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박해' 난민 신청 외국인 9개월째 인천공항서 노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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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박해' 난민 신청 외국인 9개월째 인천공항서 노숙생활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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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신청자 21명…"대기소 설치해야"

북아프리카 출신 외국인 난민 신청자가 난민심사도 받지 못한 채 9개월째 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출신 A씨는 지난해 10월 1일 한국에 왔으나 입국하지 못한 채 이날까지도 공항 출국장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권단체는 난민신청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금지하는 난민법에 따라 A씨의 국적·나이·이름 등은 밝히지 않았다.
A씨는 인천공항 도착 직후 종교적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난민심사를 신청했으나 법무부 산하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를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A씨 출신국에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는 법률이 있다. 그는 해당 종교 신자가 아니어서 교리에 따라 살 수 없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당시 담당자는 "(신청 내용은) 명백한 난민 사유가 될 수 없다"며 A씨가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인천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초 이날 선고공판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변론 재개에 따라 선고는 미뤄졌다.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A씨는 영양 균형이 갖춰지지 않은 하루 2끼 식사만 제공받고 있어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며 "공항 출국 대기실이나 출국 게이트 앞 의자에서 쪽잠을 자면서 생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고가 미뤄지면서 A씨가 공항에서 1년 가까이 사실상 구금 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이라며 "일부 시민단체가 A씨를 지원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A씨와 같이 공항에서 장기간 노숙 생활을 하면서 소송 절차를 밟은 난민 신청자가 21명(지난해 10월 이후 집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난민 신청자가 공항에서 장기간 노숙 생활을 하는 일이 반복되자 국내 인권단체들은 이날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선 국회에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난민 신청자들이 임시로 머무를 수 있는 출입국대기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입국대기소 설치 관련 법안은 지난해 12월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공항살이 287일 만에 난민 인정을 받은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씨는 "모든 것이 비싼 공항에서 햄버거를 매일 먹는 지옥 같은 생활을 했고 현재까지도 그로 인해 여전히 아프다"며 "같은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을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종찬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소송으로 다투면 4건 중 3건꼴로 신청자가 승소할 정도로 잘못된 불회부 결정들이 나오고 있다"며 "더는 난민 신청자들을 몇 달씩 출국 대기실에 구금할 게 아니라 공항 밖에 출국대기소를 설치해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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