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관리제 시행, “베테랑 기사 떠나”…“업계 투명성 강화 위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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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관리제 시행, “베테랑 기사 떠나”…“업계 투명성 강화 위해 불가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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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관리제 도입 이후 수입금 전액 매출로 잡혀 노사 비용 부담 늘어
초보 보다 베테랑 기사일수록 수입차 커…‘상박하후(上薄下厚)’
‘비정상의 정상화’, ‘최소한의 안전 장치’ 도입 취지 살리고,
제도 지속 가능하도록 업계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는 개선해야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노동자에겐 득은 없고 실만 있는 제도입니다…더 주는 것도 모자라서 열심히 일해서 더 번 돈을 사측이랑 나누는게 말이 돼나요, 지금도 어렵습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택시 전액관리제 반대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인천에서 법인택시를 하는 기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회사에 납입해야 하는 월 운송기준수입금이 30~50만원 늘어났고 기준금을 초과하는 수입금도 회사 측과 6:4로 나눠야 한다며 전액관리제가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택시운송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택시 운수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돼 온 사납금제를 폐지하기 위해 도입한 전액관리제가 시행 초기부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전액관리제란 택시기사가 근무시간 동안 택시요금미터에 기록된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근무 종료 당일 회사에 수납하는 것을 말한다. (여객자동차법 제21조 제1항) 지난 1997년 처음 법제화됐지만, 그동안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사실상 사문화 됐다가 지난해 8월 여객자동차법 개정으로 상향 입법돼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전액관리제를 놓고 잡음이 나오는 이유는 노사 모두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이전보다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실제 택시 운수종사자의 임금은 얼마나 줄어들까.

지난해 11월 14일 서울택시조합과 전국택시노동연맹서울본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 말까지 적용되는 임금협정을 체결했다.  노사 양측은 임금협정을 위해 6월 첫 상견례를 가진 후 11월 초까지 총32차례나 만나 교섭을 진행했다. 양측이 체결한 임금협정서를 살펴보면, 올해부터 전액관리제가 시행됨에 따라 ‘성과급형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성과급 산정 및 운송원가 재원 확보를 위한 기준운송수입금을 종전보다 75만7000원 상향했다. (월 26일 기준 하루 약 2만9000원 인상)

대신 기본 급여를 약 61만 원 인상해 운수종사자가 만근 등 ‘정상 근로’를 할 경우 상여금을 포함한 월 기본급여가 190만 원이 되도록 했다.

소정근로시간은 2021년부터 1주 40시간을 기본으로 하는 택시월급제 시행에 대비해 1일 6시간 40분(택시요금미터 기준 5시간 30분)·주 40시간으로 했다. 다만 1일 배차 시간은 휴게시간 3시간 20분을 포함한 10시간으로 했다. 도로를 배회하며 손님을 맞는 택시업 특성을 고려해 1일 6시간 40분 이외에 시간에 대해서는 초과 근로시간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월 기준운송수입금을 초과하는 수입금에 대해서는 성과급으로서 노사가 6:4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이 협정서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전액관리제 시행에 따른 택시 운수종사자의 임금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택시운수종사자 급여는 운수종사자가 정상 근로 시 회사가 기본 지급하는 '기본급여'와 '기준운송수입금 초과분'을 합한 액수다. 기존 사납금제에서는 기준운송수입금 초과분을 기사가 모두 가져갔으나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에는 불가능해졌다.

이 경우 가령, 하루 평균 약 18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사를 가정해 계산해 보면 전액관리제 (성과급형 월급제) 이전에 기사가 가져가는 임금 총액은 약 233만원 정도다. (기본급여 129만원+기준운송수입금 초과금 104만원, ※기준운송수입금 초과금 계산 : 일 평균 매출액 18만원 - 일 기준운송수입금 14만원 기준*26일)

반면 최신 임금협정서 기준을 적용하면 기사가 가져가는 임금 총액은 205만원이다.(기본급여 190만원+성과급 15만원, ※성과급 계산 : 일평균 매출액 18만원 - 일 기준운송수입금 17만원 *26일*0.6) 전액관리제 시행 전후로 약 28만원 정도의 수입금 차이가 발생한다.

만일 하루 평균 매출액을 평균 20만원으로 잡을 경우 수입금 차이는 50만원 정도로 대폭 늘어난다. 반면 인상된 일 기준운송수입금(17만원) 정도 하루 매출을 올리는 기사라면 전액관리제 시행 전후 수입금 차이가 17만원으로 좁혀진다.

이는 전액관리제 시행에 따른 체감 수입금 차이가 베테랑 기사일수록 크다는 점을 드러낸다.  윗사람에게는 후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박한 상후하박(上厚下薄)이 아니라, 윗사람에게는 박하고 아랫사람에게는 후한 상박하후(上薄下厚)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법인택시 업계 베테랑 기사들의 이탈 현상으로 나타진다. 실제로 최근 개인택시 면허 값이 올라간 배경에는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 법인택시 기사들의 개인택시 면허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 회사 사정은 어떻게 변했을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택시 노사 임금협정 당시 사측은 월 기준운송수입금을 75만원 보다 10만원 많은 85만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기준운송수납금 초과분까지 회사 매출로 잡혀 4대 보험 및 퇴직금 등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인상 비용이 기준운송수입금 인상분보다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간 교섭을 통해 월 기준운송수입금은 75만원으로 묶고 대신 성과분(기준운송수납금 초과분)에 대해서는 노사가 6:4로 나누기로 했다. 사측이 가져가는 40%도 이 중 약 2/3는 전액관리제에 따른 고정 비용으로 나가고, 1/3 정도만 순수 회사 수입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서울택시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택시는 요금 인상 이후 한 달 약 60만원 정도 임금이 올랐다. 요금 인상 이후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기로 했고 그 이후에는 인상분의 80% 이상을 임금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평균 약 30만원 정도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그만큼 4대 보험 등 퇴직금 적립이 인상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의 경우 임금협정 체결 이후 정부가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고 이에 미달할 경우 급여에서 공제하는 임금 체계는 사실상 불법으로 보고 단속하겠다는 전액관리제 지침을 통보함에 따라 애초 기준액에 미달하는 경우 공제하기로 했던 상여금과 승무수당에 관한 임금 지급 방침을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하도록 수정하는 등 부담이 이전보다 더 커진 상황이다.

또한 업계는 기준운송수입금을 정해 인센티브 지급 기준으로는 삼을 수 있지만 기준급에 미달하는, 저성과자의 급여나 상여금을 까는 기준으로서는 기준운송수입금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정부 규정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액관리제가 ‘비정상의 정상화’로서 택시운수종사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 양쪽 모두 일부 수익이 줄어드는 점도 택시 노동환경 개선 및 사업 투명성(양성화)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고 여긴다. 다만 전액관리제가 월급제 도입을 위한 발판으로 시행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택시업계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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