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SUV 전성시대’를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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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SUV 전성시대’를 생각해야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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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올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 대세는 스포츠다목적차량(SUV)이다. 새해 시작과 동시에 잇달아 SUV 신차가 등장하면서 이런 분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제네시스가 브랜드 사상 첫 SUV로 플래그십 ‘GV80’을 내놨고, 한국GM은 소형 ‘트랙스’와 중형 ‘이쿼녹스’ 사이 간격을 메워줄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했다. 머지않아 르노삼성차가 크로스오버다목적차량(CUV) ‘XM3’을 선보이고, 기아차는 스테드셀링 모델 중형 SUV ‘쏘렌토’ 완전변경 모델로 공세를 강화한다.

SUV를 비롯한 레저차량(RV)은 최근 2~3년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치솟았다. 국산차 기준 지난해 판매된 승용차(129만2878대) 가운데 RV는 64만239대로 49.5%를 차지했다. 직전 2018년(46.2%) 보다 3.3%포인트 상승했다. 차량대수도 4만529대 늘었다. 이런 추세는 수입차도 예외는 아니다.

RV는 세단에 비해 차량 단가가 높아서 업체에 비교적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 입장에서 RV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다. 업체마다 시장 트렌드를 서서히 RV와 SUV로 옮기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시장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우호적 시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RV 만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갈 수 없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워낙 잘 팔리다보니 이제는 승용차 주류로 인식되지만, RV는 여전히 목적성이 뚜렷한 차종이다. 레저와 실용성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언제든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소리다. SUV를 샀던 사람 가운데 일부는 “내게 맞지 않는 차를 분위기에 휩쓸려 구입한 것 같다”며 후회하기도 한다. 아무리 소형 SUV가 많이 팔렸다 해도, 동급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큰 차체는 자칫 도심에서 애물단지로 여겨질 수 있다. “SUV를 선호하는 시장 분위기에 피로가 쌓이면 소비 추세는 언제든 다른 차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을 새겨봐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이런 흐름에 제때 대응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이 현대차나 기아차 정도만이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머지 쌍용차·르노삼성차·한국GM 모두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만큼 유연하지는 못하다. 실제 SUV 호황 속에서도 RV 전문 업체인 쌍용차는 판매량이 감소했고, 르노삼성차는 SUV 한 차종이 회사 전체를 간신히 떠받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 또한 의욕적으로 SUV 신차를 내놨지만, 시장에서 먹혀들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새해 초반부터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업체 내부적으로 포스트 SUV에 어떻게 대처할 지를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업체 또한 많은 공을 들여 다양한 시장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와 계획을 수립하고 있을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아직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새해가 시작된 지 이제 겨우 20여일 지났으니, 때늦은 후회하기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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