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대국통 자장율사가 걸었던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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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대국통 자장율사가 걸었던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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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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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사∼적조암∼뾰족바위∼만항마을 5㎞
자장율사 재평가 작업 및 선양사업 본격화
자장율사 순례길을 걷는 탐방객들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5리는 정선군과 태백시를 잇는 고갯길 두문동재 입구에서 함백산 만항재의 갈림길 일대 마을이다.
과거에는 상갈래, 싸리덕, 절골 등으로 불렸다.
김부래 산악인은 "칡 갈(葛)과 올 래(來)의 갈래는 자장율사에서 비롯된 지명"이라며 "절골도 '골(골짜기)에 사찰(절·정암사)이 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정암사는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그의 설명대로 이 일대는 자장율사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만항재 동쪽의 '뾰족산'은 자장율사가 공부하던 바위가 있다고 한다.

반대편인 만항재 서쪽의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九來里)는 '자장율사가 태백산 갈반지를 찾으려고 칡넝쿨을 따라 이곳에 '아홉 번'(九)이나 '와서'(來) 구래리로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자장율사는 신라의 대국통이다. 정암사는 자장율사가 지금으로부터 1378년 전인 645년 창건한 천년고찰이자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이다.
적멸보궁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절을 말한다.
정암사에 따르면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직접 보다)한 자장율사는 신라 땅에서도 그 인연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자장율사의 바람은 이루어져 지금의 강릉 땅인 대송정에서 문수보살을 다시 봤고, 문수보살은 "태백산 갈반지에서 또 보자"며 훗날을 기약했다.
당시 문수보살이 말한 태백산 갈반지가 곧 정암사다.
그러나 자장율사는 문수보살을 만나지 못했다.
남루한 촌로의 모습으로 화현(化現·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하려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하여 세상에 나타남)한 문수보살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천웅 정암사 주지 스님은 "정암사에서 만항재 방향으로 3.5㎞ 떨어진 적조암이 바로 자장율사의 열반지"라며 "열반한 자장율사를 적조함 근처 석굴에서 화장했고,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비 기록이다"고 말했다.
정선군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2019년 자장율사 순례길을 개통했다.
정암사에서 적조암∼뾰족바위를 거쳐 만항마을까지 5㎞다.
자장율사 순례길은 자장율사의 숨결을 따라 걷는 길이다.

 

정암사

정암사 경내에서 국보 제332호인 수마노탑으로 오르는 첫 계단에서 왼쪽으로 갈라진 길이 자장율사 순례길의 시작이다.
맑은 계곡을 따라 평탄하게 이어지는 숲길이 이어지다 된비탈을 만난다.
거친 오르막의 끝이 적조암과 함백산과 적조암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적조암을 지나 내처 걸으면 만항마을이다.
만항마을은 일제강점기 광산 개발로 형성된 탄광촌이다.
여기저기 소규모 탄광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1960년대 초에는 초등학교까지 문을 열었지만, 1980년대 후반 석탄산업 사양화로 폐광 도미노가 시작됐고, 주민도 한명 두명 만항마을을 떠났다.
만항마을의 탄광은 2001년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를 마지막으로 모두 문을 닫았다.
현재는 48가구에, 64명만 남았다.
그러나 만항마을은 2007년 함백산 야생화 축제의 성공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폈다.

천년고찰 정암사의 장엄한 아름다움, 국내에서 자동차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 사계절 야생화가 피는 산상 화원, 시원한 여름 기온 등을 바탕으로 한 함백산 야생화 축제는 만항마을 일대를 최고의 힐링 피서 여행지로 주목받게 했다.
만항마을은 해발 1572m 함백산, 해발 1442m 천의봉, 해발 1418m 금대봉, 해발 1426m 백운산 등 고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장율사가 첫발을 디딘 1300여년 전에는 사람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극한의 오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길이 생겼고, 그 길은 1300년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길은 여러 사람이 밟아서 다져진 통로'라고 한다.
우리가 모를 뿐 수많은 사람이 자장율사의 흔적을 따라 걸었기 때문에 그 길이 있는 것이다.
정암사는 자장율사에 대한 재평가 작업 및 선양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목적은 정암사가 자장율사의 성지임을 천명하고, 정선군민과 강원도민이 자랑할 수 있는 문화 및 힐링 콘텐츠의 창조다.
이 같은 새로운 목적을 향해 앞으로 수많은 사람이 1300여년 전 자장율사가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걸어가게 될 것이다.
정암사의 잔잔한 풍경 소리에서 '세상일에 혹해 머물지 말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것이 바로 도(道)'라는 생각을 음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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