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둔화'에 투자 줄이는 글로벌 완성차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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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둔화'에 투자 줄이는 글로벌 완성차업계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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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출시 연기…포드, 투자 줄여
허츠, 구매계획 보류…日 속도조절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전동화 관련 투자를 줄이는 완성차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에 무게를 두고 전동화 전환에 나섰던 일본 업체들의 전략이 맞았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대표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최근 전기차 생산능력 확충이 추가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련 투자를 연기했다.

먼저 지난해 기준 세계 5위 자동차업체인 GM은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향후 전기차 생산 목표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일본 혼다와 2027년부터 대중적 전기차(affordable EVs)를 만든다는 계획도 백지화했다.

GM은 이러한 방침에 따라 쉐보레 이쿼녹스 EV, 실버라도 EV, GMC 시에라 EV 데날리 등 출시 예정인 3개 전기차 모델의 생산을 당초 계획보다 몇개월간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GM은 2025년 말까지 북미에서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했다. 전기차 수요 흐름을 살펴보면서 생산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포드도 SK온과 미국 켄터키주에 지으려는 두 번째 배터리 공장 가동을 연기하는 등 계획된 전기차 투자액 가운데 120억달러(약 16조2600억원)를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업계는 이와 관련,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테슬라 등 전기차 경쟁업체들의 가격 압박에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생산과 수익성 사이 '균형'(balancing act)을 찾고 있다고 해석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의 샘 피오라니 부사장은 "미국 전기차 시장이 공급이 수요를 넘는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여기에다 GM과 포드가 수십만 단위의 전기차를 추가할 경우 시장이 더욱 혼잡해지고, 전기차 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예상을 밑돌고 있다. 비싼 차량 가격과 생각보다 높은 유지비, 충분하지 못한 충전 인프라 등은 고객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다.

S&P 모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1∼10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4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전년에 비해 증가율이 크게 둔화한 것이다. 아울러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도 최근 몇 달간 8%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달 미국 메르세데스-벤츠 딜러들이 EQ 라인 전기차를 파는데 소요된 시간은 평균 82일인데, 이는 다른 전기차 판매 소요 시간의 2배에 달한다.

전기차에 대한 선호가 낮아지자 미국 렌터카 브랜드 허츠는 보유 차량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허츠는 현재 전기차 5만대를 운행 중이지만 예상보다 수리비용이 높고, 테슬라의 지속적 가격인하 정책으로 재판매 가치도 폭락해 전기차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고 미국 CNBC 방송 등이 전했다.

이에 따라 허츠는 테슬라로부터 10만대, GM으로부터 17만5천대의 전기차를 구매할 계획을 보류 중이다.

예상과 다르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더뎌지자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며 전동화 전환에 신중했던 일본 업체들의 전략이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일본의 느린 전동화 전환이 현명해 보이기 시작한다'(Japan's slow walk to EVs starts to look wise)라는 제목의 논평에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일본 자동차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시장의 지속가능한 수요에 맞춰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며 일단은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전동화 전환을 추진 중이다. 도요타의 '멀티 패스웨이' 전략이 대표적이다.

다른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자 일본 업체들은 전동화에 늦었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다만 사토 고지 도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해 "제품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전기차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마감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마쓰다의 히로세 이치로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지난 26일 개막한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일본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출시에 다소 뒤처져 있다고 하는데 이는 근시안적 견해"라며 "고객들이 정말로 전기차를 선택할 때 전기차를 적기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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