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 확대 놓고 교통업계 2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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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버스 확대 놓고 교통업계 2차전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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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이사장 “통근버스 타고 출근하는 공단” 천명

전세버스 환영, 버스·택시 반대 ‘더 이상 양보 없다’
버스·택시 “불특정 다수 불법여객운송 행위 증가”
전세 “입찰방식, 최저수입금 보장해 덤핑 경쟁 없애야”

김경수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이 최근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산단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버스, 택시, 전세버스업계의 영업 쟁탈권이 다시 한번 뜨거워질 전망이다. 전세버스업계는 영업권 확대의 기회로서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버스와 택시업계에서는 영업권 위축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양상이다. 특히, 버스·택시업계에서는 과거 산업단지 내 통근용 전세버스 활용을 강력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한 전례를 가지고 있어 정부 지원을 통한 이번 통근버스 범위 확대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김 이사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민간 운송사업자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산업단지 버스 증편과 운행을 기피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받아 무료 공동 통근버스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단은 현재 지자체에 도움을 받아 무료 통근버스 운영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고, 정부 지원금 6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사실상 본격적인 계획 진행에 돌입했다.

통근버스 산단은 단 2곳뿐
경북 구미공단에서 LCD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조성환 대리(29). 그는 2009년 입사 이후 4년 동안 집에서 회사까지 자가용으로 출근한다.  집과 회사를 오가는 시내버스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정차하는 버스의 배차간격은 무려 1시간이라 대중교통 이용이 수월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최혁진(30) 대리는 집 근처에서 회사 정문까지 이어주는 ‘산업단지공단 근로자 공동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나도 자가용과 카풀을 통해 출퇴근했다. 버스 배차 시간이 너무 길어 출퇴근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기름값 등 차량유지비 20여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통근버스를 통해 출퇴근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현재 최 대리처럼 통근버스를 통해 산단을 오가는 근로자는 소수다.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산단이 단 2곳이기 때문이다. 산업단지는 전국적으로 967개(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가 존재한다. 이중 전세버스가 운행할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 장관이 고시(2011년 12월 기준)한 산업단지는 총 10곳(시화, 명지·녹산, 부산과학, 달성1차, 달성2차, 하남, 평동, 군산, 군산제2). 그리고 이중 공식적으로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산단은 시흥과 군산단지 단 2곳이다. 시화 공단은 지난 6월 11일 시범 개통 이후 출근길 6대, 퇴근길 7대가 운영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 1회, 퇴근 2회 운행 중이다. 나머지 산단은 몇 몇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전세버스 업체와 자체 계약을 맺거나 카풀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김 이사장 “젊은 피 몰려오게 하겠다”
이런 현황 때문에 김 이사장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젊은 피’들이 몰려올 수 있도록 통근버스 운영을 현재 2개 단지에서 내년 중 15개 단지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산단 관계자도 “시범 사업 당시 사업장별로 정기권 구매 방식으로 통근버스를 배차했는데,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며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단에 따르면 산단 내 근로자들은 출퇴근시 56.3%가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으며, 33.1%만이 대중교통이나 카풀 등을 이용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대중교통 이용률이 이렇게 저조한 이유는 출퇴근 시간에만 몰리는 노선의 특성과 수익성 저하 때문이다. 시내버스업체들도 배차 확대를 꺼릴 수밖에 없다.

반면, 산단은 “절반 이상의 근로자가 출퇴근시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고 월 30만원 이상을 교통비로 지출해 부담이 과다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다수 근로자가 대중교통과 공동주차장, 통근순환버스 확충을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산단 입주기업의 99%가 중소기업임을 고려하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통근버스 사업에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산단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김 이사장은 정부 지원금 6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개 단지의 통근버스 증편에 6억원이 필요한 경우, 국가가 50%, 지자체가 30%, 기업이 20%를 부담하자고 제안했다.

“산단의 덤핑 경쟁 유도 사라져야”
한편, 전세버스업계에서는 산단의 통근버스 확대를 반기면서도 덤핑 경쟁을 유도하는 산단의 입찰 방식이 최저 수익성 만큼은 보장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만 통근버스 서비스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A산단에서 통근버스 계약을 맺은 A전세업체의 관계자는 “산단은 최저입찰단가를 정하고, 이중 ±2% 내에서 최저단가를 적은 업체를 선정하는데, 매년 최저입찰단가는 오르지 않는다. 유류비, 인건비, 차량유지비 등 원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입찰단가만 변하지 않는다면 결국, 산단이 덤핑 경쟁만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G업체의 관계자도 “산단이 다른 기관보다 업계 간 저단가 경쟁을 유도하는 측면이 강한 편이다. 소기업들 때문이라고 추측하지만 결국 최저 수익성 보장 입찰단가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서비스 확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밝혔다.

버스·택시 “운송질서 파괴 우려”
산단의 통근버스 서비스 지역 확대를 놓고, 버스·택시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에도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전국택시연합회, 전국버스연합회, 전택노련, 민주택시노조, 전국자노련 6개 단체가 산단의 전세버스 도입을 놓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혀 900여개의 산단 중에서 10곳의 산단에만 전세버스가 운행할 수 있도록 제한시켰는데, 규제를 더 풀겠다는 계획이어서 교통업계간 분쟁이 우려된다.

버스·택시가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5개로 압축된다. 첫째, 산업단지 입주기업 근로자들의 통근을 목적으로 전세버스 노선영업이 확대될 경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불법여객운송 행위 증가. 둘째, 산단 근로자는 160만명(2011년 기준)으로 파악되는데, 전세버스가 노선화된다면 버스와 택시업계 수익성에 치명타. 셋째, 전세버스의 노선운행은 곧 버스, 택시업계의 수익성 악화에서 운행 감축, 노선 폐지로 이어져 기존 버스·택시 이용객 급감. 넷째, 통근용 전세버스의 승차권, 현금 등 개별요금 수수로 노선버스의 운송질서 문란. 다섯째, 재래시장 등 타 기관에도 전세버스 노선운행 허용 명분 제공이다.

전세버스 업계 관계자는 “전세버스가 요금을 현금 또는 승차권등으로 개별 수수할 수 있다는 문제점은 산업단지에서 운송요금을 일괄 지급하므로 단지 우려에 불과하다”고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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