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 허생원의 장돌뱅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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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 허생원의 장돌뱅이길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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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개와 개울, 노루목·재산재…효석문학 100리길로 재탄생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인 고갯길…그린바이오산업 메카 변신
봉평 메밀꽃밭 달리는 문학 열차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가산 이효석 선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주인공 허생원이 조 선달, 동이와 함께 대화장으로 넘어가던 달밤의 고갯길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현대 단편 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이 소설의 실제 무대인 봉평면 효석문화마을은 지금 메밀꽃만큼이나 숨이 막힐 정도로 축제가 한창이다.
1936년 소설 발표 이후 62년 뒤인 1999년부터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사연이 있는 물레방앗간과 메밀꽃밭, 흥정천을 무대로 효석문화제가 해마다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매년 30만명이 찾아와 이효석 문학의 세계에 빠져 감수성을 싹 틔운다.
허생원 일행이 대화장으로 가기 위해 넘던 고갯길인 장돌뱅이 길은 효석문학 100리길로 거듭나 관광 산업을 꽃피웠다.
장돌뱅이들의 애환이 서린 봉평장과 대화장은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한 시설 현대화로 재도약에 나섰다.

◇거듭난 장돌뱅이길 : '대화까지는 칠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산허리에 걸려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두 고갯길은 노루목과 재산재이고 허생원이 발을 빗디뎌 고꾸라져 몸채 풍덩 빠진 개울은 여울목이다.

 

이효석문화제 포토존

평창군은 소설 속 주인공인 허생원과 동이가 오가던 장돌뱅이길을 '효석문학 100리길'로 재탄생시켰다.  
강, 들, 숲 등 옛길을 따라 걸으며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인 봉평 효석마을에서 평창읍까지 53.5㎞에 5개 구간으로 나눠 조성했다.
1구간 '문학의 길'은 이효석 선생 생가∼흥정천∼용평면 백옥포리∼장평리 여울목까지다. 2구간 '대화장터 가는 길'은 여울목∼용평면 재산리∼대화면 신리∼대화장터까지 이어진다.
3구간 '강 따라 방림 가는 길', 4구간 '옛길 따라 평창강 가는 길', 5구간 '마을길 따라 노산 가는 길'로 구성됐다.
소설 속 이효석 선생의 명대사를 발췌해 구간 곳곳에 설치, 문학과 걷기를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효석문학 100리길은 문학 스토리텔링, 꽃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소공원, 문학의 거리 등이 담겨 이야기가 있는 체류형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대화장의 쇠락 :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이 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봉평장터에서 큰 수확을 보지 못한 허생원이 한몫 벌기 위해 흐뭇한 달빛에 밤새 걸어 향하던 대화장의 상황은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역(참)으로 인해 교통이 발달한 대화면 상업의 역사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08년에 서영보(徐榮輔)·심상규(沈象奎) 등이 왕명에 의해 만든 '만기요람'을 보면 대화장은 '전국 15대 시장 중 하나'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시장이었다.
1913∼1917년 대관령 신작로가 뚫리면서 대화장에 보부상들이 붐비면서 옛 장터의 명성을 되찾기도 했다.
소설 발표 시기인 1938년 통계를 보더라도 평창군 6개장 중 대화장의 연간 거래액은 27만800원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평창장의 연간 거래액은 4만6102원으로 대화장의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1975년 영동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주요 교통로에서 소외되면서 지역 상권은 쇠락하고 인구도 줄었다.
400년 전통을 이어온 봉평장은 현재 관광객을 위한 주말장터가 운영 중이고, 대화장도 현대화 시설 개선에 나서는 등 옛 영광 재현에 나섰다.
◇서울대 평창캠퍼스 들어 와 : 효석문학은 그린바이오 산업으로도 꽃을 피웠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대화면 재산재 옆 자락에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를 유치한 것이 지역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가 됐다.
서울대는 도심의 팽창으로 시설을 이전해야 했고, 평창은 지역 미래 발전과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이를 유치했다.
평창군 대화면 신리 일원에 262만2천㎡ 규모로 2014년 6월 준공한 평창캠퍼스 조성사업에는 3360억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더해 평창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공모사업인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 평창의 그린바이오 산업은 날개를 달았다.
농업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 등을 적용해 고부가가치 제품 등을 만들어내는 신산업으로 국내 시장 규모만 2027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평창이 선정된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는 관련 창업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전문시설로, 2025년까지 231억을 투자해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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