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도시, '워케이션'으로 젊음을 끌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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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도시, '워케이션'으로 젊음을 끌어오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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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즐기는 '워라밸' 직장인, 전국서 유치
비즈니스 인프라 갖추고, 인적 교류 여건 강점
박 시장 "글로벌 워케이션 선도도시로 키울 것"
부산 워케이션의 낭만…요트 타는 직장인들

"일상에서 벗어난 공간에서 일을 하니 스트레스가 절로 해소되네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오히려 업무 능률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지난달 부산 동구에 마련된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찾은 30대 김모 씨는 통유리창 너머 부산 산복도로 전경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체험하는 '워케이션'(worcation)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쳐 만든 합성어다.
산과 해변 등 휴가지에서 머물며 일과시간에는 업무를 하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휴식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5박 6일 동안 그는 눈부신 부산 앞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근무하다가, 오후 6시 퇴근을 하면 타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변신했다.
부산의 현지 문화를 경험하고자 인근에 있는 영도를 찾아 골목과 항구에 깃든 감성을 느꼈다. 해운대에서는 푸른 바다와 도시의 낭만을 만끽했다.

 

영도구에 있는 부산 워케이션 위성센터

◇대안으로 떠오른 워케이션 : 부산은 원도심인 동·중·서·영도구를 중심으로 청년층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곳곳이 인구감소지역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제2 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국내 100대 기업 중 부산 소재 기업은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나는 청년층 유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인구소멸 문제는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 지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론된 것이 바로 워케이션이다.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편성하자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워케이션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관광, 휴양, 업무 등을 위해 머무는 인구를 일컫는 생활인구는 일정 기간 이상 해당 지역에 머물면 정주인구와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워케이션을 추진하겠다고 결정했지만, 막상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주나 강원 등 휴양지로 유명한 지역이 워케이션 분야에서 일찌감치 앞서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로서 차별화가 필요했다.
이에 관광을 중심으로 워케이션을 진행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부산시는 '일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 옆 아스티호텔에 거점센터를 마련해 교통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호텔 꼭대기층에 자리 잡아 부산 도심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센터는 업무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공간을 조성했다.
708㎡ 규모 거점센터는 업무공간 50석, 회의실 2실, 폰 부스 4실, 이벤트 라운지, 미니 바 등으로 이뤄졌다.
업무공간은 '몰입형' 1인석과 협업·교류를 위한 '회의형' 좌석으로 구분했다.
방음시설을 갖춘 회의실은 전체 벽면을 화이트보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클라우드 기업 등을 위해 독립된 인터넷망도 갖췄다.
거점센터 이외에도 인구소멸지역 중 하나인 영도구에 '위성센터'를 뒀다. 필요할 경우에는 자유롭게 이동해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도 진행해 체류자들이 비즈니스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 : "'워크'와 '버케이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부산에서의 워케이션이야말로 직장인에게는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채용 플랫폼 베러웍스 임태은 대표는 부산을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열렬히 놀 수 있는 공간'으로 표현했다.
제2의 도시로서 기본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업무 편의성이 높다는 것은 워케이션 거점으로서 부산만이 가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은 워케이션이 도심과 떨어진 지역에서 진행되다 보니 인쇄소, 정비소 등 필요시설을 갑작스럽게 이용해야 할 경우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워케이션 참여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부산 워케이션 센터에서는 주기적으로 네트워킹 행사인 '더블유 데이'를 열어 체류자들이 비즈니스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행사 날에는 워케이션에 온 사람들이 서로 업계 정보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고, 부산 명소를 함께 관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른 워케이션 참가자 역시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영감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부산의 강점이 있다"며 "이 행사가 아니었다면 유명 외국계 회사 직원을 언제 만나서 대화를 나눠볼 수 있겠느냐"고 흡족해했다.


◇기업 유치하고, 인구 유입 : 부산 워케이션의 성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올해 2월 개소한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이용한 직장인은 1200여 명에 달한다.
한 달에 200명가량의 직장인이 부산을 워케이션 장소로 선택한 것이다.
더구나 1천여개의 대·중소기업과 2천여명 직장인이 이용 희망자로 등록했다.
일하기 좋은 부산의 매력을 경험케 하는 워케이션은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으로 이어졌다.
워케이션을 하다가 부산에 매력을 느낀 생활인구가 '정주인구'가 된 사례도 있다.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는 여러 차례 워케이션 센터를 이용하다가 부산으로 아예 이사를 왔다.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 특성상 거주지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었는데, 워케이션 경험을 통해 부산의 매력에 푹 빠져들어 정착하게 된 것이다.
이제 부산 워케이션은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인을 맞이할 준비에 나선다.
내국인을 상대로는 워케이션이 어느 정도 알려졌다는 판단 아래 외국인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첫 타깃은 원격근무 비율이 높고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점이 많은 일본이다.
부산시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9일 니콘, 소니 등 일본 유명 회사의 기업인을 초대해 거점센터 등 부산 워케이션을 소개하는 투어를 진행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워케이션 선도도시'로서 부산이 가진 강점과 차별화한 매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외에 알려 글로벌 워케이션 수요를 선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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