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만 보는 ‘장애인 버스’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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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만 보는 ‘장애인 버스’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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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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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장애인 전용 공간 확보는 의무”

[교통신문]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할 때 다른 승객과 달리 측면을 바라보도록 한 버스 좌석 구조〈사진〉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체장애인 A씨가 B운수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B사에 차별행위 시정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다만 B사의 차별행위에 고의·과실이 없다고 보고 원심의 위자료 지급 명령 부문만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5년 12월 B사가 운행하는 2층 광역버스에 휠체어를 타고 탑승했다. 버스에 휠체어 전용 공간은 있었지만 운행 중 정면을 보는 다른 좌석과 달리 측면을 바라보는 구조였다.

A씨는 버스가 휠체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탓에 버스 운행 내내 혼자만 옆으로 돌아앉아야 하는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사를 상대로 위자료 300만원과 장애인도 정면을 볼 수 있도록 전용 공간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사는 비록 장애인 승차 공간이 다른 승객 좌석과 방향이 다르지만 시행규칙이 정한 길이 1.3m, 폭 0.75m의 공간이 확보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시행규칙이 명시한 전용 공간의 ‘길이’가 버스의 긴 방향과 평행한 면만을 뜻한다고 볼 수 없어 옆을 봐야 하는 좌석이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1심은 A씨가 탄 이층 버스가 저상버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따른 전용 공간 확보 의무가 없다며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규정을 달리 해석해 A씨가 탄 이층 버스가 저상버스가 아니더라도 장애인 전용 공간 확보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B사에 버스 내 휠체어 전용 공간을 확보하고 A씨에게 3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휠체어 장애인도 정면을 바라보고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상 ‘길이’는 버스의 긴 방향과 평행한 면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A씨가 탄 버스에 확보된 전용 공간의 ‘길이’는 0.97m로 법이 정한 ‘1.3m’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버스의 진행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착석하면 급정거 때 사고 위험이 높고 탑승하는 동안 다른 승객들에게 표정이 노출돼 모멸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 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금지하는 차별행위”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장애인이 옆을 보고 앉도록 한 B사 버스의 휠체어 전용 공간이 관련 규정 위반이라는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관련 시행규칙에 장애인 전용 공간의 ‘길이’와 ‘폭’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 등에서 B사에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보고 위자료 지급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통사업자가 버스에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교통약자용 좌석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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