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5주년 특집] 쟁점화된 ‘車보험정비협의회’의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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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5주년 특집] 쟁점화된 ‘車보험정비협의회’의 현황과 전망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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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의 태생적 한계 극복 위해 상생위원회로 거듭나야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가 2010년 10월 보험정비수가 공표제 폐지 법안 마련 당시 제안된 후 이듬해 11월에 출범해, 지난 19일 ‘제12차 자동차보험정비실무T.F 회의’를 진행하면서 어느새 2년여의 경과를 보이고 있다.

업계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협의체이나 쟁점사항인 보험정비요금 및 표준작업시간의 조정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업체 선정조차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안팎으로부터 협의회 자체가 공회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협의회의 내부적 갈등 요인과 원인, 해결 방안 등 다각적인 조명을 통해 자동차검사정비업계의 향방과 협의회의 효용성을 살펴봤다.

▲ ‘보험정비협의회’ 태생의 한계

보험정비협의회는 1차회의를 개최한 2011년11월9일을 시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배경은 2009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서 2008년 진행한 보험정비요금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 직후로, 국토부가 이를 근거로 정비요금 가이드라인을 공표하도록 예정돼있어 정비업계와 손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운 시점이었다.

연구용역 결과는 가동률 90% 기준으로 2만4300~2만7508원으로 발표됐으나 정비업계와 보험업계 양측의 반발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비업계는 공작기계 생산라인을 동원하는 제조업조차 평균가동률이 약 70% 수준인 점을 들어 서비스업인 정비업에 90%의 가동률을 적용한 정비수가 산정은 불합리하다고 밝히고, 자체 산정한 정비사업자의 최소유지비용으로서 2만5000원이 적정하므로 그 이상의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보험사는 자제적인 조사자료를 통해 정비요금 1000원 인상분은 보험료 1% 인상요인을 발생시킨다고 밝히고, 기존의 1만8000원 수준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하는 경우 의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료의 급격한 상승이 물가상승을 토래해 서민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양측의 주장을 검토·조정하기 위해 2010년3월 ‘정비수가검증위원회’의 발족을 목표로 실무T.F팀을 설치해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 당국과 업계는 물론 학계와 민간단체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바 있다.

이에 소속됐던 학계 인사는 “검증위원회가 현실적인 정비수가 산정이 가능한 방향에서 상당 분량의 검토·연구자료와 의견서 등을 작성해 제출했으나, 이에 대한 반영 없이 일방적인 정비요금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자 소속 위원들조차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업계 관련 당사자들이 논의를 통해 정비요금에 영향을 미치거나 직접 조정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검증위원회의 존립근거를 흔들며 간접적인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인 정비수가 마련을 위한 조정기구임에도 업계 당사자들의 현실적인 목소리에 귀를 닫고 결론을 내라는 요구였으나, 관할 정부기관인 국토부가 강력한 의지와 명확한 입장표명 없이 한 발 물러서면서 제도 개선이 지연됐다는 지적이다.

대안으로 현행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의 출범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나, 기존의 업계 상황과 생리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국토부 담당자를 비롯해 녹색물류연합 등 민간단체 전문가들과 지명도 높은 학계인사까지 모두 배제시켰다.

결국 협의회는 정비업계와 손보업계, 민간단체 소속의 각 6명씩 총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됐고, 전문성이 부족한 민간위원을 제외하면 첨예한 대립을 지속하며 평행선을 그어온 업계 간 전면충돌이 불가피한 한계를 내재하게 된 것이다.

검증위원회 소속 학계 인사는 “협의회의 태생부터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위원들을 포함하고 있어 업계 당사자 간의 직접적인 대립을 낳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의 균형이 기울어 있는 손보사 쪽에 유리한 결론을 예정하고 있으며, 전체 인원수가 짝수이므로 과반의 결의를 내지 못한 쟁점 사항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당초부터 공정성과 효용성 자체에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 1년간의 운영, 짧지만 먼 여정

정비업계와 보험업계의 상호 합의하에 구체적인 실무까지 결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언론 공개를 금하고 있으나, 주위 관계자들의 따르면 실무협의 진행속도가 상당히 더딘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11월9일 보험정비협의회 1차 회의 이후 2012년3월29일 자동차보험정비실무T.F 1차 회의가 열리기까지 약 5개월, 최근 10월11일 12차 회의까지 7개월 가까이 진행되면서 협의회 출범 1년에 이르렀으나, 협의 내용은 2년6개월 전 정비수가검증위원회가 제안한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다.

주요 협의 내용 중 ‘표준작업시간 설정’의 경우, 연구용역 발주를 통해 차종별로 실측을 거친 수치와 미첼 프로그램의 자료를 비교하는 기존의 구상을 재차 합의했을 뿐 업체 공모방법 및 일정도 조율하지 못한 상태다.

과거 연구용역업체로 참여한 이력이 있는 기술연구소는 보험업계에서 출자한 연구소라는 이유만으로 구설에 올랐고, 연구결과에서도 공정성 시비를 낳았던 만큼 정비업계가 배제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으나, 실제로는 여전히 참여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졌다.

나아가 표준작업시간뿐 아니라 정비요금 결정기준 마련에도 관여할 수 있어 공정성 확보 의지에 의구심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연구기관 또는 대학을 포함한 컨소시엄을 구성함으로써 객관성을 기할 것으로 예상되나, 손보업계의 입김에 의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연구기관을 재기용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도 없지 않다.

한편, 표준작업시간 논의에 비해 정비요금 결정기준에 대한 협의는 구체적인 진척사항을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9월 손보사와 정비업체간 재계약이 이뤄지므로 정비업계에서는 현실물가를 우선 반영한 정비요금으로 계약이 이뤄져야 여유를 갖고 차후 협상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으나 손보업계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회피하는 입장이다.

정비업계는 지난 8월1~3일 과천종합청사 운동장에서 정률제 폐지와 현실물가를 반영한 정비요금 재공표를 골자로 한 궐기대회를 진행하며 회장단이 삭발식을 치루는 등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으나 손보업계는 협의체를 두고 별도의 장외 집회를 진행함으로써 신뢰를 저버렸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보업계는 보험정비협의회 및 실무T.F 회의석상에서 정비요금금액 가이드라인을 논의 및 제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비업계는 국토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질의한 결과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경우, 정부에서 정비요금을 공표하도록 국토부에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의 질의답변서가 협상 테이블의 도착하기 전까지는 정비요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없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으며,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 정비사업자들의 재계약율이 한자리수대에 머물고 있어 불리한 계약조건이 유지되는 가운데 생업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 누구를 위한 협의회인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점은 과거의 전철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보험정비협의회는 국토부의 관리 하에 진행되는 협의체임에도 공정거래법 저촉 시비에 휘둘리느라 가장 시급한 문제인 현실적인 적정수준의 정비요금 적용에만 3년 이상 소진하고 있다.

학계 전문가는 “공정거래가 재삼 거론되는 것은 국토부의 의지 문제로, 업계보호 차원에서 선을 명확히 긋고 강경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으며, 공정위 역시 기업간 거래도 아닌 사업자단체와 관련 기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협의체에까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밝혔다.

연구용역 조사기관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해묵은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표준정비시간을 측정할만한 정밀한 시설 및 경험을 갖춘 곳은 기술연구원 뿐이므로 발주 대상을 달리 물색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실측 평가에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별도의 수단과 절차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비업계는 실측 과정이 평소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전문가를 섭외하기 용이하고 이들을 파견해 관리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공정한 결과를 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공방을 거쳐 길게 논의할 여지가 아니며 즉시 발주해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 방안을 제안하는 편이 정비사업자들에게 득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계 전문가는 “정비요금에 대해서도 국내 연구업체에 1000만원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면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는 미첼의 자료를 활용해 국내 실정에 적합한 적정 정비요금 산출은 물론, 이를 결정하는 조건으로서 물가상승분이나 기준임금 등의 요인을 확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비업계에서는 경기조합이 이미 작업시간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어 손보사에게 이를 근거로 우위를 점한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보험정비협의회를 ‘보험정비상생위원회’와 같은 보다 포괄적인 명칭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 정비사업자들이 수익의 70% 가까이 보험료에 의존하는 한계에서 탈피하도록 부품판매를 통한 수익성 다변화를 꾀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만 고질적인 정비보험업체간 갈등과 반목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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