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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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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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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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형 기술개발 목표로 국가 R&D 투자해야
-10년 내 ‘꿈의 기술 현실화’ 회의적 시각 많아
-앱티브 합작한 현대차 기술 수준 세계 6위권
-미·중 기술시장 동향 선제적 확보 노력 중요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前 한국교통연구원 원장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前 한국교통연구원 원장

자동차 공학기술과 통신기술, 인공지능, 센서기술 등이 융합된 자율주행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는 벤츠사에게 세계 최초로 레벨3 수준의 자율차 판매를 승인했고,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로봇택시란 이름으로 영업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한 자율차가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신호교차로 문제 등 해결을 위해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아직 높고, 자율차라는 로봇이 인간과 일상 생활을 공존하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벽을 넘기도 만만치 않다. 향후 10년 이내 꿈의 기술이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최근 들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국 자율주행기술의 글로벌 순위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가 2021년 발표한 자율주행기술 종합순위표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2019년 10위권 밖에 위치해 있다가 앱티브(Aptiv)사와 합작을 통해 2020년에는 6위로 껑충 뛰었고 2021년에도 같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회사인 앱티브사와의 협력이 있기 전 현대의 자율차 기술수준을 감안할 때 국내 고유 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한편, 가이드하우스가 2020년 별도로 발표한 자율주행 플랫폼 기술의 순위를 보면 앤디비아, 퀄컴, 인텔-모빌아이, 중국 기업 시링스(Xilinx) 등이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고 현대차는 순위에서 빠져 있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기술 분야이다.

사진출처: Guidehouse 2019, 2020년

 

◇기술 상용화를 향한 속도 경쟁 

자율주행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각국은 현재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자율주행의 선두 주자 웨이모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이미 자율주행택시 사업을 상용화했고, 미국과의 자율차 기술을 놓고 경쟁 중인 중국에서는 단순 시범사업을 넘어 베이징 다싱구 60km2 지역 내에서 바이두와 포니AI 등 2개 회사 자율주행택시의 유료 운행을 시작했다. 레벨3 단계의 자율차이기 때문에 복잡한 시간에는 사람이 자주 운전에 개입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탑승자의 경험에 따르면 최고 시속 40km로 주행하는데 위험한 순간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다만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장비 값이 3억원이 넘어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바이두는 2022년 상하이, 광저우에서도 택시 유료 운행을 시작해 2025년까지 65개 도시로 확대할 계획으로 있다.
한편 유럽의 자율차 선두주자 독일에서는 벤츠가 정부로부터 세계 최초로 3단계 자율주행자동차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드라이브파일롯(DRIVE PILOT)이라고 하는 자율주행 모드는 라이다(LiDAR), 카메라, 마이크로폰(사이렌 소리 감지용), 도로습기인지(미끄럼 탐색용) 센서와 고정밀지도(HD map)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율주행 모드일 때라 하더라도 안전상 이유가 발생하면 인간운전자 개입을 요청할 수 있고, 만약 인간운전자가 부상을 당해 운전을 할 수 없을 경우에는 차량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해서 차량을 정지시킨다.
드라이브파일롯은 벤츠의 최고가 사향인 S-Class에만 적용되고, 독일 내부의 일부 고속도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최고 속도도 시속 60km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그 이상의 속도일 때는 인간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자율주행 모드일 때는 친구와 전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영화 시청도 가능하다. 한편, 자율주행 벤츠를 다른 국가에서 사용하려면 해당 국가에서 철저한 시험운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주도의 자율주행기술 개발 노력이 눈에 띤다. 2018년 자율주행차 분야 규제혁파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고, 2020년5월에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사업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 제도를 개정해 무인자율차 운행 근거를 마련했고, 2027년까지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목표로 1조1000억을 투자해 국가 R&D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기술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범운행지구 사업으로 서울, 세종 등 7개 시도에서 자율셔틀, 로봇택시, 자율대중교통 등 여객 운송서비스와 자율배달로봇, 자율청소차 등 여객 외 운송서비스 등이 운행되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25일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로보라이드’ 승용차 시범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 서울 강남도심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의 진화

2000년대 중반 미국국방과학연구소(DARPA)에서 자율주행 경진대회가 열릴 때만 해도 자율주행기술은 주로 차량기반 기술이었지만, LTE통신과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ITS기술과 융합하면서 차량과 주변사물(인프라, 차량, 디바이스 등)에서 오는 V2X(Vehicle to Everything) 정보를 결합한 자율협력주행(Automated & Connected)이 등장했고, 최근 들어서는 5G통신과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통신인프라 기반의 원격관제형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3가지 자율주행기술의 핵심 내용과 주요 쟁점, 그리고 우리의 현 위치를 점검해보자.
▲차량기반 자율주행의 센서기술 : 우선, 차량기반 자율주행기술의 경우 크게 2가지 분야에서 기술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첫째는 센서기술다. 자율주행 센서 기술은 라이다(360도 중장거리 장애물 거리 측정), 카메라(사물인지), 레이다(근거리 장애물 거리 측정) 센서를 종합하는 방식이 있고, 전적으로 카메라에 기반하는 경우가 있다.
구글 웨이모는 최초로 라이다를 개발해 자율주행에 적용해왔고, 똑 같은 라이다 기반의 GM 크루즈(Cruise)의 경우를 보면 라이다 5개, 카메라 16개, 레이다 21개 등의 센서로 구성되어 있다. 테슬라는 카메라 8대만을 사용하는 데 전방용 3개, 전측방 2개, 후측방 2개, 후방 1개 등 8개가 장착돼 있다.
카메라 집중형의 경우 인간이 운전을 할 때 대부분의 정보를 눈으로 받는다는데 착안한 기술이다. 하지만 카메라 센서는 빛의 양에 민감하고 비나 눈이 오면 주변사물을 인식하는 데 오류를 범할 확률이 커진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테슬라는 실시간 카메라에서 보내오는 영상정보를 조합해서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고 빠른 연산기술을 통해 해답을 찾는 방식으로 값비싼 라이다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한편, 융합형의 경우 라이다 센서의 가격이 비싸고, 여러 센서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정보를 융합해 실시간 최적 운행을 결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200m 정도 떨어진 장거리 장애물을 감지하는 라이다와 50m 이내 근거리에서 보행자, 이륜차 등 모든 걸 감지하는 레이다의 장점으로 인해 인지 능력은 카메라 기술에 비해 높다는 평가이다.
대량 생산되면 센서 값도 떨어질 수 있다. 두가지 유형 중 어느 기술이 더 우위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카메라 기반의 테슬라의 경우 실주행을 통해 취득한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기술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실주행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웨이모에 비해 다소 우수하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 시험운행 허가를 받은 대부분의 자율차는 라이다 센서를 채택하고 있어서 카메라 센서기술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차량기반 자율주행의 차량제어기술 :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자율주행(AV) 등 자동차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러 기능들이 지연없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차량제어기술이 대단히 중요하다.
다음 그림의 첫번째는 기존 차량의 제어구조이다. 개별 기능별(n functions)로 수십 개가 독립적으로 분산된 제어기 구조(n ECU)를 갖고 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모든 기능이 도메인 중심(5-7 ECUs)으로 통합되고(그림 가운데), 2025년 이후에는 구역제어(Zonal Control) 방식(그림 오른쪽)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구역제어기는 차량의 바디제어, 인포테인먼트, 안전(ADAS 및 AV) 등 2-3개의 고성능 제어기가 차량에 탑재되고 기존의 독립적 제어기(ECU)들은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자율차는 개별적으로 기계적 명령을 수행하는 하드웨어에서 생각하는 로봇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향후 자동차 부품기업 들의 시장은 줄어들고 차량용 OS를 만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차량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인텔과 앤비디아(NVIDIA) 등 글로벌 거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와 OS 기술이 뒤진 한국이 자율주행기술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율주행기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솔루션아키텍쳐의 진화, 사진출처: TTTech Auto AG, 2021

▲차량+주변인프라 기반 자율협력주행기술 : 차량에 내재해 있는 센서와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원거리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이나 혼잡을 회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독립형(Stand-alone) 자율주행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 V2X라고 불리우는 자율협력주행 기술이다.
이 기술은 그림에서 보듯이 자율차 주변의 도로인프라(V2I), 차량(V2V), 스마트폰(V2N) 등 주변 인프라에서 원격으로 돌발상황에 대한 정보를 자율차가 받아서 스스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감속하는 기술이다. 자율차 운행에 필요한 긴급한 실시간 안전 정보를 다루는 V2X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형성 초기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자율협력주행 기술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빠른 통신망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5G 기술이 나오기 전에 V2X 인프라를 구축하다 보니 속도가 5G에 비해 느린 LTE 기반의 통신망으로 구축해왔는데 미국과 중국 등이 5G-V2X를 표준으로 선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시장 경쟁을 위해 우리 정부는 최근 이 두가지 통신기술을 모두 채택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사진출처: 국토교통부, 2017

▲통신인프라 기반 자율주행기술 : 무인자율차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거나 운전보조자의 유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비상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원격운행자'가 관제를 통해 능동적 운전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독일도 '기술감독자'가 원격으로 비상상활을 대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유시복 박사에 따르면 최근에는 긴급상황에만 활용하던 통신인프라 기반의 자율주행기술을 일반화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교통흐름을 개선하기위해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자율차의 속도와 차선을 유도하거나, 교차로, 합류부 등에서 차량 간 주행우선순위를 정해주는 연구 등이 있다.

 

◇한국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이 가야할 길

세계 자동차 시장의 규모는 휴대폰의 8배에 이를 정도로 크다. 거대 자율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인텔은 이스라엘 자율주행 카메라 기술기업 모빌아이(Mobileye)를 인수했고,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앱티브사를 합병했다. 합병 후 현대의 자율주행기술 순위가 2018년 세계15위에서 2020년 6위로 껑충 뛰었다. 인텔과 앤디비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과감한 M&A를 통해 자율주행차 기술시장에 진입하듯이 관련 한국의 기업들도 차량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현재 우리의 경쟁력이 열세인 자율주행기술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또한, 자율협력주행 통신인프라 선정과 관련해 LTE와 5G의 선택을 놓고 발생했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향후 세계 자동차 소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시장의 기술시장 동향 정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차량 중심, 차량-주변인프라 중심의 자율주행기술로는 향후 10년이 지나도 완전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어렵다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측을 고려할 때, 정부는 기존 자율주행기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는 선도형 신기술 개발을 목표로 국가 R&D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테슬라사의 주식 시총이 전세계 자동차 회사 전부를 합친 금액에 가깝다고 한다.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서도 테슬라는 넘는 글로벌 초우량기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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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현 2022-01-07 09:48:54
자율주행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