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수요부진은 1단계 개통 한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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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수요부진은 1단계 개통 한계 때문"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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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1단계 개통의 현황과 평가
속도-기리 비교우위 통한 교통수단별 평가
고속철도 200~400km 구간서 가장 '우위'
"2단계 개통, 경영안정·정착 앞당길 것"

고속철도는 개통된 지 1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지역간 통행의 고급 교통서비스로 자리잡았고 고정이용자가 절반에 이를 정도로 안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고속철도 수요는 1단계 개통 전 예상됐던 수준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으나 대부분 산발적인 논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속철도 1단계 개통의 현황을 지역간 통행의 구조적 특성을 통해 분석한 글이 '월간 교통' 2월호에 게재돼 관심을 끌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철도교통연구실 장수은 책임연구원은 '고속철도 1단계 개통의 현황과 평가'라는 논문에서 교통수단의 속도-거리 비교 우위 특성을 바탕으로 1단계 개통의 현황을 평가하고 향후 예정돼 있는 2단계 개통의 의의를 전망하고 있다.

교통수단의 속도-거리별 비교우위 개념

장수은 연구원에 따르면 비교우위 개념(competitive advantage)은 지역간 통행의 구조적 특성을 개략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틀이다. 이는 이 개념이 교통시장의 잠재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고 고속철도의 가장 큰 장점인 고소운행에 따른 통행시간 절감효과를 가장 잘 나타내주기 때문이다.
이 개념도에 따르면 출발전 소요시간은 승용차, 기존대중교통수단(고속버스·일반열차), 고속철도, 항공의 순서로 높아진다. 항공 이용자는 공항까지의 접근시간, 탑승수속시간 등으로 출발 전 시간 제약이 가장 크고, 승용차는 문전 이용이 가능하므로 출반 전 소요시간을 가장 절감할 수 있다. 고속철도의 출발 전 통행 저항이 기존 대중교통 수단보다 큰 것은 고속철도의 위치나 개수가 기존 철도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보다 접근성이 떨어져 통행자의 평균 접근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비교우위의 전형적인 그래프에 따르면 150km 구간까지는 승용차의 속도-거리 비교우위가 뚜렷하고 이후 200km까지 약 50km 구간은 고소철도와 승용차의 경합구간이다. 그 뒤 550km 구간가지는 고속철도의 비교우위가 뚜렷하고 550km 이후 항공의 경쟁력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은 고속철도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통행거리는 120∼550km 정도이고, 200∼400km 구간이 가장 이상적임을 의미한다.
프랑스·스페인·일본 등 운행구간의 거리가 400km 내외인 나라들의 고속철도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한 반면, 짧거나(독일) 너무 긴(호주) 나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봐도 이 비교우위 개념이 얼마나 합리적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고속철도는 대전 이전 구간에서 승용차와 힘겨운 경쟁을 하고, 대전 이후 구간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국내 수송분담률도 비교우위 이론과 유사

장 연구원에 따르면, 고속철도 1단계 개통 이후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도 앞서의 비교우위 개념과 전반적으로 유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통행 권역별 수단분담률에서 승용차와 고속철도의 비교우위 분기점은 대전과 대구 사이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기점 대구 이후 고속철도의 비교우위는 약 감소세를 보이며 동시에 항공의 경쟁력은 약 상승세를 보인다. 고속철도 개통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전' 권역과 같은 단거리 구간의 경우 수단분담률 측면에서 승용차의 비교우위가 두드러진다. 장 연구원은 승용차와 고속철도가 통행시간 경쟁력 측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가운데, 통행비용의 경우 고속철도가 승용차보다 수치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고속철도의 운임과 서비스 수준이 승용차 수요를 전환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대구'와 '서울∼부산'과 같은 중·장거리 구간은 고속철도의 비교우위가 두드러지는데, 승용차에 비해 통행시간과 통행비용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교통과 비교해서는 통행시간의 경쟁력 우열은 가릴 수 없으나 통행비용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항공의 통행시간 경쟁력이 고속철도에 비해 미약하나마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장거리 구간에서 고소철도의 잠재적 경쟁수단은 항공교통이 될 가능성이 높다.

2단계 사업 완료 시 고속철 경쟁력 향상

장 연구원은 지역간 교통체계가 거리에 따라 전반적인 합리성을 보여주는 가운데 몇몇 구간의 특성이 이 구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서울∼대구'가 고속철도의 확연한 수송분담 구조 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비슷한 거리의 '서울∼광주'는 기존 대중교통수단이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또 '서울∼부산'과 '서울∼대구' 구간을 비교했을 때 통행비용 경쟁력 구조는 서로 비슷하지만 고속철도의 통행시간 경쟁력은 '서울∼부산' 구간에서 더 큼에도 고속철도의 수단분담률은 '서울∼부산'이 '서울∼대구'에 비해 오히려 약 감소세를 나타내고 항공은 약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장 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고속철도가 운행 중인 선로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즉 '대구∼부산' 구간과 호남선 구간은 기존 선로를 전철화해 운행하고 있으므로 통행시간 절감효과가 미비해, 고속철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선을 전철화해 운행 중인 고속철도 전용선 구간이 고속철도 전용선 구간과 달리 합리적인 지역간 수송분담체계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고소철도의 핵심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통행시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 연구원은 기존 전철선 구간을 전용선으로 교체하는 고속철도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선 구간에서도 최소한 1단계 개통 이후의 전용선 구간의 성과는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 연구원은 "현단계 고속철도의 수요부진은 본질적·구조적 문제라기 보다는 미완의 개통에 머문 1단계 개통의 한계 때문으로 2단계 개통이 완료되면 현재의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전망이 2단계 개통의 성공을 보장한다기보다는 고속철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2단계 사업이 필요함을 의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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