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화물자동차 차령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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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화물자동차 차령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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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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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자동차를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노후화가 진행되면 각종 전선 등이 낡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되면 저항값이 증가하고 차량 전기장치의 성능이 떨어진다. 2017년 창원터널 유류운반차 폭발사고도 이런 유형의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 또한 노후화 된 화물자동차에서 이탈한 차량 부품이나 노후 타이어 등으로 인해 자신의 차량을 위험하게 하고 주변 차량을 덮치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량을 오랫동안 운행하다 보면 매연발생은 점점 증가하고 연비와 출력은 당연히 나빠진다.

국토교통부 차량 등록자료를 살펴보면 2019년 10월에 등록된 전체 화물자동차는 총 359만9268대이며, 그 중 차령 10년을 넘긴 화물자동차는 43%인 약 155만대이다. 즉 화물자동차 10대 중 4.3대가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으로 승용자동차 중 10년 이상 노후차량 비율인 37.8%보다 높다. 사업용 자동차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데, 10년 이상 된 택시 비율은 0.18%에 불과하지만 사업용 화물자동차는 36.58%로 월등히 높다.

이러한 특징은 차량 출고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차령제한 제도가 사업용 화물자동차에는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10년 이상 된 노후 화물자동차가 별다른 제약 없이 운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시내버스와 같은 사업용 승합자동차는 9년이 지나면 차령제한에 걸리고, 임시검사를 통과해야 2년 동안 사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처음부터 사업용 화물자동차에 차령제한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8년에 도입된 화물자동차 차령제한 제도는 처음엔 13년으로 정했다가 18년으로 완화됐고, 1996년 용달화물자동차는 8년, 그 밖의 화물자동차는 11년으로 바뀌며 정착되는 듯 했다. 그러나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정부가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명분으로 운송업계에 적용되던 각종 규제를 철폐했다. 화물자동차 운송에 지입제를 허용한 것도 이 때였다. 화물자동차 분야에 폐지된 대표적인 두 가지 규제에는 지정차로제와 차령제한 제도가 있다. 지정차로제가 폐지된 후 적용되던 자율차로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화물자동차가 차로 구분 없이 운행하다보니 화물자동차에 의한 사고가 폭증함에 따라 1년 만에 원상 복구했다.

그런데 자율차로제처럼 화물자동차의 차령문제는 당장에 교통안전이나 교통환경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그 당시 여객자동차도 차령제한을 2001년 이후에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사이에 노후 차량에 의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없던 것으로 했던 사례에 비추어 본다면, 화물자동차의 차령제한도 유예기간을 더 길게 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20여년의 시간이 흘러 차령제한 제도가 없어진 지금의 화물차 운행환경을 보면 국가적 재앙수준의 도시지역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24%를 노후 경유화물차가 제공하고 있다. 또한 화물자동차는 차량 결함과 노후화로 인한 사고를 빈번하게 야기하고 있고 잠재적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검사 시 화물자동차는 차령 13년에 부적합률이 급증한다고 한다. 또한 각종 연구에서 사업용 화물자동차가 차령 13년이 되었을 때 차량 노후화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실제 폐차되는 자동차도 차령 13년에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차량 자체의 안전과 교통사고 예방적 차원에서 차령 13년이 경과된 사업용 화물자동차를 대상으로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 당시에는 불가피한 조치라 해도 잘못된 규제완화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수많은 국민들의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둘러 폐지했던 교통안전 규제 대부분은 원상태로 복구했다. 아직까지 교통안전보다는 시설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조차도 화물자동차에 차령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현재 우리의 화물운송업계 실정으로 봤을 때 차령제한 제도를 부활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미세먼지를 유발하고 온실가스를 과다하게 배출하는 노후차량에는 운행제한과 같은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차령 13년차 이상의 화물자동차가 자동차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검사를 받지 않았을 경우 영업정지·감차 등의 처분이나 운행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빠른 시일 내에 제도화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든 국민은 깨끗한 공기를 호흡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이동할 권리가 있다.

<객원논설위원=강동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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