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항공특집=항공운송사업 무한경쟁 시대...항공정책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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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항공특집=항공운송사업 무한경쟁 시대...항공정책 현주소는?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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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국내 항공산업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8년 아시아나항공의 등장으로 제2민항, 복수민항 시대가 열린 이후 17년 만에 제3의 정기항공운송사업자인 제주항공이 취항을 앞두고 있다.

지난 해 국내선에 부정기 항공으로 취항한 한성항공의 실험이 현 단계에서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볼 때 정기사업자로 첫발을 내딛는 제주항공에 항공업계 종사자는 물론, 소비자인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의 취항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항공정책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복수민항 시대를 기준으로 수립된 것이어서 제주항공의 가세로 인한 국내 항공시장의 재편, 앞으로 있을 지역 항공사들의 등장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제3 정기운송사업자의 등장, 혹은 국내 항공운송산업의 무한 경쟁시대에 부합하는 항공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 등장의 의미

제주항공은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지난 해 1월 공동 설립해 같은 해 8월25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정기항공운송사업면허를 획득한 국내 세 번째 정기항공운송사업자이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5대를 신규 도입해 오는 5월경부터 김포·제주·부산·양양공항에 취항할 예정으로, 현재 100명 규모의 경력 및 신규 직원 모집을 실시하고 있는 등 순조로운 준비과정을 밟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항공의 등장은 한성항공 출범 때와 달리 단순히 항공사 하나가 더 생긴다는 의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제주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제주항공은 개인 주주들로 만들어진 한성항공과 달리 대기업과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공동의 출자를 통해 장기간의 준비를 거쳤다.

또 정기항공운송사업면허로 초기 5대의 항공기를 동시에 갖추고 국내 주요노선에 동시에 취항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제3의 항공사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부정기항공운송사업면허를 갖고 자본금 50억원에 항공기 1대로 청주∼제주 노선에 취항했던 한성항공과는 분명 차별화를 갖는 것이며, 향후 제주항공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는 현재 각 지자체별로 추진 중인 지역 항공사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한 민간 항공연구기관 연구원은 "제주항공의 등장은 성공여부를 떠나 정기항공운송 시장의 개방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항공운송산업의 무한경쟁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늘길 개방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무한경쟁으로 접어드는 국내 항공운송사업에 맞는 항공정책을 논하기에 앞서 제주항공을 비롯한 제 3, 4의 항공사의 등장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 시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가 협소해 운항거리가 짧고 운항 가능한 공항도 많지 않으며, 이착륙 금지시간이 설정돼 있는 등 가동율 제고를 저해하는 여러 가지 한계요인이 상존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양 항공사 이외의 항공운송사업자는 국가 균형발전 및 지방공항 활성화의 취지에 부응하는 한에서 인정해줘야 하며, 영업행위 역시 거점 공항과 중소규모의 지방도시를 연결하는 국내 노선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적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소규모 항공사의 영업행위가 활발한 동남아 지역 항공사들의 예를 보더라도 소형 항공기를 이용한 국제선 운항은 안전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다"며 "안전성이 검증이 안 된 소형 항공사들의 국제선 진입은 자칫 국내 항공사업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역항공사는 일종의 벤처기업으로, 낙관적인 시장전망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투자자 손실, 고용불안 등 위험성이 간과돼 있다"며 "지방차지단체의 재정 및 기업, 개인 등에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제3의 정기항공운송사업자의 등장이나 지역 항공사의 등장이 국내 항공운송사업의 발전에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지난 1988년 제2민항인 아시아나항공 등장 당시 국토가 협소한 우리나라에서 2개의 항공사가 경쟁을 하면 두 항공사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지금에서 보면 대한항공이 7조원, 아시아나항공이 3조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항공사로 성장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항공사 진출을 준비 중인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 항공사들은 유럽과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에 비해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또 다른 항공사의 등장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등장으로 항공운송 이용객의 대폭 증가, 운임의 하락과 다양화, 신규 항공수요의 증가, 네트워크 체제 개선 등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며 "기존 항공사들이 다른 항공사의 시장진입을 견제하기보다는 허브&스포크 시스템(Hub and Spoke System)으로 노선구조 개혁, 상용고객우대제도에 의한 비즈니스 여객 흡수, 코드셰어링 등 항공사간 제휴 확대 등의 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복수민항 중심의 항공정책 '허점'

1988년 제2 민항인 아시아나항공의 설립 이후 활발하게 추진된 규제완화를 통해 항공운송산업에서도 정기항공, 부정기항공 및 항공기 취급업과 같은 항공운송부대사업의 진입제한 완화와 국내선 항공운임의 자유화가 이뤄지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

또 운송약관 폐지와 운항회수 감편 및 편명변경 등이 신고제가 되면서 항공사들의 자율권 역시 크게 향상됐고, 이러한 규제완화는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른 항공수요 증대와 함께 우리나라 항공운송사업 발전에 일정정도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근간이 복수민항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우리 정부의 항공정책은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출범과 함께 시행된 노선배분 정책은 장거리 노선은 대한항공에, 중·단거리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에 배분한다는 원칙으로 시행됐으나 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용 B747-400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1994년 양 항공사 모두 전 세계를 운항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이후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 철폐를 이유로 사라졌던 노선배분과 관련된 지침은 1999년 국제항공정책방향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으나 이 역시 복수민항에 근거한 지침이어서 양 항공사 이외의 다른 항공사가 국제노선에 진입하려 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제주항공이 국제선에 취항을 하면서 그 동안 견지했던 우리 정부의 후발 항공사 우선 지원 방침을 지적하면서, 지원을 요구할 경우 어찌해야할 것인지 여부이다.

또 다른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현재의 노선배분 기준은 기존 양사 체제에서도 기준과 원칙의 모호성 후발 사 지원위주의 정책으로 이뤄져 개정이 시급하다"며 "특히 제3 항공사의 국제선 진입 시 현재 적용되고 있는 국제항공정책방향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필요

항공운송산업은 일반적으로 국내적으로는 희소한 공역과 공항의 사용자가가 된다는 측면에서, 또 국제적으로는 양자간 협정에 의해 공급제약이 심하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진입규제가 불가피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공익적인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과 낮은 운임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시장진입과 운임에 대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특히 한성항공의 예에서 보듯이 일정 자격 요건을 갖췄다고 신규 항공사를 시장에 진입시켰다 운항이 중단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도록 방치해 둔다면 결국 항공사의 난립과 과당 경쟁, 이로 인한 국가적 낭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운송사업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가장 중요하고 또 변화가 필요한 분야로 우리 정부의 항공정책을 꼽는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이미 한성항공이 시장에 진입했고 제주항공의 취항도 몇 개월 남겨놓지 않은 상황이지만 관계기관에서는 신규 항공사의 시장진입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며 "정책 당국의 명확한 입장과 원칙 표명으로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우리나라 민항을 성장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항공운송사업의 무한경쟁 시대에 적합한 항공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통합된 의견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항공운송사업의 독과점을 지양하고 신규 항공사의 시장 진입을 원활화하기 위해 규제일변도인 제도들을 광범위한 부분에 걸쳐 더욱 더 완화하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 한 항공 전문가는 "현재의 우리나라 법 체제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허용되는 항공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해야만 항공사가 할 수 있는 체제로서 정부가 포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데 이를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바꿔 항공사에게 포괄적인 자율권한을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역항공사의 출현과 함께 가장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항공정책 및 노선배분 기준이 양대 항공사 위주로 설정돼 있는 한계"라며 "근거리 국제항공운송 확대를 위한 국제 정기 및 부정기 국제항공운송의 확대, 운임의 탄력화, 부정기 운송영업의 자유화 및 부정기 운송전문회사의 양성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건교부 항공기획관실 관계자는 "제주항공 등의 등장은 소형기 항공운송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법제도를 개선한 결과"라며 "앞으로 이들 항공사가 공정한 경쟁체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포함해 다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항공산업 여건상 항공사가 국내선 운영만으로 경영이 안정화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신규 항공사들의 국제선 시장 진입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 경우 현재의 기준만을 가지고는 노선 배분 시 많은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선 노선배분 기준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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