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이사회, '화물사업 매각'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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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이사회, '화물사업 매각'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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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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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조건부 합병 승인' 가능성 높여
아시아나항공 노조 반발 불식 과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포함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가 그동안 제기해온 '유럽 화물 노선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며,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시정조치안 제출 동의’ :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이날 대한항공이 '기업결합 시 경쟁 제한 우려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하는 데 대해 동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정조치안의 골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으로, 이번 이사회 결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 매각을 전제로 한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서울 모처에서 열린 이사회에는 유일한 사내이사인 원유석 대표를 비롯해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가 참석했다.

사내이사였던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은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한 데 따라 출석하지 않았다.

이사회에서는 시정조치안의 동의 여부를 묻는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고, 이사회는 참석 이사 5명 가운데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해당 안건을 가결 처리했다.

찬성 측은 화물사업 매각안이 부결될 경우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에 대한 EU 집행위의 승인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기업결합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기권한 사외이사 1명은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오다 가결로 분위기가 기울자 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종사 노조 모두 반대 : 이번 결정으로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의 기업결합 승인 앞에 놓인 장애물을 넘어설 가능성을 높였다.

EU 집행위는 그간 결합에 따른 '유럽 노선 경쟁 제한'을 우려해왔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과 더불어 대한항공의 14개 유럽 노선 중 아시아나항공과 중복되는 4개 노선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 등이 거론돼 왔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날 EU 집행위에 앞서 거론돼온 방안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러한 시정조치안을 결의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포함한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이 즉각적인 EU 집행위의 승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EU 집행위로부터 '조건부 합병 승인'을 끌어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시정조치안에는 우선 기업결합을 한 뒤 내년 중 화물사업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등 다른 항공사에 매각해 경쟁 제한 우려를 줄이겠다는 제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유독 독과점 규제가 깐깐한 EU 집행위의 심사 통과 가능성이 커지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9부 능선'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에 착수한 이래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EU와 미국, 일본 외의 11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아직 EU, 미국, 일본의 승인을 남겨놓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시정조치안에 담은 것은 이들의 승인을 끌어내기 위한 조치다.

또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의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도 남겨놓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일반노조)와 다수 조종사노조인 조종사노조(APU), 소수 조종사노조인 열린조종사노조는 모두 화물 사업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방식의 매각에 고용 불안 등의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일반노조는 EU 집행위 측에 반대 서명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4개 LCC, 화물사업 인수후보 거론

 

일단 관망…매각가치 등 드러나야 입장 정할 듯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2일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함에 따라 향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화물사업을 인수할 1차 후보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LCC는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 4개사다.

본격 매물로 올라오기까지 절차가 남았고, 구체적인 가격 산정이 어려워 이들 LCC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은 최근 5년간 최소 연간 1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거뒀고, 항공산업이 위기에 처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9년까지 전체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던 화물사업 비중은 코로나 당시 화물 운임 급증으로 최대 72%(2021년)까지 상승했다.

올해 들어 화물 운임이 정상화돼 매출 비중이 축소됐으나, 업계에선 LCC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는 단번에 외형을 확장하고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간 화물 매출은 2017∼2019년 1조3천억∼1조4천억원 규모였다가 코로나 기간이던 2020∼2022년 2조1천억∼3조1천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다만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출은 779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1.7%를 차지하며 줄어든 모습이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4개 회사 중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 운송량이 아시아나항공과 가장 근접한 회사는 화물 전용 항공사 에어인천이다.

하지만 에어인천을 포함한 LCC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의 체급이 현격히 차이 나는 만큼 현실적으로 인수가 가능하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항공포털에 따르면 에어인천의 지난 1∼6월 순화물(우편물·수하물 제외) 운송량은 2만243t으로, 아시아나항공(27만9097t)의 7.2% 수준이다.

에어인천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 2020년 약 245억원에서 지난해 약 1079억원으로 4.5배가량 성장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화물사업도 최근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 2019년 30억원 규모였던 티웨이항공의 화물사업은 2021년 57억원, 지난해 171억원으로 6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 상반기 매출이 133억원에 달해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티웨이항공은 올 상반기 아시아나항공(27만9097t)의 2.5% 수준인 6999t의 순화물을 운송했다.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운송량은 올해 1월 929t에서 지난달 1806t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상반기 순화물 수송량은 7961t으로, 아시아나항공의 2.8% 수준이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로 효력이 정지됐던 화물사업 항공운항증명(AOC)을 재취득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연중 AOC를 획득하고 이른 시일 내 화물사업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이 실제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불투명하다.

 

 


 

 

‘합병’ 득실 논란 여전…대안 없나

 

제3자 매각 제안도 나오지만 “현실성 부족”

“정부가 개입해 불확실성 해소해야” 제언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절차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 결정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여전히 합병에 따른 득실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와 부채 규모가 막대한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화물사업 매각, 노선·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축소 등으로 오히려 '상처뿐인 합병'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1741%에 달한다.

2020년 11월 개시된 합병 추진 과정의 장기화가 아시아나항공 영업 경쟁력 훼손은 물론 손익구조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대규모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현금 유동성 문제는 불가피하다는 지적 역시 끊이지 않는다.

대한항공에 인수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디폴트(채무불이행), 더 나아가 파산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단기적 타격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론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커지기보단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유럽연합(EU) 등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뿐 아니라 일부 슬롯 반납을 요구한 데다, 아직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이 또 다른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EU 내에서 두 항공사가 중복으로 취항하는 인천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노선의 일부 슬롯은 반납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이 일부 국제노선을 독점할 경우 항공권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 관계부처가 적극 개입해 신속하게 불확실성을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직 고위 간부는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 절차를 3년간 끌고 간 것은 우리 항공산업 발전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며 "국토교통부와 공정위, 산업은행 등이 조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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