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이 ‘외제차 3대···’ 자동차 수출 사기에 할부급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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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이 ‘외제차 3대···’ 자동차 수출 사기에 할부급 폭탄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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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도 못 해 본 자신 명의 차들이
인천·부산 누비며 과태료 고지서만

[교통신문] 평범한 40대 직장인인 A씨는 ‘외제차 수출 사기단’에 속아 지난해 9∼11월 2억2000만원 상당의 외제차 3대를 자신의 명의로 계약했다. 벤츠 신차 2대를 구매하고, 아우디 신차 1대는 리스했다.

그는 계약만 했을 뿐 차는 한 번 구경도 못 했다. 구경도 못 한 차에 지출하는 돈은 한 달에 원급 300만원에 이자 200만원을 합쳐 500만원이다.

A씨는 지난해 9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인 B씨의 전화를 받았다. B씨는 “돈 안 들이고,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있다. 같이 하자”면서 A씨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하지만 B씨는 며칠 뒤 다시 A씨에게 연락해 “수입차 수출 사업인데, 1대당 2000만원의 수익이 난다”며 A씨에게 거듭 만남을 요청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만큼, 계속해서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던 A씨는 결국 며칠 뒤 집 근처 카페에서 B씨를 만났다. 

B씨는 60개월 할부로 동남아나 중동에 수출할 고급 수입차를 사거나 리스하는 데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1대당 2000만원을 지급하고 차량 할부금도 모두 대납해주겠다고 했다.

그들은 신차를 구매해 한번도 이용하지 않고 명의만 바꿔도 중고차로 취급돼 다른 나라에서 수입 시 관세가 면세되거나 감경된다고 설명하면서, A씨는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이 관세 차액을 나눠 갖기만 하면 된다고 투자를 권유했다. 다시 말하면 관세 차액에서 2000만원을 준다는 이야기다.

계약한 수입차는 인천항에서 3∼4개월 보관 후 말소 등록해 수출한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은 물론, 아내와 장인과 장모, 친척 등이 모두 이 사업에 투자했다면서 A씨를 현혹했다. 애초 계 모임 구성원끼리 소소하게 하다가 A씨에게도 사업을 소개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차 명의가 A씨 앞으로 돼 있는 만큼, A씨 동의 없이는 계약한 차를 어쩌지 못한다고 설명하면서 A씨를 계속해서 꼬드겼다.

그들은 “고급 수입차는 위치추적 장치가 설치돼 있다”며 직접 자신이 타는 수입차에 설치한 위치추적 장치와 연결된 휴대전화 앱을 보여주는 주도면밀한 모습도 보였다.

결국 A씨는 3개월간 자신의 명의로 고급 수입차 3대를 계약했다.

반신반의한 상태로 차 1대를 먼저 구매한 A씨는 차량 할부금이 제대로 납입되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또 이 사업에 투자했다는 이들과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게 되면서 사업에 대한 의구심은 점차 사라졌다. 주변에 지인들이 같은 사업에 투자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더욱 믿음을 갖게 되자 추가로 차 2대를 계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천과 부산 등에서 과태료 납부 고지서가 날아왔다. A씨도 모르는 새 인천항에서 수출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차가 인천과 부산 등을 누비고 있던 것이다.

A씨 명의의 수입차가 대포차로 쓰이면서 각종 과태료도 A씨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황당해진 A씨는 B씨 등에게 연락을 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다 전화를 끊었다.

결국 A씨는 12월 중순께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올해 들어 인천과 부산에서 장애인 주차구역 주정차 위반, 속도위반, 심지어 톨게이트비까지 날아온 과태료 액수만 16만원이 넘는다.

또 이들 일당이 차량을 말소시키겠다며 자동차 보험도 1∼2달만 계약한 탓에 100만원 넘는 돈을 주고 자동차 보험 계약도 다시 했다. 그 사이 자동차 보험이 만기된 줄 모르고 있던 터라 이에 따른 과태료 17만원을 추가 납부했으며, 새해 들어서는 자동차세 17만원도 납부했다.

또 리스차 대출금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리스 차 업체 측에서 B씨를 형사고소한 상황이다.

1대당 2000만원씩 받기로 했던 수익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달까지 벤츠 차 2대에 대한 할부금만 납입됐다.

A씨는 갑자기 늘어난 빚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퀵 배달 등 소위 ‘투잡'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소장 접수 4개월째인 현재까지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A씨는 “벌써 몇 개월이 지났지만, 수사는 조금도 진전이 없다. 사건이 경찰서에서 경찰청으로 이관된 데다 경찰 인사이동이 있다는 이유로 담당 수사관조차 배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소장 접수 후 경찰이 피의자와 통화까지 했지만, 조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피의자들이 잠적했다”고 말했다.

당시 A씨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였다.

실제로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는 280여명이고, 전체 피해액은 600억원을 넘어섰다.

경찰은 현재 모집책 4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주범인 다른 지역 소재 무역회사 대표 50대 남성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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