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마비···재난대책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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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마비···재난대책 도마 위에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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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온 뒤 재난 예보’에 제설작업···피해 키워
곳곳에 밤샘 방치한 차들로 소통 불편 초래
방재 안내체계 점검·대응시스템 개선 불가피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지난 주 혹한 속 기습적인 폭설로 서울 등 중부지방 주요 도시들이 극심한 교통난을 겪으면서 취약한 재난대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늑장 제설로 서울의 주요 도로가 일시 마비되는 최악의 혼란으로 시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문제는 서울시 등 행정기관의 늑장 대응 외 폭설 예보 및 경보 지연 발령도 폭설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수혁 씨(44)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하루에도 십수차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쏟아붓던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눈 내리기 한 시간 전에라도 집중적으로 폭설과 이에 따른 피해를 경고했다면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폭설 등 자연재해 경보와 전달 체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확하고 신속한 자연재해 경보를 위한 기상청의 족집게 예보와 이를 근거로 긴급뉴스나 인터넷 경보,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 단계별 대국민 경보 등 실시간으로 후속대책이 이어지도록 방재 안내체계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폭설 등 기상 악화로 인한 교통난이 예상될 때의 시민 교통요령도 확립돼야 한다.

폭설이 시작된 6일 오후 6시30분 경 여전히 적지 않은 직장인 등이 퇴근길에 나서면서 승용차를 이용한 것이 교통량을 부추긴 결과로 이어져 이 문제 역시 반복돼서는 안될 현상으로 꼽혔다. 서울시의 늑장 제설작업이 퇴근길 교통체증에 막혀 제때 이뤄지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는데, 만약 ‘폭설 피해 예방을 위해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는 안내가 집중적으로 전개됐다면 도로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고 제설 작업 지연도 최소화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각한 교통난이 발생했을 때 일부 시민들의 대응 요령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주요 도로 곳곳에는 다음 날까지 시민들이 방치한 자동차들이 그대로 멈춰 서 있는 바람에 통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경사진 이면도로 주변에는 마구잡이식으로 방치된 자동차들이 인도까지 잠식하는 바람에 보행 교통에 큰 불편이 초래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명식 씨(58)는 “도로 가장자리에 갓길이 없거나 비상대피 공간이 없는 서울 대부분의 도로 구조 때문에 야기된 문제”라면서 교통사고나 재난 피해에 대비하기 위한 도로 설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주택가의 내 집 앞 제설 지연 등 해묵은 문제도 재연돼 보행 불편이 초래됐다. 북아현동에 거주하는 곽순임 씨(61)는 “남편과 함께 새벽부터 두어시간 눈을 치웠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힘들었다. 나이 든 분들이 자주 미끄러져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린 눈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2~3일간 방치되는 동안 보행자 낙상사고 말고도 질퍽한 노면으로 자동차가 지나갈 때 마다 튀겨지는 등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반면 폭설 속에서도 높은 시민의식이 이어졌다.

이미 폭설이 내린 도로를 엉금엉금 달리던 자동차가 완만한 경사로를 오르지 못해 계속 미끄러지자,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버스 운전자,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 등이 차를 멈춰 세우고 합심해 미끄러지는 자동차를 밀어올리는 등 유사한 사례는 시내 도처에서 발견됐다.

또 도심에 위치한 적지 않은 기업체의 근무자들이 출근과 함께 주변 도로에 나와 건물과 주변 도로의 눈을 치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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