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통직 공무원은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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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통직 공무원은 괴로워...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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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업계의 연이은 요금 인상 요구, 파업, 집회 등으로 서울시 교통직 공무원들이 ‘녹초’ 상태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메트로9호선(주)의 지하철 9호선 500원 요금 인상안을 철회시키고, 서울시내버스 총파업을 3.5% 인상안으로 막아냈다. 체력소모가 심한 장기간의 진흙탕 협상들이었다.

이제 겨우 끝나고 숨 좀 돌리나 했더니 서울메트로9호선(주)에서 요금 인상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고, 택시업계는 6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파업이나 집회가 서울시의 연례 행사처럼 느껴진다”며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공무원들은 체력 소모가 정말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내버스 총파업은 지난해부터 지난 18일까지 수 개월간 이어져 온 장기협상이었다. 지난 16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노동지방노동위원회의 끝장 협상 때는 2박 3일간 철야로 진행됐다.

박원순 시장도 새벽 3시 30분에 협상장을 방문하는 등 서울시 교통본부는 비상근무 체제였다. 협상이 마무리되고 나니 새벽 4시 40분. 공무원뿐 아니라 참여자 모두 ‘파김치’가 됐다. 잠시 눈 부칠 새 없이 조기 출근으로 이어졌다.

파업 타결 당일 서울시청 교통본부는 다른 때보다 조용했다. 몇 몇 공무원은 와이셔츠 단추 2개 정도는 가볍게 풀고 의자에 반쯤 기댄 공무원들이 대다수였다. 점심식사 대신 낮잠을 청하는 공무원도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청은 에너지 절감 캠페인 일환으로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소등을 하지만 이날 만큼은 수면을 위한 소등으로 느껴졌다.

한 공무원은 “수 개월간 줄곧 (버스기사)임금 동결만 주장했다. 몇 개월간 자료 모으고, 회의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결과적으로 3.5%로 합의될 줄 알았다면 서로 이러한 소모전은 안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9호선(주)에서 요구하는 재협상도 머리아프다. ‘운임신고반려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서울시와 전면전을 치를 분위기다. 9호선측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9호선 운임자율권’을 보장했다는 문서까지 공개했다.

담당공무원은 수 없이 걸려오는 기자들의 전화에 “요금인상반대”라는 대답만 반복할 뿐이다. 이마에는 ‘짜증’이라고 써있지만 목소리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9호선 요금 인상 관련 서울시 교통본부의 정책 기조는 ‘소 취하 없이는 재협상 불가’다. 때문에 양측이 전면전으로 이번 사안을 치를 경우 2~3년는 족히 싸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공무원은 “소송 관련 업무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가장 기피하는 업무다. 감정을 상하기 쉽고, 돌아다니거나 문의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금새 녹초가 된다. 수 년 동안 소송한다고 상상해봐라. 어떻겠느냐. 이미 서로 상할만큼 상했다”고 말했다.

6월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 또한 버겁다. LPG가격 폭등으로 인한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서울시에 공개적으로 호소하기 위해 택시노사가 나선 것이다. 주요 골자는 기본요금 인상, LPG값 인하, 대중교통 인정 등이다.

이번 사안도 택시업계와 서울시가 오래전부터 머리를 맞대 온 것이다. 하지만 해결책은 아직까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기본요금 올려주고, LPG값에 유가보조금 더 준다고 결론지으면 되겠지만 예산을 확보한다는 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게다가 40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버스기사들에게 3.5% 추가 임금인상안을 서울시가 합의해 주면서 택시업계의 불만과 민원도 많아졌다고 한다.

택시담당 공무원은 “예산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수백장의 서류를 만들어 발송해야 한다. 또 최근에는 시민단체와 함께 진행해야 할 업무도 많아져 업무처리 단계가 한층 까다로워졌다. 물리적으로 업무량이 상당히 늘어나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들도 교통업계 발전을 위해 일한다. 택시업계의 의견을 반양해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시행한다. 그런데 ‘어떤 임원하고 친해서 그렇다. 뒤로 무언가 있다. 공무원들의 정신을 바꿔야 한다’ 이런식으로 말할 때 마다 솔직히 의욕이 떨어진다”라고 토로했다.

정규호 기자 jkh@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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