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치기’ 영상에도 단속 못한다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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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치기’ 영상에도 단속 못한다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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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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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영상에 시각 표출돼야만 인정
공익신고 어려워···개선대책 검토 중

[교통신문] “영상을 찍어 제보하는데도 단속이 어렵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권모(44)씨는 지난달 8일 오전 11시 40분께 경기도 안성시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안성휴게소 인근에서 차량을 몰던 중 그랜저 차량〈사진〉에 이른바 ‘칼치기’를 당했다.

편도 4차로 고속도로의 3차로를 주행하던 그랜저 차량이 2차로를 주행하던 권씨의 차량 앞으로 갑자기 끼어든 뒤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1차로로 이동한 것이다.

차량에 설치된 캠코더로 그랜저 차량의 행위는 고스란히 촬영됐다.

평소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자주 제보하는 권씨는 촬영 영상과 함께 그랜저 차량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했다.

그러나 해당 차량 등록지를 관할하는 인천 계양경찰서와 인천경찰청의 담당 경찰관은 차주에게 경고는 할 수 있으나 과태료·범칙금 부과 등 단속을 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촬영 시각이 표출되는 원본 영상이 첨부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권씨는 국민신문고에 올릴 수 있는 영상의 용량이 90MB로 제한돼 있어 영상을 편집했더니 알 수 없는 이유로 촬영 시각이 나오지 않았다.

권씨는 촬영 일시가 표출되는 원본 영상을 휴대폰으로 다시 찍어 함께 첨부했으나 담당 경찰관은 사본이라는 이유로 단속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권씨는 “용량이 큰 원본 영상을 보내겠다고 했으나 담당 경찰관은 메일로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며 “촬영 시각이 나오게 원본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보완자료로 제출하겠다고 했는데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공익신고 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영상까지 첨부해 신고해도 제대로 단속 처리가 안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익신고는 일반 시민이 위법행위 영상이나 사진 등을 올리면 경찰관 등이 이를 토대로 단속 등 처분을 하는 제도다.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 애플리케이션,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등을 통해 신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동영상에 위반 시각이 함께 표출되지 않는 경우 경찰이 단속 근거로 인정하지 않아 대상자에 대한 경고로만 끝나는 사례가 많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공익신고 영상매체의 표시시각 처리방법 관련 변경 지시’를 지방청 등에 보내면서 신고 영상에 위반 시각이 표출되지 않는 경우 경고·계도 처리하도록 하면서 더욱 단속 처리가 어려워졌다.

일시가 표시되는 블랙박스 영상이나 공익신고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촬영한 영상 정도만 교통법규 위반의 단속 근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신고 전용 앱을 작동시킬 여유가 없어 스마트폰으로 바로 촬영한 영상도 단속 근거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제보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교통안전 공익제보단’을 운영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도 관련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악의적인 신고를 방지하고 신고 내용의 증명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면서도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하나의 위반행위 영상을 여러 개로 쪼개는 등 악의적인 신고 사례가 있었다”며 “또한 객관적인 단속 근거 자료 확보를 위해 촬영 일시가 나오는 원본 영상을 받도록 하고 있으나 불만을 표하는 민원이 상당수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 국민제보 앱을 이용해 좀 더 신속하고 편리하게 위반행위를 촬영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PC가 아닌 모바일로 접수된 제보를 분리해서 인정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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