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드론택시’ 육성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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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드론택시’ 육성도 좋지만…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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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최근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서울 한강수상택시의 일평균 이용자는 5명 수준으로 월평균 139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평균 16명, 월 평균 492명이 이용했던 전년에 비해서도 1/3이나 급감한 수치로, 앞으로 특별한 개선 방안을 찾지 못하면 한강수상택시사업은 사실상 사업 종료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서울을 아시아의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며 ‘한강 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한강수상택시 사업을 꺼낸 건 올해 들어 국토교통부가 미래 교통혁신을 앞당기겠다며 그 대표적인 모델로 ‘드론택시’를 언급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과거 한강수상택시 사례와 비교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국토부는 지난 4월 국회에서 드론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인 ‘드론 활용 촉진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이 처음 제정된 이후 제2차관 직속 미래드론교통담당관을 신설하는 등 2023년까지 드론교통관리체계 마련 및 시범서비스를 구현해 드론택시 서비스모델 조기상용화를 유도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최근 한 언론 기고에서 “드론택시 등으로 회자되는 도심 내 공중교통망 서비스 도입은 기존 지상-지하 교통수단이 포화된 대도시를 중심으로 교통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드론교통 운용체제에서 선도자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는 곧 상용화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자동차와 함께 미래 교통수단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수차례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대부분 2차원 이동수단인 반면 드론택시는 무한한 3차원의 공간(하늘길)을 활용해 지상의 ‘교통정체’ 문제 없이 마음껏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신산업을 선도적으로 육성하겠다 하는 것을 비판할 명분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의 드론택시 관련 발표를 보며 한편으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건 현재 일반 ‘택시’ 문제를 비롯해 앞으로 주무부처로서 국토부가 헤쳐나가야 할 교통산업 개편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서다.

물론, 현안이 산적하다고 해서 미래 ‘유망’ 산업을 내팽겨쳐 둘 순 없다. 또 이 문제를 꼭 양자택일의 문제로 볼 이유도 없다. 엄밀히 말해서 ‘드론택시’는 항공교통수단이고, 도로를 달리는 ‘택시’는 육상교통수단이다. 분야가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 우선순위 측면에서 드론택시가 우선시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개인적으로 테크놀러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상상력이 빈곤해서 인지 몰라도 드론택시가 정말 지상의 고질적인 교통체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교통혁명을 불러올 (대중)교통수단인지에서부터 의문 부호가 생긴다.

아무리 물 위에서는 막힘없이 달릴 수 있어도 이용 접근성과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성 측면에서 크게 뒤떨어져 실패했던 한강수상택시 사례를 드론택시는 피할 수 있을 것인가의 의문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교통체계로는 앞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교통 서비스를 수용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 택시와 타다의 극단적 갈등 사례가 다른 교통 영역에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볼 수 있는 드론택시를 현실화하는 것은 분명 상상만으로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반면 새로운 교통사업자와 기존 사업자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교통산업을 재편하는 일은 지난한 과제다. 드론택시 육성도 좋지만 무엇보다 지금 눈 앞에 닥친 문제부터 정부가 지혜롭게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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