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성 변호사의 미래교통] 자율주행 단계에 따른 형사책임과 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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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성 변호사의 미래교통] 자율주행 단계에 따른 형사책임과 법제도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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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사고 시 법적 책임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이 있다. 민사책임은 손해에 대해서 금전 배상을 하면 되지만, 형사책임은 경우에 따라서 전과자가 되고 인신 구속의 위험도 있으므로 민감한 문제이다. 자율주행이 개별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낮출 수 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사망하거나 중상해 시 민사책임과 별도로 형사책임은 불가피하다.

형사책임은 인적·물적 피해를 야기한 경우 형사책임과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의무규정의 위반에 대한 형사 책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자동차 운전 시 형사 책임에 관한 주요 법률은 형법,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자율주행 레벨3에서는 현행법상 운전자가 여전히 형사책임의 주체이다. 레벨3에서 운전자는 자율주행시스템이 제어권 전환(take over)을 요청하는 경우 즉각적으로 개입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운전의 통제권은 운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운전자는 전 과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제어권을 전환 받을 주의의무를 해태한 부분에 대해서 비난의 가능성이 있고,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도 있으므로 형사 책임은 감경될 여지는 있다.

그런데 현행 도로교통법은 휴대전화 사용, 영상표시장치 조작 등 극히 일부의 예외규정만 두었을 뿐 대부분 자율주행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비자율주행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향후 자율주행 운전자의 주의의무의 예외를 인정하고, 위반 시 책임을 경감시키는 입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운전자의 개입의무 위반과 더불어 자율주행 시스템의 결함이 함께 사고의 원인이라면 차량 제조사 또는 시스템 개발사도 운전자와 함께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전적으로 자율주행시스템의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라면 운전자는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급발진 사고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자율주행 시스템의 결함을 밝히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운전자의 개입이 비상시에만 일시적으로 인정되는 자율주행 레벨3는 비자율주행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결함을 증명하기 위한 입증책임 경감, 전환 등 입법 보완, 사고조사위원회 등 제도 보완을 통해서 제조사나 시스템 제작사와 공동책임 내지 운전자의 면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자율주행 레벨4 이상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없이 자율주행 시스템으로만 운행되며, 운전자는 운행의 시작과 목적지를 결정할 뿐 운전 행위에 개입을 하지 않아 운전 행위 중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책임을 부과하기는 어렵다.

레벨4에서는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 주체이므로 자동차의 결함이면 제조회사, 운행시스템 오류라면 프로그램 개발회사가 형사책임을 부담한다. 그런데 회사(법인)은 범죄능력이 없어 자연인이 범죄의 주체이므로 형사책임은 회사의 대표자, 담당직원에게 귀속된다. 다만 법인은 양벌규정의 적용을 받는 경우 관리감독상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형사 처벌을 부담할 수 있다.

현행법제에서 자율주행 레벨4 이상을 전제로 자동차 제조회사, 자율주행 프로그램 개발회사, 그 회사의 대표자나 담당직원의 형사책임에 대한 입법은 없고 논의조차 미진하다.

또한 레벨4는, 운전자가 아닌 탑승자로 법적 지위가 변화되면 형법적 책임 주체에 대한 변경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로교통법상 교통사고 후 구호 조치의무는 운전자와 승무원이고(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차량 운전죄(일명 ‘뺑소니’)의 주체는 운전자이다. 즉 자율주행 레벨3에서는 여전히 운전자의 지위를 갖지만, 레벨4 이상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 운전자가 아닌 탑승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탑승자에 불과한 사람에게는 도로교통법상 구호조치할 의무가 없고, 도주하더라도 처벌 받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탑승자 또는 별개 주체에게 의무를 부여할지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는 자율주행을 규율하는 법률조항이 없다. 도로교통법에는 자율주행시스템과 자율주행 자동차의 정의, 운전에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하는 조항(도로교통법 제2조), 자율주행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 방송 등 영상물을 수신 재생하는 영상표시장치를 표시하거나 조작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도로교통법 제50조의2 제2항), 자율주행자동차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장치를 장착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두었을 뿐이다. 향후 자율주행 레벨3 이상 운전자의 의무, 통행방법, 위반 시 처벌에 대한 상세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독일 도로교통법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경우나 자율주행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언제든 지체 없이 차량을 다시 조종할 의무가 있지만 자율주행 중에는 교통상황과 차량 조종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도록 운전자의 의무를 대폭 완화했다. 또한 차량 보유자 외 주행 관여자로서 기술감독, 제조사의 의무를 규정했다.

미래에 고도의 인공지능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면 인공지능 자체에 대해서 형사책임의 주체로 인정할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전자 인격체(eletronic personhood) 지위를 인정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법인격의 주체이다. 미래에 인공지능에도 법인격을 부여해 법적 책임을 부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제작자는 자율주행 정보를 기록하는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를 부착해야 한다(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9조의17 제1항). 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는 기록장치에 기록된 자율주행정보 기록의 분석을 통해 사고원인을 규명한다(39조의 14 제1항). 그런데 형사책임 규명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정보 관리 문제는 중요한 이슈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단독 주행뿐만 아니라 협력 주행으로 나아가고 교통시스템으로 주행하게 된다. 따라서 자율주행 정보 관리에 대해서 사이버 보안이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제작 안전 가이드라인에서도 사이버 보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침해는 교통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어 강력한 형사 제재가 필요하므로 자율주행 사이버 보안을 위한 형사 입법도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기존의 형사 책임은 변화가 필요하다.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등 안전운전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기계적으로 준수할 것이다. 따라서 형사 책임은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시범운행지구, 임시운행허가, 안전기준 마련 등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용화를 촉진하고, 사고 발생 시 사고 원인 조사, 보험 가입, 손해배상 배상 책임과 구상책임 등 민사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반면 형사책임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태이므로 앞으로 활발한 논의와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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