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특집] 운수업, 일할 사람이 없다 : 화물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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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년특집] 운수업, 일할 사람이 없다 : 화물업계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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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인력 통계자료 미흡, 수급 방안도 부재

 

공성운수 차고지

취급 물량 따라 들쭉날쭉…현업 부족률 9.7%

운전자 고령화 문제도…외국인 고용방안 절실

취업 경로 역할 ‘운전자 양성교육’ 적극 검토를

 

화물운송사업의 인력 문제는 버스·택시운송사업의 경우와는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취업이라고 하는 관점부터 크게 다르다.

대부분의 일반화물차 운전자는 운전기술과 운전자격을 모두 갖춘 뒤 화물운송사업에의 진출을 위해 자기 명의의 차량을 취득한 후 운수회사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다. 이같은 유형의 시장 참여, 즉 화물차 운전 서비스 공급이 실질적이며 대부분이다.

화물운수업계의 특성 상 화물운송업체가 회사 명의의 차량을 구비하고 운수종사자를 채용하는 소위 직영운송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위수탁 계약 당사자인 화물차 운전자를 흔히 화물차주로 부르는데, 이들이 전체 화물운송시장의 물동량 운송을 맡고 있는 비중은 90~95%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여객이나 화물 등 실어나를 대상의 규모에 따라 수송 수단, 즉 차량의 규모가 결정되고 이를 기준으로 운전자 수급계획을 세우지만, 여객과 달리 화물 물동량이란 어느 시점에서건 운전자 수급의 정량화된 기준이 되기 어렵다.

여객 수송 수요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 물량의 출하 시기와 양이 각기 다르고 경제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수입 물동량의 등락, 가격 변화로 인한 물량의 급격한 변동 등 공급 물량의 양적 변화의 폭이 워낙 광범위하고 비정형화돼 있기 때문에 실어나를 화물차와 운전자의 숫자를 미리 가늠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성운수 차고지에 서 있는 빈 트레일러.

이런 이유 등으로 화물자동차 운전자 부족난의 계량화도 어렵다.

다만, 직영 화물운송업체의 경우는 운전자 공급 문제에 관한 예측과 변화의 추정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업체마다 운송계약을 통해 수행해온 업무의 지속성을 기준으로 화물차의 과부족을 판단할 수 있는데, 직영업체에서는 화물차량 과부족이 곧 운전자 과부족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직영업체라 해도 그 회사가 취급(운송)하는 물동량이 무엇인지에 따라 운전자의 취업 여부가 달라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마저도 경우에 따라서는 만만치 않은 인력난을 겪게 된다.

이같은 화물운송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근자에 오면서 주로 대형화물자동차를 운전하는 인력이 적정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업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고 실제 정부 통계에서도 그런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육상화물운송업의 지난해 상반기 구인인원은 4만2341명이었으나 채용인원은 1만8633명에 불과해 2만3708명이 미충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체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의 현업 대비 인력 부족률은 9.7%나 됐다.

그러나 일반화물업계에의 즉시 충원은 쉽지 않다. 차주와의 계약에 따라 운송업체 소속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이기에 차주가 운송료와 운송방식, 물동량의 특성 등을 따져 계약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만 차주의 경우 개인 운송사업자로써 물량 수주에 불리하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위수탁 계약에 소극적일 수는 없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화물운송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위수탁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와 시간, 비용, 계약에 대한 불안감 등이 차주의 적극적인 일반화물운송사업에의 참여를 주저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차주는 위수탁 계약을 포기하는 대신 개인중형 또는 소형화물 운송사업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까지 내재돼 있어 실제 일반화물운송업계의 인력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도 화물협회를 통한 업계 동향은 ‘차량은 있어도 운전자가 없어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이미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표적으로는 업계에 외국인을 고용토록 하는 방안에 대한 전문기관에서의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또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육상화물운송업 외국인 고용 허가 도입‘을 건의해오고 있다.

2022년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수행한 연구에서는 대형화물차 운전자 부족 현상의 특성에 부합하는 정부 정책과 법·제도의 구축, 업계 이해관계자 동의와 국민적 합의 도출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5톤 이상 화물차 운전자 부족 현상 심화에 대비해 외국인 근로자 화물차운송자격(1종 대형 면허) 취득 가능성과 절차적 편리성을 제공하는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으며, 직영제도와 위·수탁제도의 차주 간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화물차 운전자 고령화를 감안해 내국인 운전자 욕구 충족과 청년 신규운전자 유입을 확대할 수 있는 고용제도 개선, 채용 및 사후관리 등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도 제안했다.

또 버스업계가 운수종사자 부족난 해소 대책으로 시행 중인 ’운수종사자 양성 과정‘도 화물운송업계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에 관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운전적성 정밀검사를 통과해 화물운전자격 시험에 합격한 화물운송업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화물차 운전자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이들에게 취업설명회 등을 통해 운수회사에 취업토록 하는 경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여전히 검토 단계에 있어 시행 여부 등을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인터뷰 / 우 종 일 인천 공성운수(주) 전무이사

 

“정상 채용 어렵고 알음알음으로 해소”

 

곡물수송 먼지 많이 발생…운전자들 기피

“외국인 선발·교육시켜 실전 투입했으면…”

 

인천항에 인접해 수입곡물을 국내 사료공장, 식품공장, 재분소 등으로 운송하는 공성운수(주)를 찾았다. 1952년에 창업해 70년 넘게 전문 운송을 영위해온 바 국내 최대의 곡물 전문 수송으로 탄탄히 자리매김한 업체다.

곡물 운송에 적합한 25톤 화물차가 주력인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전용 차량을 최초로 개발(구조 개량)한 것으로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주 운송루트가 경기도 일원이어서 장거리 운송에 따른 부담이 적고, 안정적인 물량 공급에다 수도권 일대에서의 출퇴근이 가능한 이점에도 이 회사는 벌써 오래 전부터 운전 인력난을 호소해 왔다.

회사는 소속 차량 중 직영 차량에 대해 공개모집을 통해 인력난을 해소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어렵게 운영해온 직영 차량 일부가 늘 주차장에 서 있어야 하는 현실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공개 모집을 해 일부 채용도 했지만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운전자들에게 물어보니 곡물 운송은 취급단계에서 먼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를 꺼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개 모집은 거의 성과가 없고 대신 알음알음으로 인력을 충원하는데 이 방식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채용한 운전자 상당수가 고속버스를 운전하다 퇴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우종일 전무의 설명이다.

“고속버스 퇴직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령자이므로 고용기간에 한계가 있어 저희는 늘 채용에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장에는 이런 문제를 겪는 업체가 한 두 곳이 아닌데,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요. 협회를 통해, 또 연합회를 통해 건의도 하고…그런 것으로 아는데 현재까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결국 젊은 층에서 유입돼야 하지만, 그것은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대형 화물차 운전을 배우고 트레일러 운전 면허를 획득한 사람도 적지 않지만, 젊을수록 곡물수송과 같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죄다 일하기 수월한 컨테이너 쪽으로 나가 버리지요.”

외국인 운전 인력 취업에 관한 의견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했다.

“지금도 조선족 취업은 가능하지만 법적으로 운전인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나마 차량관리나 배차 등 운송지원업무를 맡기는 회사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화물차 운전업무에 외국인 참여의 기회를 보장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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