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단체 사상 첫 6선 연합회장 박복규 택시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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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단체 사상 첫 6선 연합회장 박복규 택시연합회장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2.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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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

정부가 나서서 살 길 터 줘야“

- LPG 가격문제 등 투쟁 불가피

- 목표 정해지면 ‘극단의 집중’만


2008년 겨울은 유난히 빨리 왔다. 11월 29일이었지만 낮 최고 기온이라고 해봤자 겨우 영하권을 넘어선 수준이었으며 그나마 바람이 강하게 불어 엄동설한이 무색한 상황이었다.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불과 150미터 떨어진 산업은행 본점 앞 인도는 전국에서 올라온 택시노사 1만5천여명이 운집해 있었다.

최악의 위기에 처한 택시를 살리기 위해 국회가 나서라는 주문이었다.

택시부가세 전액 경감, 대중교통법 개정, LPG가격 인하 등을 촉구하는 노조의 구호가 스피커를 통해 분출했다.

그런 연후에 점퍼 차림의 남성이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격정적이면서도 차분히 말했다.

“택시종사자와 사업자 모두 파탄하면 정부와 국회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사가 함께 나눌 최소한의 파이를 국회가 만들어 주기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서 내려온 그를 향해 악수를 청하자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음료수를 권했다. 찬바람을 맞으며 연단에 있던 그에게 주변에서 손을 녹이라며 건낸 따뜻한 우유였다. 그가 박복규 택시연합회장이다.

그는 택시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았다.

시간을 거슬러 2002년 여름.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보험업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리던 서울 명동의 은행연합회 건물 안팎에는 자동차공제조합 관계자 수백명이 몰려와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박 회장은 이날 주최측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공청회 공식석상에 나서 개정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운수업계가 유지 발전시키고 당시 건설교통부가 책임을 맡고 있던 자동차공제사업 감독권한의 금융위원회 이관을 강력히 반대했다. 이후 개정법안은 박회장이 주장한 운수업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국회를 통과했다.

그는 업권에 관한 한 결코 양보할 수 없고, 양보해서도 안된다는 업계의 정서를 누구보다도 정확히 읽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때로 온몸을 던지는 행동가로, 또 때로는 철저히 논리로 무장해 부단히 설득에 매달리는 집요한 이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목표를 정하는 단계에서 추진 전략이 함께 검토되지만,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극도의 집중’만이 머리에 남는다”고 말했다.

택시 뿐 아니라 전체 운수업계를 통털어 전국 대표자로써 사상 최장기간 재임하는 소감을 묻자 이내 손을 내저었다.

“지금까지 13년, 앞으로 또 3년의 임기가 남아 있으니 지금 소감을 말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택시조합 이사장, 전국택시연합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감사, 노사발전재단 감사 등 굵직한 직함을 거쳐왔거나 수행중인 그가 정작 애착을 보인 직책은 택시 분야 외 전국교통단체총연합회장 직이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모래알 같았던 교통단체들을 애써 규합,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만나 교통산업 전반의 발전에 기여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했지요. 그렇게 출범시킨 이후에도 수년간 회비없이 상당한 사비를 들여가며 단체를 유지시켜온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격이 급해 결론부터 말하고 톤이 올라가는 일이 있어 본의 아닌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결론은 매사가 순리대로 가는 것이라는 생각에는 흔들림이 없어요. 그것이 전부입니다”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박회장은 현재의 택시가 겪는 위기상황을 유가 폭등, 운수사업 제도적 문제, 세제 등 정부지원 미비 등으로 꼽았다. 그중 어느 것 하나도 덜 중요하게 여길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6월에 법인택시 노사와 개인택시 사업자 10만명이 서울에 집결해 집회를 가질 계획입니다만, 이는 생존을 위한 투쟁입니다. 이슈가 되면 땜질하고 또 지나면 원상복귀되는 대책이 거듭되다 보니 오늘날 택시가 이런 지경에까지 와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 행정부는 물론 언론과 시민 모두에게 정확히 알리고 싶은 겁니다. 택시에 대한 근본인식부터 바꾸고, 여기에 근거해 법‧제도를 고쳐 택시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최소한의 생계는 물론 사회발전‧국가경제 발전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LPG 가격 담합, 지자체들에 의한 택시의 폭발적 증차 등 택시가 겪어온 경제적‧행정적 불이익을 생각하면 이것은 아니다, 적어도 공정한 룰에서의 경제행위가 가능하도록 국가가 길을 마련해주고 지원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생계형 업종의 경계에서 너무도 힘겨워하는 운수종사자, 유가 등 운송원가의 폭등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사업장을 생각하면 정부의 조세정책이 왜 택시를 비켜가고 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순간순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적지않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부해 왔는데 둘러보면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으니 답답하다고도 했다. 해서 새로운 임기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며 말끝을 흐렸다.

“무엇을 더해야 할지, 어떻게 풀어 나갈지 등은 주변의 여론과 전문가들의 견해, 또 책임있는 분들의 상황과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하게 답했다.

인터뷰가 예정됐던 시간을 훨씬 넘기도록 그는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통화가 계속 밀린다는 비서의 쪽지에 기자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좀 더 여유있게 시간을 만들어 택시 살리기에 대해 토론하자”며 그는 손을 내밀었다.


▢ 박복규 회장 주요 이력


78년 택시업 시작해 전국 대표자까지

수많은 성과 불구 ‘근본 개선’에 도전



전남 해남 출신으로, 20대 젊은 나이에 운수업계에 입문해 자수성가의 꿈을 키워오던 중 1978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던 삼이택시를 인수해 안정궤도에 올려놓으면서 경영의 달인으로 불렸다.

이어 1981년 또 다른 택시회사인 선일관광을 인수 합병해 택시업계 선두주자 반열에 뛰어들었고, 이후 주식회사 명화, 삼이운수를 추가로 인수,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법정관리 버스업체였던 한남여객을 인수, 단기간에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등 육상교통업계의 대표적인 CEO로서의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1993년~1999년 서울택시조합 이사장을, 1999년부터 현재까지 전국택시연합회장을 맡고 있으며, 2002년~2007년, 2009년 이후 현재까지는 전국교통단체총연합회장 직을 겸하고 있다.

박 회장은 수십년간 각종 단체를 이끌어왔던 노하우를 적극 활용, 육상교통 분야의 제도개선과 사업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박 회장을 중심으로 한 택시업계는 근 10여년 간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LPG 개별소비세 면세를 위한 정책활동을 추진, 그 결과 지난 2008년 5월부터 단계적으로 유류세가 감면되거나 LPG 유가 보조금이 확대지급되는 등 업계의 유류비 부담을 크게 완화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국제 유가와 국내 수입․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으로 LPG가격이 사상 유래없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현재는 또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현재 택시연합회는 LPG 수입․정유사의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유도와 6,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손배소를 주도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하이브리드 택시와 같은 연료절감형 택시차량 도입과 클린디젤 택시, CNG 택시 등 택시연료 유종 다양화를 위한 연구 개발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회장이 늘 자리하고 있다.

특히나 박회장은 택시 정책을 좌우하는 중요 법률안이 논의될 경우에는 항상 국회를 발로 뛰면서 해당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벌여 왔다.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상임위에서 심의될 때마다 그는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면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법안 통과 등을 위해 막바지까지 끈질기게 건의활동을 전개하는 모습이 가끔 목격되고는 한다.

박 회장 재임시절 택시업계는 ▲콜밴과 같은 유사업종의 불법영업의 근절을 위한 관련 법령의 정비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 제한과 같은 택시시장과 업권 수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2008년 12월 여객법령상 감차보상 근거 신설 ▲택시 부가가치세 경감제도 도입 및 범위 확대를 통한 근로자와의 상생 방안 마련 등 수많은 난제들을 해소해해 왔다.

현재는 ▲대중교통수단에 택시를 포함시키기 위한 관련 법령의 개정 추진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유비쿼터스 택시의 구현 ▲택시 이용수요 확보 및 승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콜 단일망 구축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박 회장은 ▲선도경영 ▲책임경영 ▲인재경영이라는 3가지 신념으로 연합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특정 조직의 궁극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적 흐름에 앞장서 변화를 주도해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며 부단히 이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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