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교통산업 일자리, 무엇이 문제인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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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특집] 교통산업 일자리, 무엇이 문제인가-버스
  • 안승국 기자 sgahn@gyotongn.com
  • 승인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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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시설특별회계, 대중교통 인력 채용 간접 지원해야”
경기버스, 서울보다 노동강도↑·임금↓…10명중 3명 이직 생각
노조 “제도 개정 통해 재정·대중교통 환승비용 지원해야”

[교통신문 안승국 기자]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투자 정책.

이 중 일자리 창출은 국민의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국가의 혈관같은 역할을 하는 교통산업도 일자리 문제로 고심한다.

지난해 버스 업계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해 일자리와 관련해 교통산업 분야 중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이다.

최근 정부는 중소 사업장에 대해 이를 1년간 유예한다는 방침을 내놨고,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반면 운전종사자, 업체는 별반 달라진 바 없는 현실에 여전히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의 발’인 버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수도권인 경기도 업계를 중심으로 다뤄봤다.

"서울보다 노동강도 높은 경기광역버스, 근로여건은 낮아"  

올해 주 52시간 근무지가 시행되는 50~300인 미만인 중소기업에 대해 1년간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제도 시행 시 인력 부족, 최저임금 조정 등으로 난관이 예상됐던 버스 업계 경영에는 잠시 숨통이 트였지만, 버스 운전자들의 근무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위반 사항에 대해 1년간 감독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며 “노동자가 진정을 제기할 경우엔 감독에 착수하지만, 규정 위반이 확인돼도 시정기간 6개월을 별도로 부여해 처벌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시정기간 동안 기업의 자율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이로 인해 지난해 7월 법 시행 단계부터 1년6개월간 시행이 유예된 중소기업, 버스 업체들은 1년의 추가 준비기간을 얻게 됐다.

하지만 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는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 지역은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돼도 큰 문제가 없는 반면 반쪽자리 준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는 경기도는 제도 시행이 유예된 상황에서도 운전자들은 여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도는 31개 시·군 가운데 성남시, 고양시 등 14곳이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불참한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이뤄지고 있어 서울보다 낮은 임금이 책정돼 있다.

같은 준공영제라도 지역별로 재정 여건 등이 달라 임금 격차가 크다. 1호봉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서울은 377만원, 경기는 306만원이다.

서울과 경기 안산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15년째 운전하고 있는 조성준(가명·54)씨는 준공영제가 적용되는 노선에서 운행하면서 기본 8시간에 연장 1시간으로 하루 9시간씩 일하고 있다.

격 주로 5일 45시간, 6일 54시간씩 일하면서 그가 지난 해 11월 수령한 월급은 330여만원으로, 4대 보험금과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240여만원이었다.

도 광역버스가 주 52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한 준공영제 실시 전에 월급은 보통 한 달에 500만원 이상, 실수령액으로는 400만원을 넘게 받았다.

기본급 자체는 이전보다 늘었지만, 예전 기본급의 두 배에 이르던 연장·초과 수당은 준공영제 이후 5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조씨는 “준공영제 도입 이후 주변에 퇴직금으로 대출금을 갚으려 일을 그만둔 동료가 한둘이 아니고, 몸만 편해졌지 마음은 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도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운행과 이층버스 운전 등으로 광역버스가 서울보다 노동 강도는 높은데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다 보니 서울로 옮기려는 운전자들이 늘어난다고 하소연한다.

조씨는 “예전에는 무사고로 마을버스를 1년 정도 몰면 시내버스, 광역버스 순으로 옮겼는데, 이제는 그런 운전자 10명 중 3명은 서울로 옮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운전이 미숙한 사람만 남게 될 것”이라며 “결국 버스 운전자 임금의 구조적 문제는 시민의 안전에도 여파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한편 추가 인원 채용에 드는 막대한 인건비 문제도 버스업계가 넘어야 할 산이다.

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에 따라 지난해 도내 업체가 추가 채용해야 할 운전기사는 최소 8000명에 달했고, 채용 시 들어가는 인건비는 약 3000여억원까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비해 도는 채용 인력에 대한 인건비의 30%이상인 월 100~140만원을 지원하는 고용장려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력부족난 해결 위한 ‘버스운전자 양성교육’·’채용박람회’

경기도는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버스운전자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버스운전자 양성교육’은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따른 운전자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도에서 추진 중인 사업으로, 노선버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기존 격일제에서 1일2교대제로의 근무형태 전환이 필요, 1만2000여명까지 추가채용이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에서는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2459명의 교육생을 양성했고, 이중 1420명에게 취업연계를 지원했다.

교육센터 관계자는 “운전자 양성교육 이수자들이 여타 도 운전자들에 비해 사고율이 낮다”며 “앞으로도 안전 운전능력 함양을 위해 기본적인 운전교육을 비롯해 교육생의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는 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등과 함께 지난해 6·8·9·12월 네 차례에 걸쳐 버스 운전자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이중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채용박람회에서 열린 방문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구직 희망의 이유는 직업의 안정성이 66%, 희망급여는 월 280~330만원이 37.5%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순위를 보였다

채용박람회가 취업에 도움이 되었다는 질문에 만족 38.6%(346명), 보통 31.2% (280명), 매우만족 23.9%(214명), 추가 개최 시 개선점으로는 더 많은 버스 업체의 참여 53.7%(482명), 홍보의 다양화 16.6%(149명) 순으로 조사됐다.

도 관계자는 “300인 이하 업체에 대한 유예기간이 끝나도 지속적으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채용박람회를 1년에 2회씩 개최하며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시설특별회계, 대중교통 활성화 재원으로 해야”

경기버스노조는 정부가 보조금 관리법 시행령과 국회에 계류 중인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을 개정해 중앙정부가 버스운송사업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대중교통 환승비용도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면서도, 중앙정부의 지원을 늘리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데 목소리를 모은다.

녹색교통운동 등 단체가 모인 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는 “국토교통부가 시내버스 사업자와 사업자단체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재정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에 부족한 교통 인프라를 공급하려고 만든 교통시설특별회계를 이제 시민의 대중교통 활성화 재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버스 업체들은 요금인상이 없는 상황에서 인력만 늘려야 해 경영부담이 크다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유예됐지만 그 시기만 늦춰졌을 뿐 업계가 힘든 점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300인이 이상 사업자 비율은 약 60%로, 이들은 지난해 제도 적응에 연착륙, 앞으로 도입될 300인 미만 업체도 큰 무리 없이 적응할 것”이라며 “제도의 일부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운전자들의 여건을 개선해 나가야 하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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