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복원하고 개발하고…'원도심 살리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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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복원하고 개발하고…'원도심 살리기' 열풍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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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지자체들, 원도심-신시가지 균형 맞추기 한창
침체된 지역 상권·주민 동질감 회복 등 효과 '톡톡'
부산 산복도로

올해 7월 출범한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원도심 활성화를 중점 과제로 내세우면서 지역 재생과 균형 발전이 전국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자체들이 원도심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대규모 택지개발로 조성된 신시가지와 기존 원도심 간 각종 인프라와 발전 수준에서 많은 격차가 생겼기 때문이다.
원도심 주민들은 인구 유출과 지역 공동화에 따른 상권 침체는 물론 지자체의 예산과 행정력도 신시가지 쪽으로 쏠린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 전체의 균형을 맞추려는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는 자치단체장의 선거 핵심 공약이자 지역 역점사업이 돼왔다.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나온 뒤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우영우 김밥집'은 수원 행리단길에 있다.
행리단길은 수원의 원도심으로, 지자체가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해 침체한 상권을 살린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수원시는 아스팔트 도로를 돌길로 복원하고 주차장을 만들어 방문객이 오가기 좋게 꾸몄다. 또 지역 특색을 살린 한옥문화체험관을 건립하고 벽화 그리기·간판 교체 등을 진행해 2018년부터 국내외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조성했다.
울산역이 이전하면서 1990년대부터 쇠퇴기를 걸었던 울산 중구 중앙동도 자치구가 6년간 추진한 원도심 재생사업이 올해 마무리됐다.
정부 지원 예산 등 모두 182억원을 들여 방치된 여관을 숙식이 가능한 청년 창업자 업무공간으로 개조하고 낡은 건물 옥상은 지역 문화인들의 공연장으로 꾸몄다.
맥줏집이 모여 있는 호프거리에는 야간조명과 음향시설을 설치해 야외 나이트클럽처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부산 동구·서구·중구 등 5개 자치구는 원도심권 상생·발전을 위한 산복도로 벨트협의체 구성을 추진 중이다. 부산 산복도로<사진>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산 중턱에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동네들을 이어주는 도로였다.
부산시는 2011년부터 10년간 1500억원을 들여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해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재생사업을 한지 10년을 지나 다시 침체 조짐이 나타나자 자치구들은 각 구의 산복도로를 연결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등 활성화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광주 충장축제

한때 호남 최대 상권이었던 광주광역시 충장로에서는 매년 '추억의 충장축제'<사진>가 열리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에서는 옛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의 테마거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하루 평균 10만명이 찾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어 문화관광 최우수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주시는 쇠락한 원도심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음주문화인 '가맥'(가게 맥주)을 활용한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달 전통시장인 모래내시장에서 '치맥가맥 페스티벌'을 열었고 원도심인 전주종합경기장 야구장에서 '2022 전주 가맥축제'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역의 독특한 음주문화인 가맥을 활용한 축제들이 원도심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효과를 보고 있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와인축제 등 기존 일부 축제를 없애고 영국 에든버러 축제를 기본 모델로 하는 '대전 0시 축제'를 열기로 했다.
이 축제는 2009년 대전역을 중심으로 1차례 열린 뒤 폐지됐다. 대전시는 축제 공간을 대전역은 물론 동·중구 원도심까지 확장해 주변 심야관광에 활기를 불어넣기로 했다.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항상 원활하게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균형발전 사업이 재원 조달이나 관계기관 사이에 이견으로 애초 구상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부진한 경우도 많다.
'청주의 명동'으로 불렸던 충북 청주시 성안길은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택지가 개발되고 대형 유통시설이 조성되면서 상권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청주시는 늘어나는 빈 점포에 포토존과 임시미술관을 설치하는 등 유동인구 유입을 통한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당초 기대치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인천의 경우 내항 주변 원도심 주민들이 항만물류시설 가동에 따른 소음·분진 피해를 30년 넘게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도시 재생 사업은 장기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올해 7월 취임 이후 내항 주변을 비롯한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뉴 글로벌시티 인천'과 '제물포 르네상스' 계획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인천 내항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미래 성장산업과 청년창업의 산실로 만들고 수도권 최고의 해양관광 공간을 조성한다는 야심 찬 구상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원도심 재생이 침체한 지역 상권을 살리는 경제적 효과 이외에 주민들의 동질성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변병설 인하대 정책대학원장(도시계획학)은 "원도심은 해당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간직한 곳"이라며 "원도심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외 신산업 유치와 재배치를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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