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쏟아지는 환희 길 ‘평창 성마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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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쏟아지는 환희 길 ‘평창 성마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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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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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별을 갈아 뿌려서 어루만질 수 있을 듯
"노천 천문대가 따로 없네" 밤하늘 아름다운 곳
2026년까지 150억원, ‘은하수 관광 허브’ 구축
정선 옛길 성마령 표지석

성마령(해발 973m)은 평창 미탄면 평안리와 정선읍 용탄리를 잇는 고개다.
옛 정선 주민이 한양으로 가려면 꼭 넘어야 했던 관문이자, 고단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넘던 애환의 길이다.
정선으로 발령받은 한양의 관리들은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를 이 고개를 눈물을 흘리며 넘었다.
환희와 애환의 이정표인 성마령과 그 서쪽 맞은편 넘어 육백마지기가 광활하게 펼쳐진 두만산(斗滿山), 지금의 청옥산(靑玉山)이다. 

 

◇수많은 정선아리랑의 모티브 : 성마령은 수많은 정선아리랑의 모티브이자 애환 서린 고갯길인 동시에 별이 쏟아질 정도로 밤하늘이 아름다운 환희의 공간이다.
평창읍지를 비롯해 정원대 향토 사학자와 권혁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장의 공동 저서 등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성마령은 깎아지른 듯 치솟은 고개가 별을 잡을 듯이 높다는 뜻에서 명명됐다고 한다.
과거 이 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옛 강릉대도호부 관할 평안역(平安驛)에서 하루를 묵은 뒤 한치(寒峙)라는 입구 고개를 넘어야 겨우 다다를 수 있었다.
한치는 눈이 봄 늦게까지 녹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치에서 올려다 바라보면 서쪽의 청옥산과 동쪽의 성마령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성마령은 큰 성마령과 작은 성마령 두 곳이다. 옛 지도에 표시된 것은 큰 성마령으로 대부분 이 길로 왕래했다.
폭은 6m 정도로 우마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였고, 정선 쪽으로 내려가는 길 역시 폭 6m로 넓었다고 한다. 정상에는 정선아리랑 가사비가 세워져 있다.
작은 성마령 입구에는 '잣바우' 표지석이 옆으로 누운 채 남아 있다.


◇'육백 두락' 별을 맞는 곳 : 성마령의 '마'(磨)를 손 수(手)변의 '마'(摩)로도 표기하는데, 산마루가 얼마나 높았으면 손으로 밤하늘의 별을 매만질 수 있다고 했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곡식을 갈아서 뿌려 놓은 것처럼 밤하늘에 별이 많아, 손을 뻗으면 당장 어루만질 수 있다는 성마령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건너편에 청옥산이 보인다.
해발 1250m의 청옥산은 일제강점기 이후 불린 이름이고, 대동여지도 등에 표기된 명칭은 두만산이었다고 한다.
두만산에는 산나물과 곤드레나물이 많이 자생했는데, 주민들이 춘궁기를 달래주는 산나물을 '청옥'이라고 부르면서 청옥산이 됐다는 것이다.
1960년대 화전민들이 일군 우리나라 최초의 고랭지 채소밭으로 알려진 육백마지기는 대관령 고랭지 채소밭보다 해발 고도가 400m나 높다.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넓은 들판'이라는 뜻에서 육백마지기라고 불렸다.
육백(六白)은 금성(샛별)·개밥바라기를, 마지기의 한자 표기인 두락(斗落)은 별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즉, 육백마지기는 은유적 표현을 가미해 '별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차를 몰아 엉금엉금 운행해 겨우 정상에 다다르면 15기의 대형 풍력발전기가 웅장하게 늘어선 능선 아래로 육백마지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평창 청옥산 설원에 끝없이 펼쳐진 풍력발전기

◇화전민이 일군 육백마지기 : 평창군은 성마령으로 뻗어진 청옥산을 '은하수 산악관광 허브'로 구축하는 야심 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래 고랭지 배추밭이던 육백마지기가 은하수 관광 허브로 변모해 가는 과정은 더 흥미롭다.
청옥산에 민간 자본 750억원이 투입돼 15기의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 것은 2015년이다. 이 과정에서 청옥산 정상까지 도로가 놓이자 그 길을 따라 찾아오는 관광객이 점차 늘었다.
이에 평창군은 2018년 18억4천만원을 들여 육백마지기에 화원, 주차장, 안내·휴게실, 화장실 등을 갖춘 야생화생태 단지를 조성했다.
교회를 형상화한 아담한 조형물과 산 능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무지개 의자와 하트모양의 포토존도 자리하고 있다.
해발 고도가 대관령보다 400m나 높아 여름에도 서늘하고 모기가 없다 보니 여름에는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캠핑)의 성지가 됐다.
그러자 평창군은 지난해부터 청옥산 은하수 산악관광 허브 구축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나섰다.
2026년까지 총사업비 150억원을 투입해 미탄면 청옥산 일원에 30㏊ 규모의 은하수 지방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스마트 천문대, 힐링 전망대, 이벤트 초화원, 우수저류건습지, 숲속 테라스 데크, 바람의 그라스원, 안내센터 생태주차장, 환영정원 등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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