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특집] 운수업, 일할 사람이 없다 : 마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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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년특집] 운수업, 일할 사람이 없다 : 마을버스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4.01.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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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 광고해도 문의 전화조차 안 와”

 

요금 인상에도 승객 감소로 경영난에 인력난 심화

전기 저상버스 충전소 부족해 운행횟수 감소 우려

요금 조정·운송 원가 현실화·기사 처우 개선 절실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종로08번 마을버스를 타면 혜화동로터리를 지나며 길이 점점 좁아진다.

아담한 크기의 경유 카운티 마을버스는 수많은 과속방지턱을 넘고, 주차된 차량과 행인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승객을 가득 태운 채 비좁은 언덕길을 올라간다.

언덕 꼭대기 마을버스 종점에는 와룡운수 차고지가 있다.

이승재 와룡운수 대표는 ‘겨울에 특히 운행하기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눈이 내리면 예전에는 직원이 일찍 나와 눈을 치웠는데, 몇 년 전부터는 도로에 열선이 깔리고 염화칼슘을 제때 뿌린다”고 말했다.

그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22대의 버스 정비를 함께 하고, 부품과 자재도 직접 챙긴다.

운행 여건은 예전보다 조금 좋아졌지만, 일할 사람은 항시 부족하다.

이 대표는 전날도 저녁 7시까지 운행했다고 한다.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고장난 버스를 견인해 온 뒤 오전 7시부터 점심시간까지 직접 운행했다”고 말한다.

그는 “30년 간 아침 배차간격 4분을 지켜왔지만, 전날은 새벽에 출근하다 쓰러져 구토해 처음으로 배차간격이 6분대가 돼 버렸다”며 “시민들이 기다리니까 일하는 거지, 돈 벌려고 하면 이 일 안한다”고 담담히 얘기했다.

이 대표는 “한 달에 100만원을 들여 여러 곳에 광고를 내지만 문의 전화 자체가 오지 않는다”며 “올해 마을버스 요금이 300원 올랐는데,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 이전 와룡운수의 1일 평균 수송인원은 1만3천명이었다. 지금은 노선을 변경·확장했는 데도 9천명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와룡운수가 다니는 노선 일대에 거주하던 중국인 유학생들이 일본이나 미국 유학을 선호하면서 일대에 빈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승객 감소와 운송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서울 시내버스 기사는 세금 떼고 월 400만원 가까이 된다. 마을버스 기사의 평균 월급은 310만원 선”이라며 “시내버스는 22일 근무, 우리는 26일 근무인 데다 실제 노동시간은 더 차이가 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젊은 기사들이 다 시내버스로 떠나 마을버스 업계는 60세 이상 기사도 찾기 힘들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주장하지만, 이 대표의 경험으로는 그동안 채용했던 중국 교포 기사들은 살아온 환경이 달라 함께 일하기 힘들었다.

인력난도 힘든데 더 큰 걱정거리는 전기버스다.

와룡운수 노선은 고상버스 운행을 인정받았지만, 이 대표가 올해 4월 인수한 성동구의 낙산운수는 저상 전기버스만 운행해야 한다고 지정됐다.

당장 3월 초 10대가 나올 예정인데 성동구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없다. 구에서는 급하게 1~2기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충전소를 오가며 대기시간까지 2시간, 충전시간 1시간을 더하면 그만큼 운행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운행횟수가 줄며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 결국 승객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이같은 어려움은 서울 대다수 마을버스 업체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낙산운수 역시 부채가 늘어나, 견디다 못해 회사 운영을 포기한 사례다.

현재 서울 마을버스 업체 139곳 중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업체는 40여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성동구는 지난 2022년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 등이 제정되며 마을버스 기사에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안이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회사가 월 20만원을 보태 기사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는 게 이 대표의 경영 방침이다.

이 대표는 마을버스 경영 악화와 인력난의 타개책으로 ▲환승할인 손실 보전율 조정 ▲운송원가 적정 산정 ▲기사 복지 혜택 확대 및 월급 현실화 등을 꼽았다.

그는 “서울시는 마을버스를 대중교통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며 “무조건 교통요금을 올리지 않는 게 능사는 아니다. 시에서 요금조정을 원활하게 해 줘야 기사에게 복지 혜택이 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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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민이 2024-01-03 07:30:28
서초나 강남마을버스들은 돈을 더올려서라도 사람모집하던데 여력이안되나?? 그럼접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