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캠페인 <승객과의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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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캠페인 <승객과의 잡담>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5.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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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 승용차 운전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야기 하나.
운전석에 앉아 조수석 또는 뒷좌석의 일행과 정겨운 대화나 더러 격렬한 논쟁을 하다가 횡단보도 신호를 못보고 지나치려다 보행자를 치일 뻔한 일이 있을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운전자의 시선이 비록 전방을 주시하고 있지만 온 신경이 대화에 몰입해 운전상황에 걸맞는 판단이나 행동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형태로 신호대기 등으로 멈춰서 있는 자동차의 후미를 추돌하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멈춰 서 있는 자동차를 추돌해 일어나는 사고의 책임은 100% 추돌한 자동차 운전자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 따라서 사소한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보상을 위해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같은 유형의 교통사고는 비단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직업운전자, 특히 승객과의 대화가 가장 용이한 택시에서도 흔히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언론에 가십거리로 보도된 적이 있는 해당 사례 한가지를 소개한다.
수년 전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 K씨는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 참석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그날 회식에서의 주요 화제는 대통령 선거전에서의 후보자들에 대한 참석자들의 평가였다고 한다. 일상적인 술자리처럼 그날도 대충 그렇게 자리를 끝낸 K씨는 귀가길에 택시를 탔다.
K씨는 택시에서 자연스럽게 회식자리에서의 이야기를 이어가게 됐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갔다.
K씨가 특정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견을 말하자 택시 안은 금새 살벌한 분위기로 돌변하고 만 것이었다. 택시운전자가 K씨의 견해에 대놓고 반대하며 공박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달리는 택시 안에서 서로 상대가 지지하는 후보자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논쟁으로 비화돼 급기야 고함이 터져 나오는 상황까지 갔을 무렵 갑자기 '쿵~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K씨는 정신을 잃었다.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한 논쟁에 빠진 택시 운전자가 신호대기중인 택배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브레이크와 함께 핸들을 조작하는 순간 택시 차체가 택배차량 후미를 추돌, 운전자와 승객이 동시에 부상을 입은 사고에 빠져든 것이었다.
이 사고로 K씨는 6주 진단을 받았지만 사고 직전 언쟁을 벌이던 택시 운전자와는 그 이후로도 얼굴조차 마주하질 못했다고 한다.
이 사고는 택시운전자와 승객간 언쟁이 운전자의 운전 집중력을 앗아감으로써 사고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며, 운전에 능숙한 직업운전자라 해도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돌변하면 언제든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같은 유형의 사고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다음은 웃지 못할 또다른 사례.
택시운전 경력 11년 차인 Y씨는 40대 중반으로 서글서글한 성격에 외모도 남성적이어서 평소 여성들로부터 인기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온 터.
2003년 초가을 어느 날 야간조 운행에 나서 밤 11시가 갓 넘은 시간에 서울 시내 번화가에서 30대로 보이는 여성 승객을 태우고 변두리까지 향하는 길이었다.
승차 당시 느끼지 못했으나 여성 승객은 음주상태였고 뒷좌석이 아닌 운전석 옆 조수석에 앉았던 것이다.
번화가를 벗어나면서 승객은 이내 잠이 들고 말았는데 운전자 Y씨의 시선에 여성 승객의 짧은 치마 안쪽으로 속옷이 그만 드러나 보였던 것이다. Y씨는 다소 당황해 승객을 깨우고는 옷매무새를 고칠 것을 요구했고 승객은 선선히 Y씨의 요구에 응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잠이 깬 승객이 이번에는 성적 농담을 해오기 시작하더라는 것이었다. 우스개 삼아 농담을 주고 받던 Y씨는 농담이 지나치다고 느끼기 시작했으나 여성 승객은 오히려 더욱 노골적인 언어로 Y씨를 자극, Y씨는 자신도 모르게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목적지로 향하던 택시가 불현듯 사고에 휩싸인 것은 불과 10분뒤 였다. 사고 후 Y씨는 당시 주행에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차체가 차로를 이탈, 인도로 돌진하면서 순간적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 이르렀어야 비로소 사고를 직감했던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차체가 인도 한 켠에 세워져있던 리어커를 들이받은 후 상가 입구에 앞부분을 내민 상태에서 멈춤으로써 두 사람 모두 중상을 면할 수 있었으나 여자 승객의 부상과 대물피해 보상 등으로 Y씨는 곤욕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
Y씨는 "믿거나 말거나 차안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고 그저 진한 농담을 주고 받았는데 차가 인도로 뛰어들 때까지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현상을 의학계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권순명 K병원 재활의학과장은 “시신경을 통해 두뇌로 유입되는 정보를 해석해 반응하는 과정이 다른 요인으로 인해 교란되거나 순간적으로 작동불능에 빠진 상태”라며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강의에 몰두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면 교과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경우"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같은 현상은 특정질환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전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운전중 집중력을 잃기 쉬운 보편적 사례는 동승한 사람과의 대화로, 택시 운전자의 경우 직업 운전자 가운데 동승자와의 대화가 가장 빈번하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택시운전자가 승객과의 대화를 기피하거나 단절하는 일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친절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러므로 승객과의 대화라 할지라도 일상적인 대화 또는 밝고 가벼운 대화로 승객이 편안히 느낄 수 있는 수준이 적합하다.
그렇지 않고 승객과 논쟁을 한다거나 예민한 사안에 대해 토론을 한다면 언제든지 운전집중력이 훼손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음주한 상태에서 탑승한 승객과의 대화는 매우 절제되고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음주자의 경우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 발언하고 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칫 시비를 불러올 수 있고, 그 같은 시비가 도화선이 돼 언쟁을 하거나 나아가 몸싸움으로 번질 경우 교통안전은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됨은 명약관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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