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침묵시위 "철도법 위반" vs "집회자유 억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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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침묵시위 "철도법 위반" vs "집회자유 억압"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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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퇴거 명령 불응에 활동가 4명 체포
시민들 불편 인정해도 '체포는 과도' 의견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대합실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대합실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지하철 대합실 침묵시위마저 막다니 과도하다" vs "대합실도 철도시설이므로 허가 없이는 안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서울지하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탑승시위'에 이어 '역사 내 침묵시위'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해 온 전장연은 지하철 승강장이 아닌 개찰구 밖 공간인 대합실에서 '침묵 선전전'을 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4호선 혜화역 대합실에서 침묵시위를 하던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퇴거불응·업무방해·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데 이어 계속된 침묵시위에서도 3명을 추가 연행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의 침묵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철도안전법 제49조와 50조,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제85조 등이다.

철도안전법 제49조는 '열차 또는 철도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제50조는 '철도종사자는 철도안전법상 금지행위를 한 사람이나 물건은 퇴거·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또 이 시위가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제85조 3항에서 말하는 '역 시설에서 철도종사자의 허락 없이 기부를 부탁하거나 물품을 판매·배부하거나 연설·권유를 하는 행위' 중 '권유'에 해당한다고도 판단했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은 "1인 이상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모여 불특정 다수에게 의사를 개진하면 집회이고 권유 행위"라며 "시설 관리자의 허가 없이 법에서 정한 금지행위를 하는 것은 질서유지에 반하므로 퇴거 조치는 정당한 직무 집행"이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연행 근거로 철도안전법에 따른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인 퇴거요청에 응하지 않아 서울교통공사의 역사 내 안전보호·질서유지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전장연은 그 어떤 소란행위도 없는 침묵시위는 철도안전법에 위배되지 않을뿐더러 최상위법인 헌법에서 규정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서울교통공사의 퇴거조치, 경찰의 활동가 연행은 "헌법을 무시하고 위반하는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침묵시위 장소인 지하철 역사를 놓고서도 해석이 서로 다르다.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전 신고 대상은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않은 장소에서 여는 '옥외집회'다.

지하철 역사 안은 '옥내'이기 때문에 별도 사전신고 대상이 아니다. 연행된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집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장연은 집시법상 옥내집회를 제한하는 규정 자체가 없고, 지하철 역사는 서울교통공사의 소유가 아닌 공중이용시설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의 출입구부터 승강장까지 모두 '철도부속 시설물'이므로 이 공간에서는 철도시설 관리자의 허가 없이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본다.

경찰도 건물관리자가 있는 옥내의 경우 집시법이 아닌 다른 개별 법률이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지하철 대합실의 경우 집회·시위를 하기 위해서는 시설 관리자인 서울교통공사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는데 침묵시위에 체포까지 하는 건 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시민 김모(66)씨는 "열차 연착처럼 출근길을 막는 것만 아니라면 경찰이 잡아갈 필요까진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승호(27)씨는 "침묵시위로 역 안이 시끄럽고 혼잡한 건 사실"이라며 "승강장에서 하는 시위는 아니라지만 출구로 빠져나올 때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와야 했다. 안전사고 위험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인숙(67)씨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외침에 협조는커녕 침묵시위를 하는데도 붙잡아가는 건 정말 너무하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은 지하철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 12월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공사는 전장연의 출근길 열차 탑승 시도와 역사 내 스티커 부착 등으로 열차가 지연되고 기물이 파손됐다며 지금까지 5차례 형사 고소와 3차례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약 두 달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했던 전장연이 다시 시위를 시작하자 역사 진입 원천봉쇄를 내세운 강경 대응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장연은 "역사진입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법적이며 헌법과 교통약자법에 명시된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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