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2029년 12월 개항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제2의 인천공항'으로 만들겠다는 대규모 국제공항의 공사 기간이 5년으로, 울릉공항과 비슷하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일정에 맞춰 개항 일정을 짠 만큼, 정부로선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는 공항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초고속 완성'…엑스포 맞춘 공기단축에 우려도

 

배치도 공법도 공기단축에 방점 '유례없는 속도전’

연구진도 "매우 도전적…공사기간 단축 가능하다”

"공항은 국가 SOC…현실적 계획인지 염려스러워"

 

◇ 공항 배치 전면 수정 :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추진계획'을 보면 건설공법부터 공항 배치, 발주 방식, 사업관리 등 전 영역에서 '사업기간 단축'을 우선 고려사항으로 놓았다.

여러 선택지 중 사업 기간을 줄일 방안을 택해 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공항배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앞서 사전타당성 조사 때는 충분한 공사 기간을 갖고 공항시설 전부를 해상 매립을 통해 배치하는 안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육상과 해상에 걸쳐 공항시설을 배치하는 안을 결정했다.

국수봉 등 절취와 해상 매립을 최소화해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서다.

공항을 전부 해상에 배치하면 매립량은 2억1천만㎡인데, 육상에 터미널을 배치하면 매립량이 9500만㎡로 줄어든다.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참여한 정문경 한국지반공학회 회장은 "활주로는 북측에 배치하고, 여객터미널 등 시설물은 남측 육상에 배치하는 방안이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공사 기간 단축에 가장 유리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건설공법 역시 사업 기간 단축 효과까지 고려해 매립식으로 결정했다.

매립·부체·잔교식 공법 모두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부체식은 국제공항으로 건설한 선례가 없는 공법이라 사전절차에 5∼15년이 걸리고 잔교식은 공사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 종합사업관리 도입 : 정부는 사업관리를 강화해 공기를 단축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전문사업관리조직(가칭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만들고, 사업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사업관리(PgM)을 설계단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PM(건설사업관리)이 단일 사업을 주 대상으로 한다면, PgM은 전체 사업의 최종적인 성공을 위해 사업 초기부터 기획과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토목, 건축, 전기, 안전시설, 관제 등 여러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묶어 총괄 관리하게 된다.

부지조성공사는 통합발주(턴키) 방식으로 진행해 기간을 2년 이상 줄인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2029년 12월 개항 시기를 적시하고 대규모 사업량을 통합 발주하면 민간은 이를 처리하기 위한 대규모 장비를 투입하고, 인력투입 강화, 신기술·신공법을 적용해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기를 단축하는 사업자에게는 가점도 부여한다.

국토부는 "남아있는 기본계획 용역 기간 동안 관련 기관, 민간과 협업해 다양한 공기 단축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 유례없는 속도 ‘공사기간 5년’ : 가덕도 신공항 공사 기간은 2024년 12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5년(60개월)이다.

내년 1월부터 한 해 동안 설계·보상 등 착공 준비를 한 뒤 공사를 시작한다.

사전타당성조사 때 공사 기간은 2025년 10월부터 2035년 6월까지 9년 8개월(116개월)이었는데 기간을 4년 8개월이나 앞당긴 것이다.

'공사기간 5년'은 과거 공항 건설 사례와 비교해도 유례없이 속도가 빠른 것이다.

1992년부터 11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이뤄진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의 공사 기간은 9년, 2단계(2002년 1월∼2008년 6월)는 6년이었다. 2009년 9월 시작해 2017년 12월 마무리된 3단계 사업 공사 기간은 8년이었다.

현재 건설 중인 울릉공항의 공사 기간이 가덕도신공항 추진계획과 비슷한 5년이다. 울릉공항의 총사업비는 7092억원으로 가덕도신공항과 20배가량 차이가 난다.

백령공항의 경우 2025년 착공,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런 '속도전'은 정부로서는 큰 도전 과제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본계획 용역 연구진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이전에 가덕도신공항을 안전하게 개항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정문경 지반공학회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계획이) 여유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다"라면서 "관계부처들이 열심히 손발을 맞춰야 공기가 맞춰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불확실성 커 염려 : 전문가들은 '속도전'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안전성을 갖춘, 제 역할을 하는 국제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목소리다.

아주대 유정훈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공항은 최소 50년에서 100년 이상을 바라보는 국가의 중요 기반시설"이라며 "부산엑스포 유치도 중요하지만 국가 미래를 좌지우지할 행사는 아닌데, 엑스포에 맞춰 공기를 단축해 개항한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지금까지 대규모 SOC 사업의 계획 과정과 완공까지 걸린 시간을 고려한다면, 5년 만에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아무 문제 없이 이뤄질 경우 토목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과가 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커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항공대 이윤철 경영학부 교수는 "외부적 상황을 고려해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적인 계획인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공사 진행 과정에서 단계적 검토가 이뤄지며 공기가 조금씩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 간사이공항도 매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공사 진행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안전을 고려해 늦출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항공대 윤문길 경영학부 교수는 "빠르게 개항한다고 해서 기술적인 문제나 안정성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정치적 문제가 개입돼 이와 관련한 타당성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