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은 정보 불균형 시장의 만능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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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기업은 정보 불균형 시장의 만능키가 아니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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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김정규 기자]최근 자동차관리업계를 향한 수입차업계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중고차매매업과 전문정비업의 생계형 지정에 대한 의견서를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하고 언론플레이가 이어지며 자동차관리업 생계형 지정에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현재 양 업계의 서비스 질이나 기술이 자동차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보호 장벽을 낮춰주면 대기업 진입, AS센터 확대 등을 통해 그 우려를 씻어내겠다는 것이다. 통상마찰에 대한 걱정도 담겼다.

수입차업계가 말하는 것처럼 매매업이나 전문정비업(카센터)이 소비자 서비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매년 허위·미끼매물, 부실 성능점검에 따른 소비자 민원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과잉·과다정비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업계도 이를 부분적으로는 인정, 자정노력을 바탕으로 하는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그 동안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기업이 능사’라는 식의 프레임이 대놓고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대기업의 시장 진입에는 언제나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비자들이 감수할 수 있다는 여론몰이도 한창이다. 중고차 시세와 정비비용 상승이 우려되지만 감내할 수준이라는 식이다. 물론 그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이런 분위기에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빗장 풀린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오기 전에 그들은 법률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특히 전문정비업계에서 문제는 두드러진다.

지금 전문정비업계는 의무화 돼 있는 정비매뉴얼 공개에 미온적인 수입차업계에 불만이 많다. 제도적 약속도 준수하지 않으며 편법과 불공정 경쟁이 이미 만연한 시장에서 자동차 안전성을 문제 삼으며 생계형 지정에 반대하는 모습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 안전성을 확보할 기회와 정보의 균형이 기울어진 구조에서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매매업에서도 규제 장벽이 무너지면 정보 불균형이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확대 재생산돼 판매자 규모에 따라 심화될 우려도 있다.

이런 점은 소비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서비스 또는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윤 창출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결국 균형이 무너진 시장에서 정보와 기회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이번 생계형 논란의 결론이 있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시장 질서를 확보하고 소비자 권익과 영세사업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면 아마도 정답일 것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첨예한 사안의 결정에 모두 동의·만족하는 이해당사자는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제나 한쪽이 정서적·금전적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어느 지점에서 끝이 난다.

중기부와 동반위의 결정에 최소한의 균형이 확보되기를 기대한다. 영세사업자의 눈물도, 소비자들의 경제적 피해도 없기를 바란다. 생계형 적합업종의 근본적 취지는 ‘보호’에 있지만 이번 결정은 ‘균형’에 맞춰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정보의 균형’은 힘의 균형과 규모의 균형의 다른 이름이다. ‘상생 협력’도 거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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