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삼 전라북도 교통문화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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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삼 전라북도 교통문화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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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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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이동권' 확보없이 선진국 못된다

 

교통약자(交通弱者)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여객시설 및 도로에 이동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여 사람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함으로서 교통약자의 사회참여와 복리증진을 위한 법률이 제정 시행 된지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현실은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1년도 장애인 실태조사(2010년 자료)에 따르면,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10만여명이다. 그리고 매일 외출할 수 있는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250만여명)의 67%에 불과하며 이를 다시 해석한다면 전체 장애인의 33%는 원하는 시간에 약속된 장소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교통약자의 복지, 더 나아가 자활 및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즉, 대중교통수단 이용이 불편하여 집밖 활동의 제약으로 교통약자가 생활을 영유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의하면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전동휠체어나 스쿠터가 유일한 이동수단인 중증 장애인들이나 고령자들은 어느 것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가 없어 외출할 때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서는 볼라드(인도,차도 경계선에 설치한 시설) 설치가 필요하지만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에게는 볼라드의 규격은 최소화해야하고, 간격은 넓게 설치해야 한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인도에 적치한 장애물과 너무 좁은 도로폭...등 보행환경이 그들을 차도로 주행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하루빨리 보행권이 확보되었으면 한다.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적·물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전제로 교통약자가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고,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의 도입을 의무화 했다. 지난해 저상버스는 31.5% 도입한다고 했으나 실적은 12%에 그쳐 매우 아쉽다.

교통 선진국은 UN에서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나왔던 베리어 프리 운동(장애인과 고령자가 생활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운동)을 전개해 교통시설 곳곳에 휠체어 이용자의 통행에 장애가 될 만한 물리적 장애물이 없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이용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갈 수 있을 정도의 도로 턱을 최소한의 높이로 설치하거나 버스정류장에 휠체어 사용자가 혼자서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정차위치와 휠체어 사용자의 대기 장소를 표시하는 등 교통약자 입장에서 정책을 내놓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교통약자 이동권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교통안전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교통약자의 보행에 지장을 주는 보도상의 무단점유와 불법 주차차량 등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보·차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최소한 가드펜스(울타리)를 설치하여 보행전용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보행 인프라를 개선 또는 추가로 설치하는 등 교통약자 보행권 보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 교통약자를 고려한 제도나 시설이 완비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법규만을 지키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환경을 개선하여 교통약자에 대한 심리적·신체적 편견을 허물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련 협회나 단체는 제도개선에 절대로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교통약자(장애인 등)가 편리하면 모두가 편리하다'는 말이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 되도록 하려면 정부와 사회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 모두가 하나 되어 교통약자의 이동권이 안전하게 보장되도록 노력할 때 진정한 교통문화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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