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붕괴···정상화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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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붕괴···정상화는 언제?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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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최빈국, 가장 큰 고통 겪어
정상화까지 길면 수년 걸릴 수도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인 스리랑카의 소비자물가(전년 동월 대비)는 지난해 11월 11.1%, 12월 14.0% 뛰었다.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작년 12월 쌀과 야채 등 식품 물가는 21.5% 치솟았다.
인구 2157만명인 스리랑카<사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화 부족에 물가 폭등까지 겹쳐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민생고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인한 국제 식량 가격과 수입 가격 급등, 통화가치 하락, 국내 농업생산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과 물류난이 특히 가난한 나라와 작은 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도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일수록 그 충격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식품과 기름 등 기본적인 경제 활동에 필요한 자원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경제력이 약한 국가에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 급등은 치명적이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글로벌 생산 허브(중심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개발도상국이 두 배의 충격을 받고, 이 중 작은 섬나라와 최빈국은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는 올해 1월 135.7포인트로 전달보다 1.1% 오르며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데 조만간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또한 지구촌 물가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년 전 대비)은 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우리나라는 같은 달 3.6% 올라 넉 달째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글로벌 공급망이 회복돼야 각국이 생산 활동을 정상화하고 물가 시름을 덜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지만, 그 시기는 불투명하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경제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공급망 붕괴가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를 해결하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공급망 정상화를 위해서는 투자와 기술, 창고·트럭 운전사 추가 확보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물류 소프트웨어 업체 포카이츠의 수석 부사장 스티브 다우즈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공급망의 취약성을 눈에 띄게 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임기응변식 처방에 의존하고 있다.
미 컨설팅사 앨릭스 파트너스가 지난해 9~11월 미·캐나다·영국·중국 등 9개국의 기업 중역 3천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58%가 공급망 문제에 대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가격 인상 등 단기 조치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일부 돌발 변수도 있지만, 주요 선진국의 경우 2월 중하순부터 코로나발 공급망이나 수요 차질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전 세계 중간재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13.7%(2020년 기준)인 점을 들어 중국 경제의 정상화 여부가 글로벌 공급망 회복의 큰 변수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제로 코로나'(무관용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하면 산업활동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오미크론이 대유행하면 또 한차례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사이먼 머캐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산업에 오미크론 공습경보를 해제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내 경제적 비중이 큰 주요 지역에서 오미크론과 씨름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향후 몇 달간 글로벌 공급망에 계속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석유와 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더욱 뛰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한번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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