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세' 없는 어촌 마을, 젊은 歸漁人이 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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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 없는 어촌 마을, 젊은 歸漁人이 몰리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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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백미리 주민 최근 5년새 12% 증가
"낯설고 힘든 생활, 주민들 따뜻이 도와줘"
소득 최하위권서 전국 어촌계 상위권 도약

제부도와 궁평항 등 화성에 있는 유명 관광지에 밀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백미리 마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귀어인들이 몰려들고,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고향을 지키는 다른 어촌과 달리 마을은 갈수록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마흔살 어촌계장 : 화성시청에서 차로 30여 분을 달려 서쪽으로 가다 보면 305번 지방도 우측에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이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그대로 직진하면 궁평항이 나오지만, 우측으로 난 마을 길로 접어들어 2㎞가량 더 가면 백미리 마을에 닿는다.
백미리(百味里). 말 그대로 100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백미리 마을 입구 안내판에는 '백가지 맛, 백가지 즐거움 백미리'라는 문구와 함께 마을에서 자체 개발한 브랜드 이미지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깨끗하게 정비된 주차장 오른쪽으로는 드넓은 갯벌을 가로질러 감투섬과 연결된 길이 보인다.
머리에 쓰는 감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감투섬으로 이름 붙여진 섬은 육지로 통하는 길이 밀물 때 바다에 잠겼다가, 썰물 때면 드러나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은 봄이나 가을 주말에 하루 수 만명이 몰리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과거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골 마을에 불과했던 가난한 어촌마을 백미리는 2004년 마흔살 젊은 어촌계장이 마을을 이끌면서 변화의 새바람을 맞았다.
19년째 백미리 어촌계를 이끄는 김호연(59) 계장은 2004년 선출 직후부터 마을 살리기에 사활을 걸었다.
김 계장은 어민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연안과 갯벌에서 채취할 수 있는 수산물의 종류를 확대하고, 판로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남해안에서 주로 채취하는 새꼬막을 백미리에서 키울 수 있도록 연구했고, 여기에 성공하면서 어촌계원들은 새꼬막 양식으로 소득을 높일 수 있었다.
수산물은 자연산 조개와 굴, 바지락, 새꼬막, 낙지 등으로 확대됐다. 어촌계 판매 상품도 간장게장, 새우장, 밀키트 등으로 다양해졌다.
갯벌 체험 프로그램도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트랙터를 개조한 셔틀을 도입해 썰물 때 감투섬까지 태워주고 체험료를 받는 방식으로 마을의 수입을 늘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0년대 초 백미리 어민들의 연간 소득은 전국 2200여개 어촌계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간 100억원대의 수익을 올리면서 전국 100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난한 어촌 마을의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였다.


◇어촌계원 절반 이상이 귀어인 : 백미리의 상전벽해는 귀어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2019년 416명이던 백미리 주민은 2021년 457명, 올해 464명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어촌계원 124명 중 절반 이상이 귀어인이다. 어촌계원 평균 연령도 49세에 불과하다.
다른 어촌계와 달리 젊은 귀어인이 늘어나는 데에는 어촌계 가입 문턱을 낮추는 획기적인 시도가 배경이 됐다.
국내 상당수 어촌계는 가입비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백미리 어촌계는 10여년 전부터 특별한 조건 없이, 백미리 마을에 거주하고 본인이 희망하면 계원으로 받아줬다.
지금은 문호를 더 넓혀 자격 요건을 '서신면 거주자'로 확대했다.
귀어인들이 초반에 기술이 부족해 조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원주민들이 부족량을 채워주는 식으로 '텃세' 없이 귀어인들을 보듬었다.

 

◇귀어인 위한 교육·인프라까지 : 백미리 사람들의 '귀어인 보듬기'는 단순히 텃세를 부리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귀어인을 위한 교육과 인프라 갖추기까지 이어진다.
주민공동이용시설 2층 세미나실에서는 해양수산부와 경기도, 한국농어촌공사가 공동 주관하는 여성어업인 대상 교육을 진행한다. 몸을 쓰는 작업이 많아 통증에 시달리기 쉬운 어업인들을 위한 교육이다.
도시 생활을 접고 귀어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백미리 마을은 그런 이들을 위해 귀어를 연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1년 살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어촌뉴딜 사업을 통해 조성된 슬로우푸드 체험장 2층에는 1년 살기 참가자들을 위한 숙소 'B&B 하우스'도 마련했다.
'Bed & Breakfast'의 준말로, 원룸 형태의 8개 객실과 함께 공동 테라스, 바비큐장 등도 갖췄다.
지금은 8개 객실 중 6개 객실에 참가자가 입소해 귀어를 준비하고 있다.
어촌계는 1년 살기 프로그램 참가자에게도 어촌계원 수준의 자격을 부여한다. 당사자가 희망하면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백미리는 도시생활을 즐기다가 귀어한 사람들을 위해 여가 시간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마련했다.
주민공동이용시설 2층 헬스장에는 운동기구는 물론 당구대, 탁구대, 필라테스 기구까지 갖췄다. 시골 마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필라테스 기구는 최근 귀어한 여성 주민 중 한 명이 필라테스 강사 이력이 있어 기구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어촌뉴딜 사업을 통해 지어진 주민공동이용시설 내에는 쾌적한 샤워실과 어린이 작은 도서관, 매점, 세미나실 등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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