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택시캠페인=<8>난폭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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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택시캠페인=<8>난폭운전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0.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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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가능성 안고 달리는 무모함"



"택시니까…" 법규위반 다반사
수익 증진보다 사고 부담 더 커
운전자 스스로 준법운행 실천을


K씨는 언제부턴가 택시타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자주 늦은 시간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서 그는 택시에 대해 일종의 공포심을 느끼곤 했다는 것이다.
심야에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일부 택시의 경우 과속이나 안전운전 불이행과 같은 법규위반이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험에 가까운 난폭운전을 일삼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지그재그에 과속추월, 차선을 넘나들다가도 아슬아슬하게 급브레이크를 밟아 추돌을 모면하는 등의 운전을 태연히 계속하는 운전자에게 몇차례 천천히 달리자고 말했으나 그런 부탁조차 거의 무용지물이더라는 것이다.
택시운전자에게 그와 같이 난폭운전을 하는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이기 위한 것이며, 그렇게 부단히 차로를 바꾸고 속도를 높여 운행함으로써 일정한 시간에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그와 같은 운전행태는 목적지까지 이동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인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잦은 차로변경이나 난폭운전이 운행시간을 단축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은 대도시의 경우 운행 자동차대수가 많고 도로가 복잡할 뿐 아니라 교통신호기가 많이 설치 돼 있어 택시가 차로를 자주 변경해가며 움직여도 다른 차들에 비해 월등히 빨리 이동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택시운전자들은 그나마 차로를 빨리, 자주 바꿔가며 이동할수록 목적지 도달시간이 빨라진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교통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택시가 목적지까지 가능하면 빨리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정해진 영업운행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더많이 승객을 태워야 영업수입이 높아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나, 이것은 택시운전에 있어 동전의 안과 밖이나 다름없다.
더많은 승객을 태움으로써 수입을 더많이 창출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럴수록 더많은 교통사고의 위험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달리는 자동차의 앞쪽으로 끼어들어야만 차로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급차로 변경은 실상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과 다름 아닌 것이다.

# 사례1 : 반대방향의 도로가 꽉 막힌 것과는 달리 비교적 한가한 도로를 달리던 M씨는 운행방향으로 수십m 앞에 횡단보도가 있음을 확인하고 서서히 자동차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순간, 중앙선 너머에서 체증으로 멈춰 서 있던 택시 한 대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K씨 자동차 앞으로 U턴을 하고 만 것이다.
K씨는 깜짝 놀라 급히 속도를 낮추었지만 황당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때까지는 십여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 사례2 : 자동차로 업무현장을 방문키로 한 J씨가 목적지를 찾아 길 가장자리 도로를 따라 서행으로 도로주변을 주시하며 나아가는 순간 느닷없이 택시 한 대가 J씨의 자동차 앞으로 끼어들었고 택시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정지하는 것이었다. 앞쪽에서 승객을 발견하고 급히 핸들을 꺾은 상황이었다.
J씨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간신히 택시 후미를 추돌하지는 않았지만 '끼익~'하는 파열음이 자극적으로 울려퍼졌고 J씨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 사례3 : 야근을 마치고 강변북로를 달리던 P씨는 택시들의 추월 경쟁 때문에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심야가 가까워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라 P씨도 자동차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순간  택시 2∼3대가 경쟁하듯 과속으로 뒤쪽에서 달려오는 장면이 백미러에 들어왔다.
P씨는 추월경쟁에서 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옆차선으로 옮겨가려는데 느닷없이 뒤쪽에서 경음기 소음과 함께 상향등이 뻔뜩이더니 P씨 자동차를 스칠듯 택시 한 대가 지나쳤고, 아찔하는 순간 또다른 택시가 그 뒤를 이어 역시 경음기를 울리면서 스쳐지나가는 것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진 P씨가 다시 차선를 원래 달리는 쪽으로 바꾸기 위해 깜빡이를 켜는 찰나 이번에는 P씨의 좌측에서 역시 강력한 경음기가 울리면서 택시 한 대가 쏜살같이 P씨 옆을 지나고 있었다.
P씨는 결국 자동차 속도를 현저히 줄여 수백 미터 앞 안전지대에 차를 세우고 말았다.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기까지는 대략 10여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위의 사례들은 실제 택시와 관련돼 도로에서 일상적으로 발견되는 장면이다.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도로교통법규를 어기는 행위들이지만 그런 정도의 위반행위를 했다고 경찰에 적발되는 일도 거의 없다. 도로교통 질서 수준이 낮은 탓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게 '택시란 원래 그런 것'이란 의식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와 같은 의식이 있어서일까. 도로에서 사소한 법규위반을 하는 택시에 대해 으레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 문제는 그와 같은 행위가 다른 자동차의 운행에, 전체 교통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묵과될 수 없다는 점이며, 특히 이로 인해 야기될 교통사고의 피해야말로 그와 같은 행위가 결코 용납돼선 안된다는 가장 큰 이유다.
다수 택시 운전자들은 자신이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는 이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운전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잦은 법규위반행위조차 뛰어난 운전실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인이며 착각에 불과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운전실력은 교통법규를 누가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달린 것이며, 오히려 법규위반을 일삼는 행위야말로 운전실력이 뒤떨어진 낙후된 운전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라고 한다.
택시운전 경력 14년째인 김진철씨(46)는 "곧이곧대로, 법대로 운전할 경우 영업수익이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좀 차분히 운전했다고 하면 하루 영업실적이 20% 가까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으므로 최대한 조심해서 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택시운전자도 있다.
박천규씨(53)는 "급하게 서둘면 조금은 수입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그러다 사고라도 한번 나면 모든 게 물거품이지 않은가. 사고가 나면 우선 운전을 못해 손해요, 누구 다치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상황이 심각해진다. 수년 전 사고가 한번 난 이후로 나는 거의 정상적인 운전을 한다. 그것이 왕도라고 생각한다."
난폭운전은 결론적으로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놓고 운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 역시 무모하면서도 무책임한 일이다. 안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며 의무이기 때문이다.
박종욱기자 pjw2cj@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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