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유럽 허브, 택배처럼 부품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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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유럽 허브, 택배처럼 부품 처리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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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거리 다음날 배송…24시간 '풀가동'
신속 A/S로 현대차·기아 유럽 인기몰이 견인

축구장 8개 정도 크기 대형 공장에 들어서자 각기 다른 크기의 포장된 박스가 빼곡히 쌓여 있다. 대형 가구매장의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들기) 상품 진열코너도, 택배회사의 대형 물류창고도 아니다.
유럽 내 현대·기아차 부품 공급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벨기에 중앙물류센터(CDC) 내부 모습이다. 벨기에 북동부 베링언시(市)에 위치한 이 센터에서는 직원들의 배송 분류 작업이 주 업무다. 
직원들은 지게차로 중앙 복도를 오가며 주문받은 부품 박스를 종류별로 실어 나르고, 각지로 출발하는 트럭 상차 작업을 진행한다. 
1998년부터 현지에서 직접 부품을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시작한 현대모비스는 2016년 지금의 부지에 5만4천㎡ 규모로 센터를 신축했다. 신축 뒤 센터 내부를 언론에 직접 공개한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센터에는 현대·기아차에 필요한 부품 20만 개, 액수로 따지면 6천700만 유로(약 931억 원) 규모의 재고가 보관돼 있다. 매달 판매되는 신차 부품 개수 기준으로 5배 정도로 재고 규모를 유지한다. 현대모비스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물류센터 중 최대 규모다.
베네룩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3국과 스위스, 프랑스 지역의 자동차 정비 딜러 1천100여 개 사에 '익일·다이렉트 배송'을 원칙으로 3교대·24시간 '풀타임' 가동된다.
당일 오전 11시까지 딜러가 부품 주문을 하면, 분류 작업을 거쳐 오후부터는 30분 간격으로 매일 트럭 30대가 유럽 각지로 출발한다.
벨기에 내는 물론 스위스나 800㎞가량 떨어진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딜러도 익일 오전 8시면 주문한 부품을 배송이 완료된다. 자동차 부품계의 '로켓배송'인 셈이다.
현대모비스는 벨기에를 포함해 유럽 총 7개 권역에서 현지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데, 벨기에 센터의 경우 다른 권역 센터 부품이 모자랄 경우 자체 구축된 전산망을 가동해 신속히 부품을 찾아 보내주는 '허브' 역할도 하고 있다.
사실 현대모비스가 현지에 처음 진출했을 때만 해도 유럽 자동차업계는 국가별 물류 이동이 활발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이런 사업 모델이 비교적 활성화돼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한때 한국에서 외제차를 구매하면 부품 구하기가 쉽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듯, 현대차 역시 유럽 진출 초창기 신속한 A/S 제공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어느 정도 사업 모델이 자리를 잡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면, 매출이 꾸준히 상향 곡선을 타고 있다. 작년 한 해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대 깜짝 성장했고, 올해 역시 큰 폭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지 자동차 못지않은' 신속한 A/S 사업 모델은 유럽 내 현대, 기아차 입지를 넓히는 데에도 일부분 기여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유럽 시장 점유율도 9.9%로 폭스바겐, 스텔란티스에 이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서서히 저물면서 자동차부품제조·판매사업도 '사양산업'이 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당장 유럽연합(EU)의 경우 2035년부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의 일환으로 역내에서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오히려 새로운 사업 모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치엽 현대모비스 벨기에 법인장도 관련 질문에 "아직은 전기차가 이제 막 팔리기 시작한 수준이라 매출 규모 비중은 작지만, 주력 비즈니스가 전기차가 되면 배터리 등은 규제로 별도로 창고를 구축해야 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고, 한편으로는 내연기관 A/S 수요도 계속 있을 테니 고민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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