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종 코로나와 자동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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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종 코로나와 자동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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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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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호 교수의 자동차 단막극장

[교통신문]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인데,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라는 부품을 주로 중국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 한다. 전체 와이어링 하네스 수입금액의 85%가 중국산이다. 이 제품 외에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는 자동차 부품을 포함해 2017년 기준 89조원에 육박한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아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중간재 부품들을 공급하는 중국의 영향이 막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소재·부품·장비에 해당하는 제품들이 중국 수입 금액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분야의 소재·부품ㅍ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우리에게 이제는 익숙해진 ‘소부장’ 제품들의 공급망 다양화 및 국산화가 시급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다.

벨로스터와 코나 등을 생산하는 현대차의 울산1공장은 20일까지, GV80과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울산2공장도 21일 하루 휴업했다. 기아차의 소하리공장과 광주3공장 역시 21일까지 휴업한다고 한다. 쌍용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역시 지난 며칠 동안 휴업을 하고 19일 이후부터 재개했지만 이후 일정은 불투명하다.

연간 생산대수가 400만대 이하로 떨어져 날로 매출이 떨어지는 와중에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자동차 산업도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분야의 경우 완성차 업체에서 시작하여 중견 및 중소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구조로 부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특히 중소 기업체들의 타격은 격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조립 공정이 정지되면 멀쩡한 부품 납품업체들도 생산라인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약 3만여개의 부품들로 이루어지는 자동차 생산 공정의 특성상 다양한 협력업체들이 원활하게 부품들을 공급해야 완성차 생산이 가능한데, 이번처럼 중국의 특정 지역 전체가 셧다운되는 경우 부품 공급사슬이 끊어지면서 완성차 조립은 물론이고 우량한 협력업체마저도 힘들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이웃나라의 바이러스 때문에 한나라의 기간산업이 휘청거릴 수가 있는 것이다.

이는 피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뒤엉켜있는 산업구조가 국경을 초월하여 성장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인드라망(Indra Network)이라는 불교 용어를 떠올리게 된다. 천신의 왕인 제석천왕의 보석을 엮어 만든 그물망을 인드라망이라고 부르는데, 어느 한쪽을 들어 올리면 다른 쪽도 들리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이를 쉽게 표현하자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로도 설명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니, 한쪽에서 웃으면 다른 쪽에서 피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이 좁은 마을이나 소규모 모임에서는 쉽게 파악할 수 있으나 국경을 초월하여 뻗어나간 다국적 기업들의 관계망에서는 한눈에 조망하기 힘들 것인데, 이번의 코로나 사태를 통해 이를 실감나게 맛보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어떤 것을 깨달을 수 있을까? 우선, 세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피아를 구분하게 힘들고, 국경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산업체의 연결망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만’, 혹은 ‘우리는’을 강조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막아도 우리 안에 이미 세계의 촉수가 연결돼 있음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둘째로, 다양화와 국산화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이미 일본의 반도체 부품 및 소재 수출 금지 조치로 뼈저리게 깨달았겠지만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느 한군데에만 의존해서 과반 이상의 부품을 공급받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비록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하더라도 말이다. 다소 가격이 비싸고 품질이 낮은 공급처라 하더라도 이들을 키워서 공급처를 다양화하고 또한, 이왕이면 국내 업체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인드라의 그물망으로 촘촘히 연결된 이 사바세계에 큰 해 끼치지 않고,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객원논설위원·고광호 평택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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