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건 '도시재생'…원도심을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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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 건 '도시재생'…원도심을 일으키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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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6년 반에 걸친 재생사업 효과 톡톡
보행환경 개선하고, 야시장·테마거리·공원 조성
청년 창업가 품어…"주민참여 계속 키워나가야"
인파로 붐비는 울산 '젊음의 거리'

"원도심이라고 하면 좀 오래되거나 낙후됐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여긴 그런 느낌도 없고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네요."
지난달 27일 오후 울산의 원도심인 중구 성남동 '젊음의 거리'를 찾은 이모(25) 씨는 거리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10∼20대뿐만 아니라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 중·장년층, 외국인들이 거리에 있는 쇼핑몰, 음식점, 카페, 각종 상점 사이를 거닐며 휴일을 즐겼다.
식당과 카페들은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저마다 개성이 넘쳤다.
7080 복고풍 테마거리로 조성된 '맨발의 청춘길'은 재미있는 캐릭터와 벽화 등이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계탑 사거리에서 시립미술관 쪽으로 이어지는 문화의 거리 일대에서는 길거리 공연을 펼치는 연주팀의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원도심은 쇠퇴의 길을 걷던 위기의 지역이었다.

◇1990년 이후 쇠락 : 한 도시에서 최초의 중심지였던 지역을 일컫는 단어인 원도심(原都心).
울산에서 원도심이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중구 성남동, 중앙동 일대다.
한때 택시를 타고 "시내 갑시다"라고 하면 운전기사 열이면 열 모두 성남동, 중앙동에 내려주던 시절이 있었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관청 건물인 동헌과 객사가 있던 행정 중심지였다.
1920년대부터 울산역이 생기고 조선중앙철도 경동선이 개통하면서 교통 요충지로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 주변에는 재래시장과 상가가 들어서고 백화점, 극장 등도 자리잡아 명실공히 울산의 도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울산역이 지금의 남구 삼산동 태화강역으로 이전하고, 삼산동에 대형 백화점마저 연달아 들어서면서 원도심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다.
통계에 따르면 1985년 3만457명이었던 중앙동 인구는 2010년에는 절반 이하인 1만3093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쇠퇴의 길을 걷던 원도심이 오늘날 활력 넘치는 곳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구의 사활을 건, 6년 반에 걸친 '도시재생'이 있었다.

 

수연이네 전경

◇'도시재생 바람'이 불다 : "중구의 중심이 중앙동이다 보니 여기를 살려야 지역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구 안전도시국 도시과 김대성 주무관은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구는 쇠퇴해가는 원도심을 살리고자 2012년 '문화 중구'를 타이틀로 내걸고 문화업종의 건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60∼80% 지원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원도심 전체를 부활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좀 더 대대적인 지원책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국토교통부의 2016년 도시재생사업 지원 대상에 울산 원도심이 선정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울산, 중구로다(中具路多)'라는 명칭의 도시재생사업은 2016년부터 2022년 6월까지 6년 6개월간 원도심 일대에서 이뤄졌다.
낡은 건물 옥상에는 휴게 공간을 조성해 지역 문화인들의 공연장으로 꾸몄다. 젊음의 거리 등에는 조형물과 조명, 음향, 통신 장비를 설치해 클럽형 야시장을 조성했다.
노점상을 철거한 자리에는 7080 복고풍 테마거리인 맨발의 청춘길을 조성해 볼거리를 추가했다.
중앙길은 보행로와 차도를 분리해 보행 환경을 개선했다. 원도심 상권을 태화강까지 확대하고자 강변과 연결된 나들문, 조망시설, 보행데크 등도 정비했다. 쉼터 공간 등 공원도 곳곳에 조성했다.
2021년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가까이 도시재생사업 후 원도심 방문 횟수가 늘어났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원도심 이용 만족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방치된 여관, 창업 공간으로 변모 : "가진 게 아이디어밖에 없는 저희에겐 무료로 업무 공간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스타트업 '커네팅'을 운영하는 이승민 대표는 매일 아침 원도심으로 출근한다.
그의 회사는 시계탑사거리 인근에서 골목으로 접어들면 마주치는 4층짜리 건물에 있다.
방치된 여관을 리모델링해 24시간 숙식이 가능한 무료 청년 창업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청년디딤터' 건물이다.
이 대표의 회사는 지난해 청년디딤터에 입주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지역 청년 디자이너들을 고객과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시재생을 거치며 원도심은 지역 청년 창업가들도 품게 됐다.
중구는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청년디딤터를 2020년 개관했다. 6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과 회의실, 공유주방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
이 대표와 같은 청년 창업가들에게 청년디딤터는 말 그대로 '디딤돌'이 되는 터전이다.
입주 기간은 최대 2년으로, 최초 6개월 후 평가를 통해 3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현재 입주 기업들이 올린 총매출액은 5억1천여만원, 투자유치액은 1억9천여만원, 지식재산권 등록은 12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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