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생계형 지정' 논란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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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생계형 지정' 논란 격화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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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소비자 보호 차원” 발언에 매매업계 ‘발끈’
“대기업만 소비자 생각하나…근거도 없이 오만”
대응수위 올라 갈 듯…타당성 놓고 격론 불가피
합리적 근거 없는 주장만 난무…중기부 선택 임박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매매업 생계형 지정 논란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자 매매업계는 전면전을 치러서라도 완성차의 진입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와 매매업계 등에 따르면,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동차산업협회 차원에서 완성차 업계도 중고차 거래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현대차가 공식적인 석상에서 시장 진입을 표명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자 매매업계는 즉각 날을 세우며 ‘소비자 보호 차원’이라는 대기업의 입장이 ‘오만이 깔려 있는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매매업계 관계자는 “성실히 매매업에 종사해 왔던 사업자와 딜러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를 이제까지 소비자 보호에 나서지 않은 사람들로 치부하며 마치 대기업만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공론의 장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의 시장 진출 시 70~80%에 육박하는 독과점 시장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만약 그렇다면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을 것을 약속할 수 있는지, 구속력 있는 상생협약 의지 등에 대한 얘기는 쏙 뺀 채 기존 중고차 종사자들을 시장 질서에는 무관심한 이들로 모는 발언은 모욕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연일 정부청사와 완성차 앞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매매연합회도 입장을 밝혔다. 지해성 연합회 사무국장은 “연합회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매매업의 생계형 지정 외에는 다른 길은 없다. 업계는 동반위의 부적합 의견서가 잘못 조사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의견서를 공개해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완성차 측에서 나온 해외에선 제작사가 신차 판매와 중고차 판매까지 한다는 발언에는 “허위증언”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매매연합회는 현대차의 발언 이후 집단행동의 대응 수위를 놓고 전략 수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집행부 일각에서 극단적 행동을 암시하는 말들도 오가고 있는 만큼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생계형 지정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 사업의 범위에 대해 중기부, 한국매매연합회, 다른 사용자 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하면 기존 영세한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무는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현대·기아차가 가진 차에 대한 노하우와 정보를 최대한 공유해서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생계형 지정 여부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중기부는 일단 현대·기아차에 추가 상생 방안을 제출하라고 한 상태다. 앞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감에서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를 관리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도 차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중고판매업도 그동안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판매업에 진입해서 이익을 낸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존 중고차 판매업계와의 상생을 조건으로 진출해 이익 없이 ‘이븐 포인트(even point)’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를 만드는 데에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도 매매업계에선 빈축을 샀다. 매매사업자단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과 기존 중고차매매업의 상생협약에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이는 발언이지만 아직 중기부가 공식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대기업의 진입을 기정사실화 하며 무게중심을 대기업에 실어주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적절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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