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연합회 관행을 향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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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연합회 관행을 향한 시선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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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관행(觀行)이라는 말을 불교에서는 마음으로 진리를 비추어 보고 그 진리에 따라 실천한다는 뜻과 함께, 또 다른 의미로는 자기의 본 성품을 밝게 비추어 보는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동음이의어인 관행(慣行)은 오래전부터 해오는 대로 함. 또는 관례에 따라서 한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국어사전을 일부러 찾지 않는다면 첫 번째 의미를 아는 이가 많지 않아 보이지만 우리가 자연스럽게 쓰는 관행이라는 말은 누구나 짐작하듯이 두 번째 의미에서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내리기 이전, 관행은 ‘그저 과거에도 그랬고 그래서 지금도 자연스레 해 오는 방식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원인이 돼왔다. 때로는 도덕 불감증을 변명하는 데에도 곧잘 인용되면서 ‘마치 나만의 잘못이 아니라 다들 그래 왔다’며 면죄부를 달라는 상황에서 수사적 표현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그 뜻은 송사에 휘말리기 전에는 주관적 해석에 시달리고, 때론 입장에 따라 시시비비를 따지기도 전에 “왜 나만 갖고 그래”의 주범이 되면서, 그 사전적 의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게 됐다. 오래전부터 잘해 왔던 것을 따라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관행이, 매번 오래전부터 잘못된 것을 답습하면서 문제를 면피하려 하니 관행은 하는 이들의 처신에 따라 의미를 잃고 있는 꼴이다.

최근 자동차정비업계도 이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관행의 기원을 어디까지 잡아야 할지 가늠도 안 되지만 결국은 정비사업자를 대표하는 단체의 회계 운영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연합회의 도덕성 전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연합회 한 지역조합 이사장이 ‘개인통장 거래, 연합회비 운용의 불투명성’ 등을 문제 삼으며 연합회 회계 총책임자와 실무직원을 고발하면서 수사가 진행 중인 이번 사건은 어느 시선에선 ‘관행’의 문제다.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단체로서 소관부처의 감사를 받은 연합회는 ‘일종의 권고’를 받고 상황이 마무리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국토부의 권고가 ‘문제의 소지가 감지되니 앞으로 잘하라는 정도’의 수준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이것도 관행이다.

물론 이번 사안이 어느 누군가의 시선에선 별반 새로울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사례로 이해되면서다. 이 사회의 만연한 무사안일의 관용어인 ‘관행’이 불행히 이 시기에 문제가 됐을 뿐이라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문제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아도 그 자체로 시비(是非)를 따져야 할 지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기에 문제를 삼아야 하는 것이고 관행의 깊이와 시간을 되짚어야 할 부분도 거기에 있다. 어느 사안이든 그것을 관행으로 묻어버리면 문제의 파장은 자칫 엉뚱한 곳에서 점점 커지며 의혹을 부풀리기도 한다.

관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 관행을 수면 위로 노출시켜 법이든 구성원이든 이해당사자들에게 합리적 판단을 받으면 그만이다. 간단하고도 명백한 답이 가까이에 있다. 빠른 소명만이 관행의 부정적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 사안이 불교에서 의미하는 나를 돌아보는 ‘관행’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정비업계는 기대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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