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스티커, 도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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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스티커, 도움되나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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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볼 여유 없어" vs "한번 더 수색해"
"안전 생각한다면 '카시트·안전벨트'가 우선"

[대전] '위급 상황시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도로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문구를 붙인 차량은 더 많이 눈에 띄는데, '아이가 타고 있으니 조심해서 운전해 달라', '아이가 있으니 위급 상황 시 구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아이가 타고 있어요' 같은 스티커가 교통사고 등 위급상황 시 아이를 구조하는 데 얼마나 도움 될까.
119구조대원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소방청의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에는 차량사고 시 아이가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스티커를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구조대원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스티커가 구조 활동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대원들도 있지만, 스티커가 있으면 더 신중하게 수색작업을 하게 된다는 대원들도 있었다.
전북소방본부 소속으로 약 15년간 구조대에서 활동했던 박기배 소방위는 "차량사고 현장에서는 스티커 문구를 확인할만한 시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차량사고 현장에 2천회 이상 출동했다는 박 소방위는 아이와 관련한 문구가 구조 작업에 실제로 도움이 된 경험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스티커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차량사고 구조현장에서는 위급한 사람부터 구조하지 아이가 구조 우선순위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소방서 구조대에서 일하는 소방관도 "스티커를 유심히 보지 못했고 볼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전석에 다친 사람을 구하고 나면 뒷좌석도 보지만, 스티커가 있어서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2차, 3차 확인한다"고 했다.
소방청의 한 관계자는 스티커의 정보를 신뢰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이 탑승 스티커가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타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티커 문구의 효과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지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욱 대전둔산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은 "현장에 출동해 구조 대상자가 의식이 있으면 몇 명이 탔는지 물어보고, 의식이 없으면 차량을 정밀수색한다"며 "보통 1차, 2차로 수색하는데, 스티커가 있으면 한 번 더 한다"고 밝혔다.
구조 경력 20년이 넘은 백광일 완주소방서 119구조대장도 "구조현장에 출동해서 차량에 카시트가 있거나 아이 관련 문구가 있으면 더 세밀하게 본다"고 말했다.
보통 인명 수색을 2∼3차례 하는데, 카시트나 아이 탑승 스티커가 있으면 1∼2차례 더 하거나 차량 반경 10∼20m 범위까지 확인한다고 한다.
다만 스티커가 붙은 뒷유리가 사고로 깨지거나 야간에는 스티커 문구가 잘 보이지 않아 효과가 떨어진다고 백 대장은 덧붙였다.
스티커에 아이의 혈액형을 함께 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병원으로 이송되면 혈액검사를 하기 때문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다.
하지만 희귀 혈액형인 경우에는 병원 도착 전에 혈액을 사전에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대원들은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어린아이를 태운 부모가 안전하게 운전하고, 카시트를 꼭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배 소방위는 "카시트를 쓰지 않거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아이가 죽거나 크게 다친 사고를 다수 목격했다"며 "카시트 사용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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