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특집-교통문화="밀리고 막히는 자가용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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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특집-교통문화="밀리고 막히는 자가용은 이제 그만…"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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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용 바캉스 확산 추세
시간·비용 절약…사고위험도 해소

장거리는 열차·고속·전세버스로
현장서는 택시·렌터카·버스 이용

 

 

바야흐로 바캉스 시즌이다.
이미 주요 관광지의 숙박시설들은 매진상태에 도달했으며 그나마 남은 펜션, 민박조차 예약이 힘든 상태다. 바캉스라고 하면 쉽게 낭만적인 생각에 빠져들기 쉽다. 푸른 바다나 시원한 계곡수, 백사장이나 오솔길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가족 또는 연인,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잊고 시간을 즐기는 장면이 그것이다. 더러 텐트 속에서의 야영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바캉스를 떠나게 하는 유혹들이라면, 반대로 그런 것들을 즐기는 데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 가고 오는 길에서의 노고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날짜로, 어차피 준비된 여름휴가라면 누구에게나 어떤 날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만 남을 뿐 특별한 장애 요인은 없다.
하지만 비용은 다소의 생각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역시 개개인 또는 함께 떠나는 이들이 합의한 예산 규모 내에서 이뤄지므로 사전 계획에 의해 미리 정해지는 게 보통이다.
마지막 변수, 그러나 결정적인 고민은 교통문제다. 사회적 관행과 일기조건 등이 우리나라의 피서여행은 대부분 7월 하순∼8월 초순에 몰리는 게 보통이어서 이 때문에 가고 오는 도로, 바캉스 현지에서의 교통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이러한 문제 때문인지, 최근 국내 피서여행의 패턴도 다소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무조건 자가용승용차를 고집하던 이들도 자가용승용차를 놓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가용승용차를 이용한 피서여행의 이점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이동의 자유로움, 다음으로 짐을 많이 싣고 떠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편리함 등이 그것이다. 반면 자가용 승용차가 피서여행에 불편한 점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일단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 ℓ당 2000원선까지 올라간 연료비와 통행료 등에 관한 부담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오고 가는 길에서의 교통사고 위험문제다. 이는 특히 바캉스라고 하는 자유로움, 즐기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방심할 수 없는 주의 사항이다. 특히 바캉스 현장에서의 음주는 자주 음주운전의 유혹에 빠뜨려 실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불행이 매년 반복된다.

다음으로는 시간이다. 엄청나게 많은 자동차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바캉스 현지로 가는 주요도로를 가득 채워 통행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 떠난 바캉스가 오고가는 길에서 절반을 허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애로는 그런 와중에 운전자가 겪어야 하는 신체적·정신적 피로다. 복더위에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장시간 달리는 일은 아무리 에어컨이 잘 나오는 자동차 안이라 해도 좁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지치고 힘겨워 막상 피서지에 도착해서는 일행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운전자들은 장거리 바캉스 여행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국내 바캉스 명소는 언제나 피서객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밀리고 막힌 도로를 고생하며 기어이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최근 수년 전부터 바캉스 문화에도 조심스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능한 자가용승용차를 두고 떠나자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인 L사의 오정환 과장(44)은 2년 전부터 자가용 승용차를 집에 두고 떠나는 바캉스를 즐긴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바캉스 체험담을 사내 인터넷에 올렸더니 7월 들어 부쩍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회사 동료와 함께 고속버스로 떠나는 바캉스계획을 수립, 마침내 재작년 처음 그 계획을 실천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며 "첫해는 남해, 작년엔 강릉을 다녀왔는데 고속버스·택시·시내버스를 갈아타는 교통편이 잘돼 있어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교통비도 절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먹을거리를 현지 대형마트에서 구입, 집에서 갖고 가는 것보다 더 싱싱하고 저렴하게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그만의 대중교통 바캉스 노하우 한가지가 더 추가된다. 그는 물놀이 장비와 여벌 옷 등 짐이 될만한 것들을 한군데 모아 바캉스 출발 하루 전 택배로 바캉스 현지의 숙소로 보내 거의 빈손 여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집에서 떠날 때도 카메라에 가벼운 손가방 정도를 들고 길을 나서 더욱 홀가분한 분위기였다는 것.
또 다른 대중교통 바캉스 사례는 렌터카를 이용한 유재현씨(50·ST인터내셔널 대표)의 경우.

그는 지난 해 친구 부부와 4명이 한 팀으로 부산행 KTX의 중간 좌석을 구입, 저렴한 요금으로 장거리를 이동한 후 현지 업체에서 사전 예약해놓은 렌터카를 이용해 부산을 거점으로 2박3일간 인근 지역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즐길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음에 다시 부산으로 바캉스를 가게 된다면 이제 지리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편리하고 저렴한 바캉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캉스객들이 많이 몰리는 지자체들은 손님맞이 준비로 교통문제 해소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연계 대중교통편 편성 및 연장운행 계획, 택시의 친절서비스 교육, 대형차량 위주의 주차공간 확보 등이 최근의 두드러진 변화다.

지자체들은 마구잡이로 몰려드는 자가용 승용차에 더 이상 도로와 주차공간을 잠식당해 더 많은 피서객들이 고통을 겪게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대중교통 우선대책을 확고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가용승용차로 바다 주변까지 간다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의 정류장이나 차고지보다 더욱 먼 곳에 자가용승용차 전용주차공간을 배치, 자가용승용차가 훨씬 불편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이 그것이다.
덜 붐비는 지역의 오토캠핑장의 경우 다소 사정은 달라지나 그곳까지 가고 오는 시간과 고생을 생각하면 선택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게 최근의 바캉스 경향이다. 갈수록 바캉스가 자가용 승용차로는 어림없는 분위기다.
박종욱기자 pjw2cj@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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