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취미===김수용 전국택시연합회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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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나의 취미===김수용 전국택시연합회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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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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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 눈으로 마시는 황홀한 술"

인류지혜의 소산이며 민족문화의 유산으로 역사상으로나 예술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현장에 실제로 가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문화재 자체가 가지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나 파격적인 미의식에 경탄하며 때로는 너무나 의연한 모습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 되고 비단결 같은 질감으로 황홀경에 젖기도 하는데, 문화재를 통해 옛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무치는 마음으로 그들의 염원과 미의식의 채취가 그리움으로 남아 밀어를 속삭이듯, 보이지 않는 바람이 숲을 흔들고 지나듯 감동을 전해 받을 수 있어 문화답사는 언제나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내가 문화답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산으로부터 비롯됐다.
산은 호연지기와 겸양 그리고 깊은 사유의 세계를 알려주기에 오래 전부터 등산을 생활화하면서 산에 있는 나무, 풀 등 온갖 생물체와 자연을 통해 자연애호사상이 깊어졌고 나아가 만물의 생명사상에 주목하게 됐으며 오묘한 우주의 섭리와 자연의 이치가 의미있게 나에게 다가 왔다.
등산도중 산사나 암자의 문화유적을 접하면서 시대를 관통하는 세련된 미의식 세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여기에서 우리 겨레의 마음이자 얼굴을 만나면서 민족의 힘을 느끼고 싶은 열망이 더해졌다.
이렇게 시작된 문화재 순례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더욱 본격화 됐고 계속되는 문화답사는 나 자신을 더욱 깊고 넓은 역사속으로 젖어들게 했으며 다이놀핀(Dynorphin) 체험이 거듭돼 자연스럽게 제2의 천성으로 더욱 심취하기 이른 것이다.
나에게 있어 문화답사는 한마디로 ‘눈으로 마시는 황홀한 술’이며 참된 미의식 세계를 찾는 구도 행보이자 역사를 현실에 접목시키는 작업인 동시에 생명을 나누는 생태여행인 것이다.

##국보·보물 순례와 미감에 대하여

문화재 가운데 역사·학술·예술·기술적인 면에서 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 즉, 명품이랄 수 있는 것을 보물로 지정하고 보물 중에서도 특히 제작연대가 오래되고 시대를 대표하며 유래가 드문 것을 국보로 지정하는데 그 판정기준이 되는 가치가 진·선·미·성(聖) 등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틈나는 대로 명품의 문화재를 지정번호순대로 하나하나 현장에 직접 찾아가는 즐거움·기쁨은 말할 수 없는 행복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명품 문화재 가운데서도 특히 뛰어난 감흥을 준 것은 감은사지 삼층탑, 봉감리 모전탑, 거조암 영산전, 충주 중앙탑, 봉정사 극락전, 법천사지 현묘탑, 쌍봉사 부도 등을 꼽을 수 있다. 거기에 진부하지 아니한 정신의 자유로움과 미적 감흥을 통한 짜릿한 쾌감이 따르게 되어 순간적으로 무아의 지경에 빠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감(美感)에 있어서 한국적 미의 세계는 한마디로 ‘자연과 무아’인데, 고대삼국으로부터 비롯되어진 미의식 세계를 보면 고구려는 움직이는 선의 미를, 백제는 우아한 인간미를, 신라는 위엄과 고졸의 미를 중심 소재로 독특한 자연주의를 전개시켰으며 통일신라시대에는 세련과 조화를, 고려시대에는 무작위의 창의를, 조선시대에는 무상의 평범을 위주로 미의식을 발전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보물순례를 하면서 웅혼하고 신비로움, 화려하고 튼실함, 세련되고 날렵함의 다양한 느낌을 받게 되지만 ‘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백제 미의식 세계의 원류가 고려에 계승되고 조선에 이르면서 우리 겨레의 미의식 세계로 정립돼 왔기에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백제의 미의식 세계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문화 답사 어떻게 할 것인가

문화의 특성은 일정지역이나 일정세대의 구성원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해 가치 중립적이라는데 있고 또한 문화의 구성요소들 상호간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하나의 체계를 형성한다는데 있기에 문화답사 또한 문화재 자체의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답사보다는 주변의 풍광, 토양, 식생 및 기후 등을 비롯해 인간의 정신적, 예술적, 생활양식을 총체적으로 느끼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역문화 찾기는 적극 권하고 싶은 문화답사 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인터넷이나 각종 문헌자료들을 통해 ① 당해 지역의 지리, 역사, 인물, 지명유래 등을 탐구하고 지역내 국가지정문화재, 주요민속자료, 사적지, 기념물 등을 망라한 문화재 현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② 답사처 및 답사대상별로 답사포인트를 명확히 하며 ③ 시간 일정계획과 동선을 여유있고 정확하게 수립한 후에 ④ 동행하는 동호인들과의 사전모임을 갖고 답사정보를 충분히 교류할 것 등이 사전준비 과정에서 신경써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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