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후폭풍···계약금 몰취 법적 공방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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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후폭풍···계약금 몰취 법적 공방 벌인다
  • 천수진 기자 marchella_su@gyotongn.com
  • 승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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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 HDC현산에 계약금 소송

[교통신문 천수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지 2개월 만에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현산이 냈던 보증금(계약금)을 몰취하게 해 달라며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이 막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은 지난 5일 현산을 상대로 계약금 몰취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질권(담보) 설정으로 묶여있는 계약금 2500억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질권을 해지해달라는 취지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보통주식(신주)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을 322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에 각각 2177억과 323억원을 계약금으로 냈다.

하지만 계약금이 에스크로 계좌에 질권 설정돼있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계약금을 인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스크로 계좌는 은행의 감시를 받으며 일방이 돈을 인출할 수 없도록 한 계좌다.

지난해 11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면서 진행된 인수 협상은 올해 9월 무산됐다.

현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 등은 현산의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보이며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산은 코로나19와 금호산업 계열사 간 부당한 지원 등이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재실사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수 무산 직후 현산과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이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계약금을 두고 갈등이 빚어졌다.

현산은 인수 무산에 대한 책임이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에 있다며 계약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측은 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시간 끌기에 불과하고, 현산이 인수 의지가 없기 때문에 인수 계약을 해제했다며 계약금도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먼저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아시아나항공 측이 선제적으로 법적 대응을 했다.

현산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산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금호리조트 등 아시아나항공 종속회사를 현산 동의 없이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기보다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임을 강조하면서 금호산업에 인수 무산 책임을 돌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인수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계약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강화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무산으로 현산은 더이상 우선협상자가 아닌데도 협상자임을 주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계약금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현산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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