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자격조건 원점에서 재검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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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 자격조건 원점에서 재검토 되나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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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등 강력범죄자 생활물류 재취업 불가”

성희롱 민원 등 배달기사 자격논란 다시 수면 위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범죄 전력이 있거나 일탈을 한 적이 있는 배달대행 종사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배달직종 종사자를 추가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이하 아청법)’ 개정안이 발의되는가 하면, 취업제한 명령 대상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으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받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를 포함하는 제도개선이 검토선상에 올랐다.

당정은 생활물류 시장에 범법 이력이 있는 이들의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에 착수했는데, 여기에는 배달대행 수행원에게 일감을 공급하는 중개 플랫폼 사업장을 관리 대상에 추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취약한 아동·청소년, 여성에 대한 사고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추진 배경을 보면, 최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배달대행 수행원이 여성 주민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고 달아나는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법 제도적 후속 조치가 구체화된 것이다.

▲국민적 공분 산 ‘배달대행’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중적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배달대행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의뢰인에게 상품을 전달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대면 거래가 불가피한 경우가 빈번한데 수하물 인도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사고 외에도 수취인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지능범죄에 노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달대행 수행원의 성범죄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자, 일감을 공급하는 플랫폼 운영사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종사자에 대한 상시 검사와 평가 결과가 담긴 ‘배송원 실명제’ 등을 도입‧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이는 동일 범주에 속해 있는 택배 실명제와 맥을 같이 하는데, 수취인에게 상품배송 처리정보와 함께 문전배송을 실행하는 담당 기사의 이름, 연락처를 사전에 고지하고 각종 사고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알림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정을 중심으로 검토 중에 있는 여러 대안을 보면, 택배 일선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는 안내 서비스 수준으로 보강하고 수행원의 사용자라 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주에 대한 종사자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실제 1인 가구 여성에 대한 성범죄와 택배 사칭 사건사고의 재발 방지대책 일환으로, 지난 2018년 7월에는 강력범죄 전과자에 대한 택배기사 취업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듬해에는 배달대행 업체에서 성범죄자가 일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등록, 당시 2만4000여명이 서명에 참여한 바 있다.

▲누구나 하는 배달대행, 사건사고 무방비

지난해 배달앱 결제규모는 12조를 넘어 이전연도 대비 75% 급증했으며, 특히 지난해 12월 결제 금액은 1조 440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면서 배달대행 수요는 늘고 있고, 관련 서비스 종사자 수도 이와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이륜차를 활용해 문전배송 중인 기존 인력으로는 한계점에 도달하자, 배달요금은 인상했고 수행원의 연령대와 다양한 근로형태, 목적으로 시장 진입이 확대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은 실직자, 취업준비생을 외에도 파트타임을 원하는 주부, 직장인들이 배달대행에 대거 몰리고 있으며, 배달앱 등 중개 플랫폼에 등록해 취업과 수입보전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동킥보드와 자전거 등 개인 이동수단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20~30대 취업준비생부터,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부가수입을 올리는 직장인, 중년의 주부, 퇴직한 60대 이상의 실버세대까지 다양한 근로방식으로 배달대행 시장에서 활동 중이다.

관련 업계가 잠정 추산한 배달대행 라이더는 20만명, 이외 파트타임 및 부업으로 활동 중인 인력은 10만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력범죄자나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은 물론이며, 이륜차 면허가 없더라도 누구나 활동 가능하다.

자격 조건을 보면 활동이력, 범죄 전과 여부와 관계없이 스마트폰을 소지한 19세 이상 성인이면 회원가입 즉시 일감을 내려 받아 건당 수수료의 실수입을 수령할 수 있다.

때문에 진입 문턱이 낮은 만큼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일자리가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 화주 의뢰인과의 직접 대면은 물론이며 주소나 가족 사항 등 수령인의 개인정보 취득이 용이하기에 범죄 사고의 노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알바 ‘배달대행’ 자격검증

‘국민 알바’가 된 배달대행 관련 범죄사고가 늘면서 당정이 제도개선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성범죄 전과자의 택배기사 취업을 20년간 금지하는 법 제도(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2019년 7월 시행) 일상생활과 밀접한 배달대행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플랫폼과 연동돼 있는 생활물류 서비스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 성범죄 등 각종 사건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법 제도적 보호기능이 전무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탄력받고 있다.

먼저, 대국민 공공서비스인 우편 서비스에 취업 제한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민간 택배사에 적용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내용을 우편물 위탁 집배업무, 우체국택배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지난 9일 국회 부의장인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강력범죄자의 우편물 위탁집배업무 종사를 제한하는 ‘우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우편법)’을 발의했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특정강력범죄, 성폭력범죄 등 강력범죄자의 경우 화물을 배송하는 택배 서비스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우편법’의 우편물 위탁 집배업무는 택배서비스와 유사함에도 별도의 결격사유를 두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에는 우편물 위탁 집배업무 종사자의 결격사유를 택배서비스사업 수준으로 강화하고, 범죄경력 확인에 필요한 정보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경찰청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에 따르면 ‘우편물 위탁 집배업무’는 민간 개인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위탁 집배업무 종사자 수는 지난달 기준 3887명이다.

김 의원은 “코로나19로 급격히 성장하는 배송사업은 면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범죄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면서 “강력범죄자는 우편물 위탁 집배업무 종사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하기 위해 우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추진 배경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배달직종 종사자를 추가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정춘숙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발의됐다.

한편, 플랫폼 운영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생활물류 서비스 근로환경 개선대책 일환으로 현장 인력에 대한 자발적 지원대책이 검토 추진되고 있으나, 플랫폼 운영사가 개입해 배달대행 수행원의 개인적 일탈 행위를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범죄 예방, 서비스 향상, 코로나19 비대면 업무, 교통안전사고 예방 교육 등을 다각적으로 실행하고 있으나, 종사자 교육 내용을 권고할 수 있을 뿐 대상자를 통제하고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게 업체들 설명이다.

배달대행 업체 한 관계자는 “국민생활 안전을 위해 범죄자에 대한 배달대행 취업 제한을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리적 충돌이 예상된다”면서 “취업 제한은 생계유지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법적으로 차단하기 보다는 범죄사고 재발 가능성을 낮추면서 정부가 범죄 이력을 보유한 배달대행자에 대한 상시 감독을 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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