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적 경쟁 관계
상태바
동반적 경쟁 관계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1.0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제6회 한·중·일 관광장관회의'가 평창에서 3박4일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쳤다고 한다.

알려진 주요 성과로는 관광 위기 상황에 대한 3국간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것과 미래관광을 위해 2014년까지 'Tourism Vision 2020'을 완성하겠다는 것, 그리고 삼국 공정관광 대안(initiative)을 체결·추진하는 것에 삼국장관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내용이 상당히 좋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너무 개인적인 느낌일까?

먼저 관광 위기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60년 간 세계관광은 그야말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이에 따라 1950년 2500만명에 불과하던 국제관광객은 2007년 이미 36배로 증가하면서 9억명을 돌파했다. 이 기간 동안 앞의 50년은 수많은 지구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세계관광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부분적인 성장 둔화요인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2000년 이후의 상황은 확실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1년의 9·11테러와 2003년의 사스(SARS),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관광을 뚜렷하게 위축시켰다. 여기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세계관광을 전체적으로 후퇴시킬 수 있는 변수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점차 그 빈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21세기를 위험사회(crisis Society)로까지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앞에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평균기온이 최대 6.4℃ 상승하고 이에 따라 해수면이 59㎜가 상승할 것이라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4차 보고서도 받아두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뿐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볼 때,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3차 핵실험의 위협은 항상 잠재돼 있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백두산의 폭발가능성도 문제가 된다. 대략 2017년설과 2023년설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중 당국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만약 실제로 폭발이 일어난다면, 최소 수개월 동안 삼국 모두 항공운항은 엄두도 못낼 상황이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 전망이다.

또한 이제껏 심각한 관광 위기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한중일 삼국의 국경과 역사분쟁은 관광업계에 늘 신경 쓰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조건에서 삼국정부가 관광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위기관리 매뉴얼'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 합의 사항도 박수쳐 줄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2006년 1차 회의 이후, 다섯 차례의 회의가 거의 단·중기적 사안이었다면 이제는 2020년까지의 장기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미래적 비전에 대한 토대를 갖추게 된 것이다.

더구나 구체적인 시범사업으로 삼국의 주요 관광지를 묶는 '관광골든루트 10선'을 개발하기로 했다니 지난 20여 년간의 BESETO 구상이 이제 결실을 맺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세 번째 안건도 참신하다. 그간 교란되고 왜곡되었던 삼국 내 혹은 삼국 간 관광기업들 사이의 불공정한 관행의 개선과 저가덤핑, 쇼핑옵션 등의 묵은 숙제를 풀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다만 앞으로 실무회의에서 구체화되겠지만 종사원과 지역민 등 사람에 대한 염려와 환경에 대한 실효성 있는 고려가 포함되어야 온전한 공정관광의 이념에 부합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듯 이번 제6차 한·중·일 관광장관회의는 내용면에서 큰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된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현정부의 성실한 회의준비가 한 몫을 했을 터이지만, 무엇보다 지난 3월의 일본 동북부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중 양국의 실질적인 지원 모습에 받는 쪽이나 주는 쪽 모두 협력의 필요성을 새삼 절실히 느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삼국간 협력의 미래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삼국이 국제관광에 있어 동반적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어도 문화도, 충분한 협력의 경험도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 간의 관광협력은 삼국 모두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관광시장인 구미주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또한 관광 위기 시에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상대라는 점에서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삼국 간 관광협력에서 또 하나의 과제를 확인해둘 필요도 있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참여이다. 지리적 인접성으로 삼국 관광의 협력이 말하여진다면 거기에 북한은 뺄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2년 전의 2차 추가 핵실험, 또 민간지역을 포격한 만행을 저질렀지만 수긍할만한 북한 당국의 진정성 있는 조치만 선행된다면 지금이라도 상황은 바뀔 수 있고 또 그런 상황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는 늘 고려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정말 쉽지 않은 문제이다. 어제 만해도 북한의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제정 소식을 듣고는 더욱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된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있기는 한가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질성은 관광관점에선 다름의 매력성이 있고 동북아 관광을 다양하게 해주며, 관광 안전 위협의 당사자가 그 원인을 소멸시켜 준다는 의미와 함께 무엇보다 동북아 관광 내 교통비용을 크게 절감시켜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한·중·일 관광장관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끈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앞으로 한중일 삼국의 관광이 더욱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