.

<객원논설위원-평택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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