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교통산업 일자리, 무엇이 문제인가-자동차관리업
상태바
[2020 신년특집] 교통산업 일자리, 무엇이 문제인가-자동차관리업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고차, 양질의 고용생태계 구축 ‘절실’
정비업, 근로조건 개선에 부작용 ‘주의’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주 52시간제, 최저임금인상 등 노동환경의 변화를 견인할 정책은 큰 보폭으로 걸음걸이를 하고 있지만 막상 산업 현장 곳곳에선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제자리걸음을 하며 일자리 창출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업계 위주로 일자리 정책 방향이 맞춰지면서 고질적 일자리 사각지대의 고용난과 비전문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교통업계에서 대표적인 소외업종인 중고차판매업과 정비업계에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고차 판매업의 경우, 제도권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종사원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정비업은 전문기술인력의 근로조건은 좋아지고 있는 반면 숙련공과 신입 직원의 임금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베테랑 기술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관리업이 일자리 정책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사이 신차 거래 규모를 넘어서며 몸집을 불린 중고차 시장은 양질의 고용 생태계 구축이 요원해지고, 정비업은 고용인력 간 불균형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자동차관리업의 일자리 실태와 대안을 살펴봤다.

 

시장규모 증가에도 종사원 전문성 ‘미흡’…“과당경쟁 원인”

중고차 시장은 고용 안전성, 비전문성, 영세성에 따른 영업 과당경쟁 등 일자리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모두 낮은 평가를 받는 대표 업종에 속한다. 한 마디로 시장 규모 대비 고용의 질이 낮다는 것. 중고차 시장 거래 규모는 2018년 신차 거래의 1.44배를 넘어서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해 중고차 거래대수는 260만2198대. 중고차 시장 매출 규모 2017년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이 양적 팽창을 하는 사이 소상공 업체가 늘면서 종사자 수 역시 증가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시장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종사자 수가 늘면서 영업 경쟁이 치열해 지고 실적을 올리려다 보니 영업방식에 편법, 불법을 동원하는 사례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업자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일부 부당거래를 눈 감아 주며 이 같은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5년 통계청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종사자의 58.3%(1만5550명)는 기타종사자로 분류됐다. 기본급 없이 실적에 따라 소득을 얻는 노동자라는 뜻이다. 이는 과열경쟁에 따른 종사자 수익악화의 이유로 분석된다. 실제 중고차를 판매하는 소상공인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기타 자동차 종사자의 평균 임금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고차 종사자의 등록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점과 비전문성도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업계에는 등록종사자와 미등록종사자 섞여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자동차관리 통계상의 중고차 매매사원은 사업자단체에서 발급한 매매사원들의 개수를 근거로 하나, 이는 통계청 도·소매업 조사의 종사원 통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종사자 이직 후 재취업 등 경로 추적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매매사원증 관리강화를 위해 사원들 유효기간을 사원증 외관에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나 시인성이 부족하며, 사원증의 발급 및 회수에 대한 관리가 미흡한데 있다. 제도권 내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사원의 비전문성은 시장 신뢰와 직결되는 부분이지만 정부도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사정사·감정사 등 자격관리제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에서 실효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매매업계의 체질개선 방안으로 일자리의 전문성 확보와 종사원 관리감독 강화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중고차 시장 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화기 위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교육제도를 매매업에 종사하기 위한 필수 자격요소로 확대 적용하기 위해 특정단체 및 지자체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적용, 활용 가능한 신입, 경력별 표준적 매매사원 교육 과정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중고차 매매사원 관련 교육제도는 매매업에 종사하는 필수 자격 요소가 아닌 만큼 이를 규격화·표준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문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종사원 자격관리에 대해서도 현행 제도의 개선과 자격 기준을 위한 필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등록 매매사원의 관리 강화 차원에서 종사원증 관리 감독의 책임을 지자체장에 더욱 부여하고, 사원증 불법유통 차단 및 관리를 위해 보증금제도, 갱신발급 시 교육과정과 연계한 행정절차 도입, 장기개선 방안으로 매매사업 정규직원화 추진 등을 제안했다.

 

미래차 인력양성 시스템 구축…현장 ‘역차별’ 정서는 과제

정비업계의 일자리 문제 키워드는 ‘첨단기술 인력양성’, ‘현장 역차별’, ‘외국인’으로 정리된다. 첨단 미래자동차의 정비기술 인력 배출과 정부 정책 기조에 따른 신입인력과 숙련기술자의 임금격차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오는 박탈감, 고용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 인력 도입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다.

우선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시대에 민간 정비업계의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의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완성차는 직영정비센터를 중심으로 첨단 정비인력 배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비기술 레벨을 나눠 별도 데스트를 통한 자격을 획득하면 공임비를 따로 책정하는 등 기술 숙련도에 따라 혜택을 차등 적용, 자체적인 인력 채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일레로 우수 정비기술 인재 육성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만의 독자적 기술 인증 프로그램인 ‘HMCP’ 제도와 연계한 기술 테스트가 눈에 띤다. 일종의 승급 테스트를 통해 최정예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평가를 통해 선발된 그랜드마스터는 총 4단계(L1~L4)로 구성된 HMCP 프로그램 중 최고 기술 레벨 자격(L4)으로, 1차 이론시험 합격 시 2차 실기 평가 응시 자격이 부여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장 진단 실무와 고객 응대 등 전반적인 능력을 검증 받는 고난이도 평가 기준이 적용된다. 실기평가에는 고객응대, 네트워크 진단, ADAS 진단, 회로 분석, 엔진 진단, 친환경 진단, 전기전자 등 총 8개 항목에 대한 종합 평가가 진행된다.

반면 민간검사정비업계의 첨단 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준비는 더딘 편이다. 독립적이고 종합적인 교육 주체가 없고 대부분 정비학원 및 직업전문학교 프로그램에 기대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역조합에서 직업훈련과 연계한 산학협력 모델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화된 인력 양성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오랜 경력의 정비기술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현장에서 감지된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인상 등 노동환경이 달라지면서 정비기술인력의 임금격차가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15년차 팀장·부장급 월급이 현장경험이 전무해 2~3년 동안 교육이 필요한 신입 기술인력과 백만원 대로 편차가 줄면서 허탈감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업체별 임금책정은 사업주의 재량이지만 숙련 기술인력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일자리 이탈 조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송파구에서만 17년의 정비경력을 쌓은 한 팀장은 “근로환경 변화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전문기술을 배우며 여기까지 왔는데 신입들이 들어와서 받는 월급이 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허탈하기 짝이 없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이렇게 숙련 현장 기술자들의 처우가 무시당하면 경력직과 신입인력의 선순환 구조의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업계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도 나온다.

인력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외국 기술인력 도입에 대해선 지역조합 위주로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결과물은 미지수다. 외국인력이 당장 들어온다고 해도 의사소통 문제와 기술 숙련도에 따라 임금 책정 시 내국인과 또 다른 성격의 역차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가능성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단 업계는 가장 심각한 고용문제를 겪고 있는 판금·도장분야에서 외국인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별도 전문기술 비자(E-7)'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판금·도장분야에서는 단순직(E-9) 외국인은 고용 가능하지만 대체인력으로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기술이 필요한 곳에 단순노무만 할 수 있는 인력이 배치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외국인 고용정책을 담당하는 소관부처의 엇갈린 반응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 유관기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정비업계는 자동차 재생작업인 판금·도장분야는 엄연히 표준산업분류상 ‘자동차 차체 및 트레일러 제조업’에 속하고, 해당 분야에 산업용 전기도 공급받고 있는 만큼 제조업에 맞춘 별도 비자를 통한 외국인 전문기술인력 도입이 가능토록 소관부처의 협의에 따른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